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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목마름·배고픔·영양부족서 벗어난 '스마트팜' 돼지…한돈의 살길

최종수정 2020.06.01 09:20 기사입력 2020.06.0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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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산업, 선진국 대비 원가 경쟁력 낮지만 기술력으로 경쟁력 높여야
'한국형' 스마트 돈사 제일종축…악취·오염·질병 3無 모토 "동물복지 실현"
ICT와 축산업 융·복합 스마트팜이 한돈의 살길…농장데이터 통합 플랫폼 개발

이범권 선진 총괄사장이 5월20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이범권 선진 총괄사장이 5월20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돼지고기는 시스템입니다. 한돈(국산 돼지고기)의 소비를 늘리는 방법은 소비자가 믿고 찾을 수 있도록 완벽하게 구축된 시스템을 통해 한돈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지난달 20일 서울 둔촌동에 위치한 선진 본사에서 만난 이범권 선진 총괄사장은 화두로 한국 축산업의 경쟁력 저하 문제를 꺼내 들었다. 축산 선진국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씁쓸한 표정은 지었지만 해법은 있다고 단호하고 진지한 어조로 강조했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사육에서부터 도축, 유통까지 모든 부분에서 선도적인 기술 도입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해법에 대해선 'ICT(정보통신기술)와 축산업의 융·복합'이라고 딱 한마디로 정리했다.

하림그룹 축산 계열사 '선진'. 소비자들에게 '선진 돼지고기'로 친숙한 대한민국 대표 축산식품전문기업이다. 단순히 돼지고기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회사를 속속 파헤쳐 보면 놀라울 정도로 내실과 사업 포트폴리오가 탄탄하다. 1973년 양돈사업을 시작으로 사료산업, 돼지고기 식육사업, 육가공사업에 이르기까지 47년간 국내 축산업의 전 부문을 선도해왔다. 특히 1997년부터는 국내 시장의 포화보다 한발 앞서 글로벌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 현재 필리핀, 중국, 베트남, 미얀마, 인도에 진출했다. 이 총괄사장 집무실 정면에 놓인 큼지막한 세계 지도에서 선진의 글로벌 비전에 대한 의지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탄탄한 매출도 자랑한다. 2014년 첫 매출 1조원 돌파에 이어 2019년까지 6년 연속 매출 1조를 달성했다. 선진 로고가 선명하게 박힌 점퍼를 입고 마주한 이 총괄사장은 숫자(매출 실적)로만 선진의 경쟁력을 증명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지만 그의 웃음에서 자부심이 전달됐다. 아시아경제는 이 총괄사장을 만나 선진의 사업 비전과 한돈 품질 경쟁력 해법·한국 축산업의 미래 등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 축산업의 경쟁력 저하를 언급했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유럽이나, 기타 축산 선진국 대비 원가경쟁력 낮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격투기 체급 차이처럼 대한민국 국토보다 넓은 평야를 이용한 초대규모의 양축 환경과 유통, 오랜 기간 닦아온 체계적 축산 노하우 등 '기본 골격'이 다른 글로벌 축산 선진국들을 따라잡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같은 기술력과 설비라면 당연히 원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한국 축산업·축산물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방안은 무엇인가.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ICT·스마트 분야와 축산업의 융·복합으로 스마트팜(첨단농장)을 만드는 것이다. 선진은 2012년부터 '한국형 스마트 돈사'의 기본 설계를 정립한 선진 설립의 모태 농장인 '제일종축'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선진 제일종축 농장은 1974년 설립된 양돈 농장이다. 당시 농가의 부업 수준에 머물러 있던 영세한 국내 양돈업을 국가적인 식품산업으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취지에서 설립된 대형 농장으로, 총 8만5000평의 부지에 1만6000마리의 돼지 사육이 가능하다. 2011년 전국적인 구제역 파동을 맞아 제일종축은 농장을 빠르게 재가동하는 대신 질병에 강하고 효율성이 높은 선진 양돈 시스템 도입에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40여년간 사용한 돈사의 리모델링에 나섰다. 8개월 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2012년 리뉴얼 오픈한 현재의 신축 제일종축은 악취, 오염, 질병이 없는 '3무(無)'농장을 모토로 삼고 이를 위한 최신 기술을 농장에 접목시켰다. 스마트팜 운영으로 동물복지도 실현하고 있다.

이범권 선진 총괄사장이 5월20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이범권 선진 총괄사장이 5월20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구체적으로 동물복지를 어떻게 실행하고 있는가.

