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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안사면 더 올라"…정책 실패가 '내집 조바심'에 기름 부었다

최종수정 2020.07.08 11:25 기사입력 2020.07.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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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6월 아파트 거래량 올해 처음 1만건 돌파
전세난 갈수록 심해지고 청약 당첨 사실상 불가능
반복된 정부 부동산 대책 그때마다 집값 급등 목격
남편 집주인, 아내 세입자 꼼수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상황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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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결혼한 신혼부부 A씨는 현재까지 혼인신고를 미루고 있다. 결혼 7년 이내 부부에게 주어지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노리고 있어서다.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아이를 가진 뒤 혼인신고를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최근 A씨는 차라리 당장 남편 명의로 집을 구입한 뒤 자신이 세입자로 들어가는 꼼수를 쓰는 방법까지 고민하게 됐다. 이 경우 6개월 내 입주하지 않더라도 전세대출을 받아 부족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올해 들어 처음으로 1만건을 넘어선 것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집값을 잡기는커녕 오히려 실망감과 시장의 불안감만 키웠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집값 급등의 공포와 내 집 마련 실패의 두려움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자금)' 사재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지금 못 사면 영영…값싼 외곽 아파트라도 사자= 전문가들은 특히 거래량 증가가 노원ㆍ강서구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집값 상승세에서 소외됐던 지역들에 집중된 것에 주목했다. 강남권은 물론 웬만한 강북 지역에서도 84㎡(전용면적)는 물론 59㎡ 안팎의 소형 아파트값까지 잇따라 10억원 안팎으로 치솟고 있다. 그러자 이렇다 할 자산이 없는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은 사실상 접근이 불가능한 시장이 돼버린 상황에서 그나마 외곽 지역에 남아 있는 집이라도 사야 한다는 조바심이 불러온 현상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매수세가 이동하면서 외곽 지역 집값도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강북권에서 그나마 교육 여건이 좋은 곳으로 꼽히는 노원구 일대 아파트는 젊은 층의 공포 매수(패닉 바잉)가 몰리면서 아파트값이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 11단지 59㎡ 실거래가는 지난 4월 4억2700만원에서 6월 5억원으로 뛰었다.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골드파크 1차 84㎡는 5월 10억5000만원에서 6월 11억3700만원으로 손바뀜됐다. 구로구 구로동 신도림태영타운 84㎡도 지난 4월 9억500만원에서 6월 9억8000만원으로 실거래가가 급상승했다. 실거래가 변화가 목격되니 '지금 집을 사지 못하면 외곽으로 밀려난다'라는 공포가 젊은 층에 확산되는 셈이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더라도 이 지역들의 집값 상승세가 뚜렷하게 읽힌다. 6월 다섯째 주 서울에서는 강서(0.10%), 강북(0.10%), 구로(0.09%), 노원(0.08%), 도봉(0.08%)구의 매매가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주택 매매시장에서 젊은 층의 비중도 커졌다.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중 30대의 비중은 30.7%였다. 지난해 상반기(25.3%), 하반기(29.8%)와 비교해 눈에 띄게 높아졌다. 6ㆍ17 부동산 대책으로 지난 1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시 6개월 내 전입 의무가 시행된 만큼 6월 젊은 층의 거래 비중은 더 늘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강서구 방화동 도시개발12단지의 주택을 4억원대에 매입한 30대 B씨는 "앉은 자리에서 1000만원을 올려버리는데, 눈물을 머금고 그 가격에 계약했다"면서 "며칠 뒤 부동산에서 2000만원 더 비싸게 거래가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나마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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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순환의 연속, 바닥에 떨어진 정책 신뢰도= 최근의 시장 상황은 30대의 집값 공포를 더 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돼 매물을 철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전세 계약 해지를 결심했다는 성동구 하왕십리동에 사는 30대 C씨는 "6ㆍ17 대책 후 눈을 감았다 뜨면 근처 구축 아파트도 1000만원씩 올라 있다"면서 "자금 마련을 위해 부모님을 설득 중인데 더 오를까 봐 불안함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왕십리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해 앉은 자리에서 실거래가를 볼 수 있으니 집주인들이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는 절대 거래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그러니 계약하러 와서 집값을 올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값 공포가 매수세를 자극하고 이는 매물 철회, 매물 잠김 현상을 불러와 집값을 더 끌어올리는 악순환 구조가 반복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단순한 공포를 넘어 정치권 지형까지 뒤흔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집값 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까지 지시한 것도 이같은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도 30대의 집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에 따르면 7월 첫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은 지난주 대비 3.5%포인트 내린 49.8%(매우 잘함 29.3%, 잘하는 편 20.5%)로 나타났다. 주중 집계에서 국정 수행 지지율이 40%대를 기록한 것은 3월3주차 이후 처음이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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