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유통규제, '묻지마' 아닌 '따져보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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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유통규제 관련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11월에 일몰이 도래하는 대규모점포 출점제한 규정과 대형마트와 기업형수퍼마켓에 대한 영업제한 규정을 향후 5년간 더 연장하겠다는 법안은 약과다.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거나 기존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들이 우후죽순처럼 발의되고 있다. 업계의 한숨과 비명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서 대기업이 운영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복합쇼핑몰, 백화점, 아웃렛, 전문점, 면세점도 의무휴업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안, 대규모점포 개설 시 행정절차를 현행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하는 법안, 대형매장을 짓지 못하는 '전통상업보존구역'의 범위 기준을 현행 전통상점가 경계 1㎞에서 20㎞로 늘리는 법안 등이 발의되어 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직전 사업연도 소매업종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인 백화점, 대형마트 등을 대규모 유통업자로 지정하고, 납품업체나 매장 임차인에 대한 불공정 거래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온라인 몰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겠다는 개정안도 발의되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 대형마트들은 비수익 매장 폐점과 직원들에 대한 무급휴가를 실시하고 있다. 백화점은 면세 명품 판매와 일정 금액 이상 구매 고객에게 무료배송 서비스 제공이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근근히 버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은 유통기업의 사기를 북돋우는 당근을 제시하기는커녕 규제의 채찍질을 더욱 매섭게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달 24일 대한상의에서 개최되었던 유통혁신포럼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현행 유통규제 도입 10년간 그 실효성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그간의 규제도입 효과에 면밀한 분석과 성찰 없이 현행 규제의 시행기한을 추가 연장하고, 나아가 규제를 강화하는 입법안을 앞 다퉈 발의하고 있다. 유통규제가 '포퓰리즘'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묻지마'가 아니라 '따져보자'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라는 명분만 내세우면 규제 도입이 무사통과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해당 규제가 꼭 필요한가, 대체 정책수단은 없는가, 규제가 최소한의 범위에서 최단기간 동안만 적용되고 있는가, 전체적인 관점에서 규제로 인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큰가 등을 면밀히 따져본 후에 규제도입 여부가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유통규제 도입의 금과옥조 근거로 드는'유통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또는'대ㆍ중소 유통업의 상생발전'은 단순하게 한 쪽을 억누름으로써 다른 쪽을 보호하는 일차방정식이 아니다. 유통산업의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을 균형 있게 고려하고, 유통생태계와 소비자 관점까지 포괄하는 고차방정식에서 해답을 구해야 한다. 특히,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도 우리 경제발전과 유통생태계에 일조하는 한 축이라는 점과 2019년 대형마트 3사 기준 중소납품업체 수가 6800여개, 입점소상공인 점포수가 약 6000여개에 달하고, 복합쇼핑몰 입점매장의 약 70%가 중소상공인들이라는 점, 이들도 정책적 보호 대상임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최근 비대면 소비 확산과 안전 중시의 소비 트렌드 변화와 빅데이터,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기술의 발전은 유통산업에 위기와 기회 요인을 동시에 던져주고 있다. 변곡점에 선 유통산업에 실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규제를 연장하거나 새로운 규제를 덧씌우는 것은 위기만 심화시킬 뿐이다. 쉬운 규제의 길보다 어렵고 지루한 혁신과 상생의 길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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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호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장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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