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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의 법조스토리] 공수처 편이 쓴 공수처법 주석서

최종수정 2022.01.23 18:24 기사입력 2022.01.23 14:44

참여연대 ‘검찰개혁’ 토론회 참석자들 의견 그대로 반영돼
집필자 오병두 교수, 자신의 견해를 “~견해도 있다”고 소개

지난해 3월 24일 참여연대와 민변 사법센터가 주최한 ‘검찰개혁 현황과 과제’ 토론회. 이날 토론회에서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발제를 맡았고, 김영중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윤동호 국민대 법학부 교수는 토론자로 참여했다./사진=참여연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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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의 법조스토리에서는 법원, 검찰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법조계의 다양한 이슈들을 다뤄보려 합니다. 주요 사건의 법적 쟁점이나 전망, 사건의 이면, 기사로 쓰지 못한 뒷얘기 등을 주제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조금은 자유롭게 써볼 생각입니다. 오늘은 그 열네 번째 스토리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최근 발간해 공개한 ‘공수처법 주석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최근 공수처법 각 조문에 대한 해석을 담은 ‘공수처법 주석서’를 발간했습니다.

공수처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주석서에는 공직자의 부패범죄를 다룰 독립된 수사기관에 대한 논의가 처음 시작된 1996년 참여연대의 ‘부패방지법안’ 청원부터 공수처법 제정에 이르기까지의 연혁과 이후 공수처법의 개정 과정, 공수처법의 특징에 대한 내용도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목되는 건 역시 주석서 제2편에 담긴 공수처법 조문에 대한 해석입니다. 그동안 공수처는 ▲공소권 유보부 이첩(혹은 조건부 이첩) ▲구속영장 신청 ▲불기소 결정권 등을 둘러싸고 검찰과 갈등을 빚었습니다. 이번 주석서는 이처럼 공수처와 검찰 간 해석이 엇갈렸던 공수처법 조문에 대한 첫 번째 공식적인 연구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법, 형법 등 다른 법률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주석서가 간행된 바 있습니다. 법이 시행된 지 60년이 넘은 만큼 학문적인 연구 성과도 누적돼있는 데다가, 수십년 동안 각 법률 조항을 해석한 하급심 판결은 물론 대법원의 최종적인 해석까지 쌓여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주석서는 실제 재판에서도 원고나 피고 측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수처법이 2020년 1월 제정돼 같은 해 7월부터 시행됐고, 지난해 1월 21일 공식 출범한 공수처가 실제 수사 업무를 개시한지 1년이 채 안 된 만큼 공수처법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헌법재판소가 공수처법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을 심판하는 과정에서 수사처검사의 영장신청권 등을 인정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공수처법 해석이 구체적으로 문제된 법원의 판결이나 헌재 결정이 아직 극히 드문 상황입니다.

공수처 공식 견해 아니라지만… “수사에 참고하겠다”는 입장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발간된 공수처법 주석서는 나름 의미가 있습니다. 향후 공수처가 수사 등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검찰 혹은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과 공수처법 해석을 놓고 갈등이 발생했을 때 공수처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공수처는 “수사·기소·공소유지 등 공수처의 업무 수행에 참고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맡겼을 뿐 주석서에 담긴 내용이 공수처의 공식적인 견해는 아니다”라는 입장입니다. “우리가 꼭 그렇게 생각한다는 건 아니고, 전문가들한테 물어봤더니 이렇다 그러네.” 뭐 약간 이런 느낌입니다.


공수처법 주석서를 발간하면서 만약 공수처가 “앞으로 실무에서 공수처법을 적용할 때 가급적 이번에 발간된 주석서를 따르겠다”라던가 “공수처법 해석을 놓고 견해가 갈릴 때에는 이번에 발간된 주석서를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면, 아마도 검찰이나 주석서 집필진과 정반대의 견해를 가진 법학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수처가 “업무 수행에 참고하기 위해”라던가 “공식적인 견해는 아니다”라는 등 한발 물러선 표현을 사용한 것은 검찰의 반발을 의식한 조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실무상 검찰과 첨예하게 해석이 엇갈려온 조문들에 대해 공수처에 유리한 해석을 담은 이번 주석서는 향후 공수처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단순한 연구결과로 성격을 규정짓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검찰 권한 축소·공수처 강화’ 목소리 내온 집필진… 편향성 아쉬워

이번 연구는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영중 부연구위원이 연구책임자로, 오병두 홍익대학교 법학부 교수가 공동연구자로 참여했습니다. 기존 민법이나 형법 주석서 발간에 각 분야의 최고 권위자라 할 수 있는 원로교수를 비롯한 여러 교수들이 참여했고, 2020년 대법원이 발간한 친족·상속법 주석서에 민유숙 대법관이 대표 편집자로, 21명의 가사 전문 판사들이 집필위원으로 참여한 것과 비교하면 연구에 참여한 인원이나 집필진의 경력 면에서 다소 밀리는 건 사실입니다.


