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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사람]'대리만족 vs 합리적 소비'…페이크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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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모피나 가죽을 반대하는 시위 모습. 페이크슈머는 인조모피나 가죽을 구입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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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진짜'보다 '가짜'가 더 주목받는 시대일까요? 실제로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힘들고, 어느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기 때문에 포장이 더 잘된 쪽이 진짜로 받아 들여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비싸고 싼 가격의 차이, 아니면 어느 쪽이 더 유명한지, 그것도 아니면 품질의 차이로 구분할까요? 요즘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보다 가격 대비 성능, 즉 '가성비(價性比, Cost-effectiveness)'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따집니다.

소비자가 지불한 가격에 비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능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큰 효용을 주는지를 나타내는 척도가 가성비인데, 이런 가성비를 철저히 따져 소비하는 대표적인 사람들이 '페이크슈머(Fakesumer)' 입니다. 가짜를 뜻하는 페이크(Fake)와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Consumer)가 합쳐진 신조어인데, 요즘의 젊은 세대를 상징하는 용어라 할 수 있습니다.


페이크슈머라는 용어 자체는 '가짜를 사는 소비자'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합리적 소비자'라고 하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적은 돈과 시간으로 최대의 만족을 얻기 위해 명품과 비슷한 외관이나 성능을 가진 대체상품을 소비하거나 가상체험을 하는데 돈과 시간을 들이는 사람들이 페이크슈머입니다.


실제로 경험하는 대신 가성비 높은 대체재로 체험을 구매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20대가 페이크슈머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한정된 예산과 시간 안에서 최대의 소비 효율을 얻기 위해 확실하게 따져본 후에 소비하는 경향을 보여줍니다.

기성세대가 쌓아왔던 '비싸면 좋은 제품', '브랜드가 곧 품질'이라는 허상을 비웃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질 높은 정보로 무장한 소비자들이 브랜드와 품질을 분리하고, 질 좋고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골라냅니다.


스마트폰 배경화면 이미지로 좋아하는 연예인과 가상으로 연애하는 것처럼 배경화면을 치장하거나, 직접 캠핑을 가지 않고 집 안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거나 인테리어를 해 캠핑 분위기를 내고, 가격이 비싸 구입하기 어려운 제품 대신 비슷한 성능과 감성을 표방하는 저가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 출국을 하지 않고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로드뷰 프로그램을 활용해 세계 각국의 여행지를 둘러보거나, 직접 웨딩의상을 빌리고 지인들에게 저렴하게 부탁해 웨딩 촬영을 하고, 집에서 예식을 진행하는 하우스웨딩으로 새로운 트랜드를 이끌기도 합니다.


이들 페이크슈머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가성비를 따지는 젊은층의 소비문화는 '브랜드는 곧 품질'이라는 공식을 과감하게 깨뜨리면서 타인의 시선보다 개인의 만족을 중시하게 됩니다. 기성세대에 비해 경제력에서는 뒤지지만 정보력에서는 앞선다는 장점을 잘 활용하는 것입니다.

집에다 캠핑장비를 설치해 놓고 홈캠핑을 즐기기도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집에다 캠핑장비를 설치해 놓고 홈캠핑을 즐기기도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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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슈머는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며 현실적인 행복을 좇는다"는 가치관으로 소비한다고 합니다. 상품 소비를 통해 그 상품을 소비할 예상 계층에 속한 듯한 느낌을 받는 '파노플리(Panoplie) 효과'에 매몰된 일부 젊은층의 소비와는 대비되는 소비 형태입니다.


'자기만족을 위한 소비'라는 측면에서 보면 둘은 동일한 소비 형태라고 볼 수 있겠지만, 합리적인 소비를 따지면 페이크슈머가 훨씬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며 현실적인 행복을 좇는다'는 주장이 왠지 먹먹합니다. 잘못된 가치관을 기성세대가 억지로 심어준 것은 아닌지 반성하는 마음도 가지게 됩니다.


진짜와 가짜는 굳이 구분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스스로 가성비 '갑'으로 평가했다면 그것이 진짜입니다. 페이크슈머라는 용어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데 '리얼슈머'로 바꾸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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