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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경보가 내려진 서울 강남 한복판.
앱이 울렸고, 첫 배달지는 1.9km 거리였습니다.
앱은 13분 안에 도착하라고 했지만, 지도상 도보 예상 시간은 31분.
숨 가쁘게 오르막길을 걷다 결국 4분이 지연됐습니다.
곧바로 이어진 다음 배달은 1.4km 거리의 3층 빌라.
이번엔 계단까지 더해졌고, 지연 시간은 12분.
배달을 마친 뒤 받은 금액은 3700원이었습니다.
폭염 시간대가 오히려 가장 바쁩니다
정오부터 오후 2시는 외출 자제가 권고되는 시간대지만
배달노동자에게는 가장 바쁜 '피크 타임'입니다.
기온은 36도를 넘었고, 거리엔 사람도 보이지 않았지만
배달 앱에는 쉴 새 없이 알림이 울렸습니다.
기자는 4시간 동안 90건이 넘는 주문 알림을 받았고,
배달 시작 10분 만에 땀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1시간쯤 지나자 이마와 턱을 따라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그때 받은 주문은 햄버거 세트 3개.
2.7km를 걸으며 45분 동안 직사광선을 고스란히 맞았습니다.
배달 가방 속 콜라가 쏟아질까, 햄버거가 식을까 조급해졌고,
땀에 선크림은 흘러내렸으며
머리카락은 축축이 젖어 이마에 들러붙었습니다.
배달앱은 거리만 계산합니다
배달 앱은 최단 거리 기준으로 배차하지만,
지도에는 언덕도, 계단도, 무거운 가방도 반영되지 않습니다.
오르막길을 오르며 다리에 힘이 풀려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앱 화면에 빨갛게 뜬 배달 지연 알림은
점점 더 큰 압박으로 다가왔습니다.
넘어질까 걱정하면서도, 뒤처질까 더 조급해졌습니다.
그 모순된 감정 속에서
기자는 계속해서 뛰어야 했습니다.
배달은 계속되고, 무게도 더해졌습니다
다음 주문은 1.5km 거리의 화장품 배송이었습니다.
땀은 멈추지 않았고,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흠뻑 젖은 겨드랑이에
기자 본인도 놀랐습니다.
땀에 젖은 포장 봉투는 손에 달라붙었고,
스마트폰 화면은 미끄러워 조작이 쉽지 않았습니다.
조심스럽게 비대면 인증 사진을 찍은 뒤,
다시 다음 배달지로 향했습니다.
마지막 배달은 아이스크림 12개, 얼음컵, 음료까지 포함해
총 2.1kg에 달했습니다.
보냉 가방의 지퍼는 닫히지 않았고,
어깨끈은 살을 깊게 눌렀습니다.
한낮 도로는 50도 가까운 열기로 달아올랐고
오르막길을 넘나들며 정신이 아찔해졌습니다.
땀은 눈으로 흘러 들어가 따가움을 넘어 쓰라림이 됐고
얼굴엔 염분기 어린 흰 얼룩이 남았습니다.
몸도, 정신도 천천히 녹아내렸습니다
오후 2시, 기자는 아스팔트 위에 프라이팬을 올려
버터 80g을 녹여봤습니다.
10분도 안 돼 전부 녹았습니다.
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치고 흐물흐물해졌고, 정신도 무뎌졌습니다.
그늘 하나 없는 거리에서 배달은 생존 그 자체였습니다.
뛰는 만큼 버는 구조, 쉬면 손해
기자는 4시간 동안 1만7870보를 걸었고
받은 돈은 1만3900원이었습니다.
시간당 3475원, 건당 평균 2780원으로
최저임금에도 한참 미치지 못했습니다.
배달 단가는 건당 2000~3700원 수준.
도보 배달은 시간당 한 건 처리도 쉽지 않았습니다.
앱은 1시간마다 10분씩 쉬라고 안내하지만
현실에선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기자가 20분간 쉰 동안
20건 넘는 주문이 지나갔고,
스마트폰 진동이 멈춘 순간이 오히려 안도감이 될 정도였습니다.
생수를 아껴야 하는 현실, 보호 기준도 비켜갑니다
이온음료 한 병 가격은 1500원.
한 건 수익의 절반이 사라지는 셈입니다.
가방 속 생수는 1시간 만에 미지근해졌고,
마지막 배달을 마칠 무렵엔 뜨거워져 있었습니다.
집에 도착했을 땐 얼굴은 붉게 달아 있었고
머리끝은 지끈거렸습니다.
도보 배달노동자는 이동 중 계속 햇볕에 노출됩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폭염 안전 5대 수칙은
작업장이 정해진 노동자를 기준으로 마련된 것입니다.
지친 몸을 식힐 수 있는 공간은 어디에도 없었고,
그날 기자가 잠시 머물렀던 벤치와 정류장이
유일한 쉼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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