게다가 두 사람은 모두 ‘검사장 직선제’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는 등 검찰개혁에 목소리를 높여 온 분들입니다. 특히 현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오 교수는 공수처가 출범한 이후에도 각종 토론회 등을 통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지금보다 더 축소해야 한다’, ‘현재의 미니 공수처의 권한과 능력을 보완해야 한다’는 등 공수처 권한 강화와 검찰 권한 축소를 주장해왔습니다. 김 부연구위원 역시 참여연대와 민변 등이 주최한 검찰개혁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검사에게 남아있는 영장청구권과 기소권 견제 수단 마련’ 등을 주장했던 인물입니다.


지난해 3월 24일 참여연대와 민변 사법센터가 주최한 ‘검찰개혁 현황과 과제’ 토론회에서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오 교수가 발제를 맡았고, 김 부연구위원은 토론자로 참여했습니다.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소개된 발언을 보면 당시 발제자로 나섰던 오 교수는 ‘검찰개혁 3법’ 이후의 검찰 행보를 분석하며 검찰의 반발에 대해 “소위 검찰주의자들에게 검찰개혁은 시대에 맞는 검찰조직의 재편, 조직의 효율화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반증”이라고 말하거나 “‘검찰개혁 3법’을 제개정했음에도 줄어들지 않은 검찰 권한”이라고 표현하는 등 검찰의 권한을 더 축소·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반면 “공수처 설치가 검찰의 기소독점을 해소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지고 있지만 제한된 기소권으로 공수처의 수사권한이 기소권을 가진 검찰에 의해 통제되고 있고, 현재와 같은 인력구조 하에서는 수사를 선택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는 점 등의 한계가 있다”고 평가하는 등 공수처의 권한을 강화할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토론자로 나선 김 부연구위원 역시 “‘검찰개혁 3법’ 제개정으로는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고 검찰권 오남용을 견제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하거나, 당시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던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위한 입법 추진과 관련해 “기존에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던 사건, 불기소 처리된 사건 등을 처리하는 문제, 검사에게 남아있는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등 검찰 권한이 더 축소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공수처는 이들 두 사람한테 연구용역을 맡긴 것이 아니라 형사법 및 수사제도 분야의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맡겼다는 입장입니다. 검찰과 공수처 각각의 권한이나 상호관계에 대해 제가 볼 때는 상당히 편향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김 부연구위원이나 오 교수에게 공수처가 직접 연구용역을 의뢰했거나, 김 부연구위원을 염두에 두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 의뢰한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용역 발주 과정이나 용역 수행기관 선정 과정을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왜 좀 더 객관적인 형사법 전문가에게 용역을 의뢰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입니다. 공수처와 갈등을 빚어온 검찰은 물론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도 공수처 출범 전부터, 또 공수처 출범 이후에도 끊임없이 ‘검찰 권한 축소’, ‘공수처 권한 강화’를 외쳐온 두 사람만 참여한 연구보다는 다른 입장을 가진 전문가나 중립적인 입장에 선 전문가가 함께 참여해 연구가 이뤄졌다면 주석서에 대한 신뢰가 훨씬 높아지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주석서에 어떤 내용 담겼나

이번에 발간된 주석서에는 과거 입법 논의와 각 조문별 입법취지와 연혁, 조문의 주요 내용, 개정의견 등이 담겼습니다.


공수처는 “주석서는 이 같은 내용들을 객관적 입장에서 기술했으며, 특히 주요 쟁점에 관하여는 대립되는 견해를 균형 있게 소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공수처는 보도자료에서 ‘주석서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내용’으로 ▲수사활동의 지원 등 수사협조와 관련하여(법 제17조 4항) ▲공수처장의 이첩요청권과 관련하여(법 제24조 1항) ▲다른 수사기관의 인지 통보와 관련하여(법 제24조 2항)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와 관련하여(법 제25조 2항) ▲사법경찰관 파견 및 직무수행과 관련하여(법 제44조) ▲수사처규칙의 법적성격과 관련하여(법 제45조) 등을 제시하며 각각에 대한 엇갈린 해석을 소개했습니다.


