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마신 운전자에 “차 빼라” 한 뒤 음주운전 적발한 경찰 … 법원은 운전자에 '무죄'
[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이상현 기자] 운전자의 음주 사실을 알고도 경찰이 주차된 차량을 이동하라고 한 후 지시에 따라 운전한 음주운전에 대해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창원지법 형사3-1부(재판장 장재용)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은 A(45) 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A 씨는 2019년 11월 2일 오전 8시 30분께 창원시 의창구 명곡지구대 주차장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59%의 주취 상태로 약 10m 거리를 운전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1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A 씨는 사건 발생 전날 지구대 주차장에 자신의 카니발 차량을 주차한 후 맞은편 인근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숙박업소에 잠을 청하던 중 당일 오전 7시께 지구대 소속 야간 당직 경찰관으로부터 차량을 이동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A 씨는 "술을 마셔 현재 운전할 수 없으니 잠시 뒤에 차를 빼러 가겠다"고 답했으나, 경찰이 계속 차량을 빼달라고 요구하자 차량을 지구대 주차장에서 인근 도로까지 10여m를 운전했다.
그 무렵 한 경찰관이 지구대에서 나와 A 씨의 음주 여부를 측정했고, A 씨는 면허정지 수준의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A 씨는 당시 경찰의 음주단속을 함정수사에 의한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경찰에게 자신이 음주한 사실을 명백히 알렸음에도 계속 운전을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잡았다는 취지였다.
1심 재판부는 "경찰관의 음주단속을 위법한 함정수사로 보기 어렵고, 피고인의 음주운전이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A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 씨의 음주 상태를 알고 있었음에도 경찰이 방치한 점을 인정했다.
함정수사로 보기는 어렵더라도 범죄행위(음주운전)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범죄행위를 저지하지 않은 점 등이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았고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 발생일은 토요일 아침으로 피고인이 특별히 운전해야 할 만한 사정이 없었고, 경찰관의 지속적인 전화가 없었다면 숙취 해소 전까지 차량을 이동할 의사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충분히 사전에 범죄행위를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그대로 이를 방치해 범죄행위를 하도록 한 후 수사를 개시하는 것은 적법절차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12조와 수사의 상당성과 비례성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199조나 경찰관직무집행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적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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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판결이 뒤집혀 무죄가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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