◆양돈농장 동물복지 인증 기준에 따르면 모든 돼지는 군사사육을 원칙으로 하며, 스톨 내 감금 사육은 금지한다. 다만 임신돈의 안정과 유산 방지를 위해 교미 또는 인공수정 후부터 4주까지는 스톨에서 사육될 수 있다. 제일종축에서는 모돈의 안전을 위한 3~4주간의 최소 기간을 제외한 모든 사육 과정에서 스톨 사육을 배제했고, 돼지들에게 넓은 활동 공간을 제공하는 군사 사육을 실시하고 있다. 개과 동물과 마찬가지로 땀샘이 없는 돼지는 더위 및 추위, 습도 변화에 취약하다. 더운 여름철에 돼지 농가의 폐사율이 급증하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더불어 분뇨 등으로 더러워진 환경을 정기적으로 처리하지 않으면, 암모니아 농도가 증가해 돼지의 건강을 해치곤 한다. 제일종축은 이러한 환경적 변화에 돼지가 힘들어하지 않도록 매일 온도·습도를 포함한 돈사 환경을 쾌적하기 유지하기 위해 별도의 기준을 만들어 철저히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미세한 관리가 동물복지를 비롯한 농장 성적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 돼지는 기본적으로 민감하고 예민한 동물이다. 자연적인 습성을 억지로 금지시키거나, 행동이 제약될 때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쉽고 심한 경우 우울증 및 이상행동을 보이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제일종축에서는 어금니 갈기 등 돼지의 습성을 자연스럽게 행할 수 있는 놀이기구를 설치했고 전기봉 및 방망이 등 돼지를 위협하는 사육도구는 전면 배제했다.


-동물복지 농장를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을텐데.

◆스마트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든다. 일반 농장을 구축하는 것보다는 최소 15% 이상의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동물복지 실현을 위해서는 ICT 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기존의 방법이나 관행으로 축산업을 바라보는 것은 동물복지라는 가치 실현에 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모돈 군사사육에서 개체 별 급여시스템이 가장 큰 예이다. 동물복지 인증 기준에서 가장 첫 번째 항목은 '목마름, 배고픔, 영양 부족으로부터의 자유'이다. 기본적으로 영양상태의 불균형은 가축의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스트레스의 요인이 되기에 동물복지 인증에서는 적절한 먹이와 충분한 수분 공급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모돈을 넓은 공간에서 군사사육을 진행할 경우 개체 별 적절한 영양 공급이 힘든 것이 현실이다. 제일종축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돼지의 귀에 RFID 칩을 부착해 개별 개체의 사료 섭취량은 물론 건강 상태에 대한 리포트가 중앙 컴퓨터로 전송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군사사육 환경에서도 각 돼지의 상태에 맞는 사료를 제공할 수 있으며 건강 상태에 문제가 발생할 시 빠르게 조치할 수 있다.


-동물복지 돈육은 사실 대중화되지는 않았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동물복지 축산물 인증이 처음 도입된 해는 2012년으로 제일종축은 지난해 11월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획득했다. 하지만 그간 동물복지 돼지고기 브랜드가 보이지 않은 원인은 까다로운 인증 절차에서 비롯된다. 동물복지 축산물 인증은 동물복지 농장 인증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우선 농장이 동물복지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환경 변화에 민감한 돼지의 특성 상 이동 및 도축 등 과정에 대한 동물복지 인증 기준이 더욱 깐깐하다. 인증을 받은 도축장의 수요가 5곳이 채 되지 않은 것도 동물복지 돼지고기의 유통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제일종축의 경우에도 농장 인증 후 10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동물복지 브랜드육 '선진포크한돈 바른농장'을 출시할 수 있었다.


-선진 돼지고기의 강점은 무엇이고, BI 교체 이유는 무엇인가.

◆'선진포크'는 1992년 론칭한 국내 최초의 돼지고기 브랜드다. 소비자시민모임 우수 축산물 브랜드 인증 도입 첫해부터 지금까지 15년간 단 한 번도 인증을 놓치지 않는 대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모든 돼지고기 브랜드 중 단 3개 브랜드, 민간 브랜드 중에서는 유일한 기록이다. 10년만에 '선진포크'에 한돈을 결합한 '선진포크한돈'으로 BI(Brand Identity)를 변경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돼지고기로써 현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돈 농가를 응원하고자 결정했다. '돼지고기도 시스템이다' 모토 아래 선진은 한국인 입맛에 가장 잘 맞는 돼지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종돈을 개량하고 그에 맞는 사료와 사양관리를 통일했고 앞으로도 브랜드 철학인 '언제 어디서나 한결같은 맛'을 실현해 나갈 계획이다.


- 축산업 발전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기술개발이 있나.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해 전국 '농장 데이터 통합 플랫폼'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플랫폼 체계가 이루어지면 더욱더 정밀한 관리가 가능해져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선진은 45년 양돈 노하우를 바탕으로 양돈농장 관리 프로그램 '스마트 피그팜'을 만들었다. 축산도 4차산업혁명의 새로운 물결이 밀려들고 있다. 선진은 기존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축산업 혁신을 선도할 축산 ICT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고 한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기도 안성에 육류가공·유통까지 합쳐진 현대식 식품복합단지도 건립할 예정이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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