실제 주석서에는 검찰과 해석이 엇갈렸던 여러 조항들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함께 소개돼 있습니다. 하지만 주석서 곳곳에는 집필진들이 이들 여러 해석 중 이런 것이 맞다는 식으로 자신들의 의견(주로 공수처에 유리하게 해석한)을 기재한 내용이 눈에 띕니다.


먼저 공수처장의 이첩요청권 조항(공수처법 제24조 1항)의 해석과 관련 주석서에서는 이와 관련된 대검찰청 예규(지침)가 공수처법 명문 규정에 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공수처법 제24조 1항은 ‘수사처의 범죄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수사에 대하여 처장이 수사의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추어 수사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하여야 한다’는 조항입니다.


공수처장이 검찰이나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 중복 수사 중인 사건의 이첩을 요청할 경우 이에 응할 의무를 규정한 조항인데, 중복의 의미, 이첩을 요청할 수 있는 시기(수사의 단계) 등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지만 무엇보다도 공수처장의 이첩 요청이 있으면 다른 수사기관은 언제나 예외 없이 응해야 하는가를 놓고 검찰과 대립이 있는 조항입니다.


주석서에서 집필진은 “대검찰청에서 제정한 ‘고위공직자범죄 및 조사·진정 사건 이송·이첩 등에 관한 지침’에서 검찰총장에게 이첩요청 사건의 공수처 이첩에 대한 승인 여부를 건의하도록 한 규정은 공수처법 제24조 1항의 명문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대검은 지침에서 수사중복 여부, 수사진행 정도에 따라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할 경우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나 피의자의 방어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거나 고소인이나 고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지, 공수처로 이첩하는 것이 공정성 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지 등을 고려해 검찰총장에게 이첩요청 사건의 공수처 이첩에 대한 승인 여부를 건의하도록 했는데, 이 같은 지침 내용은 사실상 검찰총장에게 이첩승인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공수처장으로부터 이첩을 요청받은 기관은 예외 없이 이첩 요청에 응할 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한 공수처법에 반한다는 취지입니다.


즉 고위공직자범죄 사건에 대한 이첩 여부 결정은 전적으로 공수처장에게 달려있고, 이첩 요청을 받은 다른 수사기관은 어떤 상황에서도 예외 없이 이첩해야만 한다는 것으로 기존 공수처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는 해석입니다.


또 해당 지침은 검사가 ‘다른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진행하더라도 입건이 어렵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한 조사, 진정 사건의 경우 검찰이 내부적으로 자체 종결할 수 있도록 했지만, 주석서에서는 이에 대해서도 “해석상 고위공직자범죄에 전문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공수처의 도입 취지에 반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첩을 요청하기 위해 공수처가 반드시 다른 수사기관과 중복되는 사건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주석서는 ‘그렇다’, ‘아니다’라는 두 견해를 모두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경찰과 검찰 사이의 중복수사에 대한 형사소송법 규정을 제시하면서 “공수처가 중복사건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를 근거로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을 요구하여야 논란을 없애면서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으리라 보인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공수처법 입법취지, 인지통보 규정을 둔 취지 등을 종합해 보면, 검찰·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으면 공수처가 우선해서 수사한다는 취지이므로, 공수처가 중복사건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지는 본질이 아니라고 보인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결국 공수처에 중복사건이 없어도 검찰이나 경찰에 이첩을 요청할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공소권 유보부 이첩’ 공수처 입장 손 들어준 주석서… 공동연구자 오병두 교수 논문 내용 근거로 원용돼

공수처가 수사권뿐만 아니라 기소권까지 가진 사건을 검찰로 이첩해 수사하도록 하면서, 수사를 마무리한 뒤 다시 사건을 공수처로 넘기라고 할 수 있는지, 즉 ‘공소권 유보부 이첩’이 가능한지 문제는 공수처와 검찰 간에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부분입니다.


갈등이 심화되자 공수처는 ‘사건사무규칙’을 만들어 규칙 제14조 3항 1호 나목과 제25조 2항에 공수처장의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아예 명문 규정으로 넣었지만, 실무상 검찰이 이 같은 규칙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문제입니다.


문제의 발단이 된 사건은 ‘김학의 불법출금’에 연루된 이성윤 서울고검장과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 파견됐던 이규원 검사 사건이었습니다. 애초 사건을 맡은 수원지검은 공수처법 시행으로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를 공수처가 수사하게 됨에 따라 두 사람의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습니다. 하지만 공수처는 당시 수사처검사 임명도 하지 못한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직접 수사가 곤란한 상황이었던 만큼 지난해 3월 사건을 다시 수원지검으로 재이첩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소 여부는 공수처가 최종 판단할 테니 수사를 마친 뒤 사건을 다시 공수처로 송치해달라는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해 검찰과 갈등을 빚었습니다.


