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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in전쟁사]우크라戰에 탄약 100만발 순삭…'재래식 포탄' 양산시대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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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우크라에 100만발 보내기로
화약은 中, 탄약은 프랑스서 기원
기관총·중포 등장 이후 탄약부족 심화

편집자주[뉴스in전쟁사]는 시시각각 전해지는 전 세계의 전쟁·분쟁 소식을 다각적인 시각으로 알려드리기 위해 만들어진 콘텐츠입니다. '뉴스(News)'를 통해 현재 상황을 먼저 알아보고, '역사(History)'를 통해 뉴스에 숨겨진 의미를 분석하며, 다가올 가까운 미래의 '시사점(Implication)'을 함께 제공해드리겠습니다. 일요일마다 여러분 곁으로 찾아가며, 40회 이후 책으로도 출간될 예정입니다.
[뉴스in전쟁사]우크라戰에 탄약 100만발 순삭…'재래식 포탄' 양산시대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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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을 넘어서 장기화되면서 전세계적으로 '탄약(彈藥·Ammunition)' 품귀현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개전 이후 100만발 이상의 각종 탄약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지만 모두 소진돼 유럽연합(EU)에서 또다시 100만발을 공동구매해 보내주기로 했는데요. 이 역시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격전지역인 바흐무트 등 동부전선 일대에서는 양측 모두 탄약부족에 시달리면서 상대 진영에 결정적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죠. 그동안 재고 상태로 보관 중이던 재래식 탄약 대부분을 소진한 미국에서는 유럽 뿐만 아니라 아시아 동맹국들에게도 재고 탄약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전쟁에 개입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 속에 탄약 구하기가 정말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 일대를 수비 중인 우크라이나군이 기관총 탄약을 교체하고 있다. 자포리자=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 일대를 수비 중인 우크라이나군이 기관총 탄약을 교체하고 있다. 자포리자=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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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러제재로 탄약 제조를 위한 군수물자 수급조차 어려워진 러시아는 더 심각한 탄약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미국 및 서방국가에 스파이를 파견해 탄약을 몰래 빼돌리다 걸리는 일이 발생한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 정부에서 러시아군이 중국산 탄약을 쓴 흔적이 나왔다며 중국의 군수지원을 경계하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전선이 점점 고착화되고 1차 세계대전 당시의 참호전과 유사한 장기전으로 방향을 잡아가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승패는 누가 더 오랫동안 탄약을 댈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렸다해도 과언이 아니게 됐습니다.

◆뉴스(News) : EU, 우크라에 탄약 100만발 보내기로 합의…美서 보낸 건 모두 소진
지난 2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에 위치한 미 육군 탄약 공장에서 우크라이나로 보낼 155mm 포탄 다발의 모습. 스크랜턴=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에 위치한 미 육군 탄약 공장에서 우크라이나로 보낼 155mm 포탄 다발의 모습. 스크랜턴=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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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EU에서 우크라이나에 지원키로 한 탄약에 대한 뉴스부터 살펴보겠습니다. CNN에 따르면 EU 외교·국방장관들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앞으로 12개월에 걸쳐 155mm 포탄 100만발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에 합의했습니다. 해당 합의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은 유럽평화기금(EPF)에서 총 20억유로(약 2조8000억원)를 조달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탄약을 공동구매하기로 했는데요.


100만발은 현재까지 EU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누적 탄약 규모인 35만발의 3배 가까운 막대한 양입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2월 이후 미국으로부터 100만발 이상의 탄약을 지원받았지만, 개전 후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모두 소진됐는데요. 특히 전투가 격렬해진 동부전선에서 많게는 한달에 10만발 가까운 포탄이 사용되면서 막대한 양으로 보였던 탄약은 눈녹듯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상대편인 러시아 역시 엄청난 탄약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특히 러시아는 미국과 서방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대러제재가 장기화되면서 군수공장들이 탄약을 생산할 전략자원을 확보하는게 어려워져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심지어 중국산 탄약을 썼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죠.

앞서 일본 교도통신은 미 정부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중국제 탄약을 사용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는데요. 해당 중국산 탄약이 직접 중국정부가 러시아에 공수해준 것인지, 아니면 제3국을 통해 우회수입된 것인지 등 입수 경로가 확인되진 않았다고 합니다. 중국 정부는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죠.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세계 재래식 탄약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미군조차 탄약부족을 염려하게 생겼습니다. 1990년대초 냉전시기 종료 이후 탄약생산 공장들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이미 연간 1만4000발 수준까지 내려간 탄약생산량을 갑자기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 의회는 2차세계 대전이 끝난 1945년 86곳이던 미국의 탄약공장이 현재는 5곳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특히 155mm 포탄의 탄약은 미국과 유럽 각국 별로 주로 사용하는 무기가 달라 탄약체계를 통일하는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죠.

◆역사(History)1 : 탄약의 고향은 프랑스…Ammunition도 프랑스어 기원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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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역사에서 화약을 처음으로 개발한 나라는 두말할 것 없이 중국이지만, 탄약(Ammunition)은 프랑스를 기원으로 한다고 알려져있습니다. 19세기 프랑스의 골동품 전문가였던 폴 라콤의 책을 편역해 출간된 '무기의 역사(ARMS and ARMOUR IN ANTIQUITY AND THE MIDDLE AGES)'를 비롯해 대포와 총기의 초기 역사에 대한 책들은 탄약이란 단어가 16세기 초부터 프랑스에서 처음 쓰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원래 이 'Ammunition'이란 단어는 프랑스어 'La munition'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며, 원래 의미는 군수품이었다고 합니다. 16세기 초 화승총을 주로 사용하던 시기에는 지금처럼 탄알과 화약이 탄피에 일체화된 형태의 총알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개별 병사들이 총기에 화약과 탄알을 일일이 따로 정량을 넣어야했기 때문에 군수품 대부분이 이 탄약일 수밖에 없었다는데요.


