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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법썰] 佛대사관에 전단 붙인 무슬림들… 대법, 선처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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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중학교 교사 참수사건
마크롱 대통령 '사원폐쇄·강경발언'에 일부 무슬림 '항의·반발'
2심 "직접 해악 아닌 항의"… 벌금형 선고유예 선처

지난해 10월2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한 무슬림 여성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발언에 항의하는 벽화 앞을 지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0월2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한 무슬림 여성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발언에 항의하는 벽화 앞을 지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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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무슬림을 모욕하지 마라." "우리에게 칼을 빼 들고 온 자는 그 칼에 죽는다."


지난해 11월1일 밤 10시쯤.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 대사관 외벽에 이 같은 문구가 적힌 전단들이 부착됐다. 'X' 표시가 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얼굴도 함께였다. 러시아 국적의 A씨와 키르기스스탄 국적으로 국내 대학원을 다니던 B씨가 한 일이었다.

그로부터 약 2주일 전 프랑스 파리에선 '중학교 교사 참수' 사건이 있었다. 한 역사 교사가 수업시간에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우스꽝스럽게 풍자한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가 이슬람 극단주의 청년에게 길거리에서 참수를 당했다.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일부 이슬람 사원을 폐쇄하거나, "개화가 필요하다"는 등 무슬림 전체를 싸잡아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중동과 아시아의 일부 무슬림 사이에서 반프랑스 시위가 확대됐다. 무슬림인 A씨 등이 한국에서 이 사건 전단을 붙인 배경이었다.


한국 검찰은 이들을 외국사절협박 및 협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법정에서 이들은 테러 등 보복할 의사나 협박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이 A씨 등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6개월간의 통화내역을 분석했지만, 다른 혐의점은 찾을 수 없었다. 3년간 국내에서 생활하며 범죄를 저지른 적도 없었다. A씨 등은 대사관 직원 등 피해자들에게 사죄했다.

1심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프랑스에서 발생한 참수 사건으로 전 세계가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발생한 범행이고, 대사관 관계자들이 상당한 두려움을 느꼈다"며 협박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것이다. 다만 "대사를 구체적으로 지목해 협박하려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법정형이 훨씬 무거운 외국사절협박죄는 무죄로 봤다.


2심은 각 벌금 3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하며 선처했다. 선고유예란 범행이 가벼운 피고인에게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특정한 사고없이 기간을 넘기면 선고를 면하게 해주는 제도다. A씨 등이 무슬림으로서 마크롱 대통령의 행보에 항의의 뜻을 전달하려던 게 우선이었고, 사용된 문구들도 성경구절과 비슷할 뿐이거나 '해악을 가하겠다'는 직접적인 표현이 아닌 점 등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사건 직후 구속돼 구치소에서 오랜 기간 구금된 부분도 참작했다.


6일 대법원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원심은 외국사절협박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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