검찰은 “이첩의 대상은 ‘사건’이지 ‘수사권한’이 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었죠. 당시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검사는 “공수처장께서 듣도보도 못한 해괴망칙한 논리를 내세우셨다”고까지 얘기했을 정도니까요.


결국 검찰은 이 검사를 수사한 뒤 직접 재판에 넘겼고, 이 검사 측은 법정에서 ‘공수처법에 위반된 공소제기니 공소기각 판결을 해 달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주석서에서 집필진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두 가지 견해를 모두 소개한 뒤 공수처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먼저 주석서에서는 ‘다른 수사기관에 대한 재이첩권’과 관련 “공수처법은 제3조 1항에서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의 고위공직자범죄 사건에 있어 공수처에 수사권은 물론 공소제기와 유지권한까지 부여하고 있고, 제24조 3항에서 처장에게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하는데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의 고위공직자범죄사건은 다른 수사기관에게 수사를 한 후 공수처로 해당 사건을 이첩하도록 요청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이 있고, 이를 조건부 이첩이라고 한다. 즉 재량 이첩권이 인정되므로 기소권한이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사건은 단순이첩 외에 조건부 이첩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건사무규칙에서는 이러한 재량권을 구체화화는 규정을 두었다”고 전제했습니다.


이어 “사건사무규칙에 따르면 처장이 공수처법 제3조 1항에 따라 공수처가 수사권 및 공소제기와 그 유지권한까지 보유한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의 고위공직자범죄사건은 법 제24조 3항에 따라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하면서 공수처가 추가수사 및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당 수사기관의 수사 완료 후 법 제24조 1항에 따라 공수처로 이첩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렇게 조건부 이첩을 하는 경우에는 분석조사담당검사가 처장의 지휘, 감독에 따라 이첩과 동시에 공수처의 공직범죄사건으로 입건할 수 있게 하여, 검찰의 재재이첩 이행여부와 무관하게 조건부 이첩 요청만으로 입건 처리를 할 수 있게 하였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집필진은 “이첩을 ‘특정기관이 조사한 사건을 다른 기관으로 보내 다른 기관이 사건을 처리하게 하는 행위’이고, 다른 수사기관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가 가능하므로 전속적 관할권을 인정하기 어렵고,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수사권한만 이첩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사건의 이첩, 재이첩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수사대상자의 권익침해, 불공정 수사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조건부 재이첩은 불가능하다고 하는 견해가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주석서는 각주에서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을 맡고 있는 정웅석 서경대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논문 ‘공수처법상 공수처장의 재량이첩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인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검찰의 입장이기도 합니다.


이어 집필진은 “이에 반해 공수처법 제24조 3항의 ‘이첩’이 종국적인 처분으로 이해돼서는 곤란하며, 공수처법 제24조 1항이 수사가 완결된 이후에는 적용되기 어렵고, 오히려 수사 종결 전에만 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재이첩도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각주에서 밝힌 출처는 집필진인 오병두 교수 자신이 작성한 ‘공수처 6개월 성과와 과제 : 새로운 수사·기소기관의 탄생?’, 참여연대 등 ‘공수처 출범 6개월 평가 토론회 - 출범 6개월 공수처, 길을 묻다’ 자료집이었습니다. 공수처에 유리하게 해석한 오 교수 자신의 의견을 마치 제3자의 견해인 것처럼 포장해 그대로 주석서에 인용해 실은 것이죠. 주석서가 객관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가급적 제3자의 견해를 인용했어야 했고, 그게 아니라 본인의 견해를 인용할 수밖에 없었다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라고 밝혔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집필진은 “공수처가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의 고위공직자범죄사건에 대해 조건부 이첩을 요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요구를 받은 기관이 자체적으로 수사후 기소 또는 불기소 결정을 내리거나, 공수처가 기소할 수 있는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관할 검찰청으로 이첩하여 기소가 이루어진 경우에 대해서 법률상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며 “다만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공수처에 기소 권한이 있는 사건에 대해 검찰이 공소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건에 대한 수사 후 공수처에 사건을 송치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각주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3월 참여연대와 민변 주최로 열린 ‘검찰개혁 현황과 과제’ 토론회에 두 집필자와 함께 토론자로 참여했던 윤동호 국민대 법학부 교수의 견해로 앞에서 언급된 참여연대 등 ‘공수처 출범 6개월 평가 토론회 - 출범 6개월 공수처, 길을 묻다’ 자료집에 실린 내용입니다.


