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신판 선고가 늦어지면서 국민들의 상대 지지층 간의 대립이 극심해지고 있다.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윤동주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헌법재판소가 드디어 오는 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에 대한 결론을 냅니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22일, 탄핵소추 의결서 접수부터 111일, 변론 절차가 종결된 지 38일 만입니다.
그간 대한민국 국민들은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론이 언제 이뤄질지 초조한 마음으로 헌재만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당초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예상했던 선고일이 계속 빗나가면서 결정에 어떤 변수가 있는 것은 아닌지, 외부의 압력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다른 이유가 있는지 궁금증만을 키워왔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헌재가 1일 선고 기일을 지정하면서 이 같은 기다림도 종료가 됐고, 이제 결과만 남았습니다.
초조한 기다림이었지만 돌이켜보면 헌재는 매우 절묘하게 선고일을 결정했습니다. 헌재는 변론 기간 극단적으로 대립했던 정치적 갈등이 어느 정도 잦아들고, 어떤 결론을 내도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기를 골랐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주변에서도 "헌재가 절묘한 타이밍을 잡았다"는 말이 나옵니다.
헌재가 왜 그동안 선고일 지정에 고심했는지, 그간 예상됐던 날 전후의 정치적 이벤트를 돌아봤습니다.
먼저 기억해야 할 몇몇 날짜와 요일이 있습니다. 2월25일과 4월18일 그리고 금요일입니다.
먼저 2월25일은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변론이 종료된 날입니다.
맞습니다. 윤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 중 한 명인 김계리 변호사가 그 유명한 "저는 계몽됐습니다"라는 발언을 남긴 바로 그날입니다.
이날은 윤 대통령의 헌재 변론이 종료된 날입니다. 이날 이후부터 곧바로 선고일 지정에 대한 전망이 나왔죠.
두 번째는 4월18일입니다. 4월18일은
문형배(왼쪽)·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종료되는 날입니다. 이 두 재판관이 퇴임하면 선고가 언제 이뤄질 수 있을지 불투명해집니다. 재판관 정족수가 6인이 되면 선고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금요일입니다. 헌재는 그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모두 금요일 오전에 해왔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5월14일 오전 10시에 기각 결정을 선고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오전 11시에 선고기일을 열고 파면 결정을 했습니다. 여기에 윤 대통령도 금요일인 오는 4일 오전 11시에 선고를 합니다.
헌재는 통상 매달 한 차례 재판관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재판부에서 심리한 헌법소원·권한쟁의 등 평시 사건의 선고를 진행하는데, 주로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에 해 왔습니다. 꼭 마지막 주 목요일에 선고하라는 법은 없지만 헌재는 목요일을 선호해 왔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그 사안의 중대성 때문인지 금요일에 단독으로 해왔습니다. 전례를 보면 2~3일 전 선고 기일을 통고하고 금요일에 결론을 내는 형식을 취해 왔죠.
노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은 변론 종료 이후 각각 14일과 11일 만에 결정이 나왔습니다. 윤 대통령의 경우 2월25일 변론이 종료됐기 때문에 약 보름 후인 3월 중순, 특히 금요일인 14일이 유력하게 거론됐습니다. 하지만
8일 윤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일정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윤 대통령의 석방은 헌재가 선고 기일을 잡는 데 큰 영향을 줬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시 상황을 돌이켜 보면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가 극단적인 대립을 하고 있을 시기였죠. 더군다나
1월에 벌어졌던 서부지법 폭동 사태의 여파도 여전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 석방 일주일도 안 돼서 결론을 냈다면 혼란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3월14일은 어려워졌고, 다음 후보로 21일 또는 28일이 선고 기일로 거론됐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미뤄졌습니다. 바로 이 일 때문이죠.
두 번째 변곡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심입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조기대선 행보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공직선거법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사실 이 대표의 2심은 예정이 됐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그 전후 금요일인 21일이나 28일은 선고가 어렵다는 예측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 대표의 판결을 전후해 선고한다면 아전인수격인 해석이 더해져 정치적인 갈등이 더 커질 것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선고 기일은 더 미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사실 이번 주에도 큰 정치적 이벤트가 있습니다. 바로
4·2 부산시교육감 재선거 투표날인 2일 오전 부산 수영구생활문화센터 2층 바다갤러리에 마련된 광안제2동 제2투표소에서 시민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4·2 재보궐 선거입니다. 세 번째 변곡점입니다. 이번 재보궐 선거는 전국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조기대선과 탄핵 정국 민심의 바로미터로 꼽힙니다.
여기서 헌재는 또 절묘한 선택을 합니다. 바로 1일에 선고 기일을 통보한 것인데요. 앞선 두 번의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을 보면 선고를 위해 통상 2~3일 전에 기일을 통보하게 됩니다. 만약 선거 당일인 2일에 헌재가 기일을 통보했다면 표심에 영향을 주려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었습니다.
통보 시간도 절묘합니다. 통상 헌재는 선고 기일 통보를 오후 5시쯤에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전에 통보했죠. 날짜는 지키면서 최대한 표심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는 고심이 읽히는 부분입니다.
여기에 헌재는 한 수를 더 두고 있습니다. 1일 오후부터 헌재의 평결은 이미 종료됐다는 뉴스가 여러 언론사를 통해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결론은 났다는 것입니다. 헌재도 이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2일 진행되는 재보궐 선거의 결과와 관계없이 객관적인 판단을 모두 마쳤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한 것입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 입장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원본보기 아이콘헌재는 그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면서 선고 기일을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일을 정하는데 이렇게 고심한 만큼, 결론도 온 국민이 통합할 수 있는 내용을 결정했기를 바랍니다. 또 이번 선고로 지난해 12월3일 이후 혼란을 거듭해 온 대한민국이 수습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