1830년, 오늘날 주로 사용되는 원추형 탄약을 발명한 인물로 알려진 앙리 귀스타브 델빈(Henri Gustave Delvigne) 장군의 초상화.

1830년, 오늘날 주로 사용되는 원추형 탄약을 발명한 인물로 알려진 앙리 귀스타브 델빈(Henri Gustave Delvigne) 장군의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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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나무통에 탄알과 정량의 화약을 넣어놓고 허리춤에 두르고 다닌 것이 오늘날 탄창의 기원이 됐다고 알려져있죠. 당시에는 격발속도가 워낙 느리고 총기 자체도 너무 많이 발사하면 중간에 포신이 폭발하기 쉬웠기 때문에 병사 1인당 12발까지만 들고다녔다고 합니다. 유럽에서는 그래서 이 탄약을 성경 속 예수의 12제자에 빗대 '12사도'라고 부르기도 했다네요.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도 화승총 부대는 보통 1인당 한 전투에 10발 정도를 들고 다녔고, 격렬한 전투를 치른다해도 6발 이상 쓰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합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유럽을 원정하던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각 전투에서 총기사용이 제한적이라 탄약이 모자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하죠. 이때까지는 주로 납을 이용해 둥근 원형의 탄환을 제작했었습니다.


오늘날과 같이 원추형 탄약을 제작하는 것은 1830년대부터 시작됐는데요. 이 탄약 역시 프랑스에서 개발됐습니다. 1830년 앙리 귀스타브 델빈(Henri Gustave Delvigne)이란 프랑스의 장군이자 발명가가 원추형 탄약을 개발하면서 전 세계로 확산됐죠. 이후 총기가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하고 국가별 전쟁의 규모도 확대되면서 탄약 생산량도 크게 늘어나게 됩니다.

◆역사(History)2 : 러일전쟁 때부터 기관총·중포 사용에 탄약부족 시작
1904년 러일전쟁 당시 러시아군 요새를 공격하기 위해 중포를 설치 중인 일본군의 모습.[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

1904년 러일전쟁 당시 러시아군 요새를 공격하기 위해 중포를 설치 중인 일본군의 모습.[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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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전쟁에서 탄약부족이 심화된건 1904년 발발한 러일전쟁 때부터로 알려졌습니다. 19세기 말 발명된 기관총, 중포 등 대량살상무기가 처음으로 실전에서 쓰인 러일전쟁은 기존 전쟁보다 10배 이상 많은 포탄 사용을 불러왔는데요.


러시아와 일본군 수뇌부는 전쟁 초기만 해도 하루에 2000발 이상 탄약소모가 없을 것이라고 계산했지만, 전쟁 중반이 넘어가면서 실제 하루 탄약 사용량은 2만발 이상으로 늘어났고, 엄청난 재정압박에 시달리게 됐다고 합니다. 포탄을 생산하거나 타국에서 수입하려면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만큼 전후 양국은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기도 했죠.


여기에 공중전, 탱크 등 신무기가 추가된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탄약보급은 더욱 어려워지게 됐습니다. 현대에 들어서서는 방공용 미사일 수요까지 커지면서 탄약소모가 매우 빨라졌는데요.


특히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은 1950년 6.25 전쟁 이후 가장 많은 포탄 사용이 이뤄진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나마 탄약부족으로 포탄사용을 제한한 우크라이나도 전체 평균 매일 6000~7000발에 가까운 포격을 가했고, 러시아군은 하루 4만∼5만발을 쏟아부으면서 개전 후 1년도 채 안된 시점에 재고가 거의 바닥이 났다는 것이죠.

◆시사점(Implication) : 재래식 탄약 대량생산시대로의 회귀 우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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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탄약 품귀 현상이 심해지면서 유럽과 서구국가들에서 다시 재래식 탄약의 대량생산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군축기조로 탄약생산을 대폭감축했던 옛 동구권 국가들에서도 생산 재개가 활발해지고 있는데요.


이미 지난해 말 폴란드의 국영 방산그룹인 PGZ는 최근 총기와 탄약 등 무기생산 확대를 위해 18억달러(약 2조4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까지만해도 PGZ의 신규 투자규모는 9억달러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왔는데요. 전쟁으로 종전 계획보다 2배 이상 투자를 늘려 생산규모를 크게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죠.


과거 1차세계대전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군수용 차량과 무기를 납품했던 체코의 군수공장들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납품을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특히 체코는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지 않고있는 152mm 곡사포와 122mm 로켓포 등 대구경 포 탄약도 일부 지원하고 있죠. 올해 체코의 무기 수출 규모가 1989년 냉전 종식 이후 최대치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탄약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다시 방산업체가 활기를 띠는 것을 두고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인데요. 자칫 이러한 군비 확장이 또다른 세계대전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죠. 아무쪼록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이상 장기화되지 않기만을 기원해봅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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