그리고 집필진은 “공수처 수사대상 중 공수처가 기소권까지 가진 범죄에 대하여는 검찰의 공소제기권을 제한·견제하기 위한 입법적 고려라고 할 것이므로 검찰에 수사권한만 이첩할 수 있다고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일한 범죄사건을 경찰에 이첩하면 다시 공수처가 이첩을 받아 공소제기하고 검찰에 이첩하면 검찰이 수사한 후 검찰이 공소제기 하는 것으로 되어 경우에 따라 공소제기권자가 달라지는 문제도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동안 오 교수가 주장해온 대로 공수처의 손을 들어준 것이죠.


또 주석서에서 집필진은 “한편 이러한 문제를 수사협의를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도 있다. 즉 ‘이첩제도를 통하여 수사협의에서 공수처에 주도적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법 제24조와 제25조를 통합적으로 해석하여 공수처장이 이첩된 사건에 대한 재이첩 권한을 갖는다고 보아야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의 핑퐁게임이 전개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도, 수사의 조정자로서의 공수처장의 지위와 역할이 강조되어야 한다. 번거로운 이첩·재이첩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는 사전의 협의·조율단계가 필수적일 것인데, 여기에서 우선적인 판단권한을 공수처장에 부여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역시 각주를 보면 오 교수가 2020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형사정책 제32권에 게재한 “공수처,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나? : 공수처의 운영방향에 관한 제언”이라는 논문이 출처입니다.


결과적으로 주석서에는 공수처장의 재이첩권, ‘공소권 유보부 이첩’에 대한 공수처와 검찰 각각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견해가 소개됐지만, 공수처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견해는 결국 공동연구자로 집필에 참여한 오 교수 자신의 의견이었고, 이를 토대로 공수처에 유리한 결론을 도출한 것입니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한상희 교수 “검찰개혁 내세우다 공수처 1년은 거의 실패”

공수처 출범에 크게 기여한 바 있는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공수처의 지난 1년은 거의 실패했다”며 “아마추어 수사, 인권침해적 수사에 우려가 깊다”고 심정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처럼 공수처가 실패한 원인 중 하나로 검찰과의 갈등 관계를 꼽았습니다. 한 교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검찰개혁이 중요한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했고, 공수처의 존재 목적에 검찰개혁의 한 축으로서 검찰 권력을 견제하고 통제하는 역할이 추가된 것”이라며 “문제는 공수처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검찰개혁이라는 슬로건이 전면에 나서면서, 사법적인 정의를 세워야 하는 국가기관들이 협력해서 처단해야 되는 고위공직자 범죄의 문제가 공수처와 검찰이라는 두 조직의 대립 관계로 치환돼 버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공수처의 본래의 설치 목적인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범죄 척결을 위한 수사보다 검찰개혁 기능이 전면에 내세워지면서 공수처와 검찰 간 대립 구조가 형성됐고, 그동안 검찰이 쌓아온 수사력이나 범죄 관련 노하우를 공수처가 이용하지 못하게 된 상황을 개탄했습니다.

결국 입법으로 해결될 문제… 반대 입장에도 귀 기울여야

공수처법 해석을 둘러싼 공수처와 검찰의 갈등은 결국 국회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공수처를 하루빨리 출범시켜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문제 발생의 소지가 있는 여러 조항들에 대해 좀 더 디테일한 내용을 담지 못한 채 법이 시행된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구체적인 개개 사건별로 법원에서 다퉈진 뒤 법률의 최종 해석기관인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결론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 교수의 얘기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공수처는 검찰, 경찰과 함께 협력해 고위공직자의 부패범죄 척결에 앞장서야 할 기관이지,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에 갇혀 검찰과 권한 다툼을 벌여야 할 기관이 아니라는 얘기 말이죠.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고위공직자라고 해서 공수처가 검찰의 상급기관일 수 없고, 차관급인 공수처장이 장관급인 검찰총장의 상관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첩 관련 조항 등을 해석하면서 “무조건 나를 따르라”는 식의 주장만 되풀이해선 절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번에 발간된 주석서는 그런 면에서 좀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쟁점이 되고 있는 여러 공수처법 조항을 해석함에 있어,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들의 목소리에만 귀 기울여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습니다. 좀 더 시야를 넓혀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의 목소리를 경청할 때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고 미흡했던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김진욱 공수처장의 사과가 진심이기를, 또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자세로 업무에 임하겠다”는 다짐이 올해 꼭 지켜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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