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시론] 한국인의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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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한국 국회 화상 연설이 있었다.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의 국회 연설과는 사뭇 다르게 기립 박수도 없었고 한국 전체 국회의원의 20%인 60여명만이 참석했다. 이번 일은 한국인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의 세계관이 가감 없이 드러난 한국의 자화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세계관은 본래 기독교, 이슬람, 불교 등 종교에서 많이 사용하는 철학적 용어지만 최근에는 브랜드 마케팅에서도 뚜렷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야 글로벌 파워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가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BTS와 마블처럼 서사를 구축하고 있어야 글로벌 팬덤을 보유할 수 있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메타버스(확장가상세계)로의 진출도 용이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제 세계 경제 10위 국가다. 경제적 위상에 걸맞게 한국인들의 세계관을 확장시켜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4차 산업혁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영미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자유주의 국가들과 러시아,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들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안보는 미국’ 그리고 ‘경제는 중국’이라는 슬로건을 갖는 이중적 세계관으로 버티고 있지만 향후 이 같은 세계관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회에 동유럽, 남미 등 글로벌로 세계관으로 확장해 자연스럽게 한국 경제에서 중국의 비중을 줄이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둘째, 문화지체 현상을 조속히 극복할 필요가 있다. 사회학자 오그번은 물질 문명의 변화 속도에 비해 비물질적, 정신적 문화요소의 변동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혼란을 문화지체라고 정의한 바 있다. 현재 한국은 지난 100년간 경제적으로 가장 빠른 속도로 발달한 나라이다. 한국인의 세계관이 경제력에 비해 터무니없이 지체되어 있는 현상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다. 1인당 GDP 3000달러 시절에 청춘을 살았던 베이비부머의 세계관과 1인당 GDP 3만달러 시대 청춘기를 살고 있는 Z세대 한국인의 세계관 사이에는 큰 갭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베이비부머가 개발도상국 마인드와 한반도에 갇혀 있는 좁은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면 Z세대 한국인은 선진국 마인드와 글로벌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경제력에 걸맞은 시민의식과 세계관은 특히 중년 이상의 한국인들에게 더욱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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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2020년 이후 한국은 인구 절벽에 직면해 있다. 경제가 지속성장하려면 이문화 감수성을 높이고 글로벌 세계관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내국인 수의 증가 없이 연간 3% 이상의 성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간 3000만명 이상의 외국인 방문객이 필요하다. 2019년 1800만명 기록을 수립한 외국인 방문객 수를 두 배 증가시킨다면 인구 절벽의 위기도 관리할 수 있다. 세계적 철학자 칼 포퍼는 확실한 지식이 있다는 고정관념에 치명타를 가했다. 현재 우리에게는 미래 지속성장에 대한 새로운 가설과 모험적 세계관이 절실히 필요하다. 21세기 비틀스는 한국의 BTS다. 현재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살고 있는 아미라는 충성 고객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뚜렷한 세계관을 가지고 한류를 이끌고 있다. 비틀스의 세계관을 보기 위해서 영국 리버풀을 찾아가듯 리더 RM의 고향 고양시를 방문하고, BTS의 세계관을 경험하기 위해서 전 세계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은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한다. 한국인의 세계관을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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