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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구업계 대목 '어린이날'은 '어른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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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믹스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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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직장인 김성원씨(38세)는 어린이날 행사를 맞아 평소 사고 싶었던 200만원짜리 마블 피규어를 구매했다. 김씨는 "2009년에 단종된 '레고 스타워즈 밀레니엄 팔콘 10179'는 당시에는 60만원 이었지만 현재는 중고로 35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며 "마블 피규어 동호회에 가면 어린이날 행사에 맞춰 몇 천만원씩 쓰는 사람도 있어 나는 명함도 못 내민다"고 혀를 내둘렀다.


11살 초등학생 아들을 둔 주부 최미진(41세)는 매년 어린이날 선물로 고민에 빠진다. 한 때 터닝메카드나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 사러 줄까지 섰지만 아들이 컴퓨터게임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최 씨는 "어린이날 선물로 장난감을 사왔지만 애가 흥미를 잃은 데다 인기 아이템들은 너무 비싸 살 엄두도 안난다"면서 "가뜩이나 지갑도 얇아졌는데 5월은 돈이 많이 나가는 달이라 올해는 아울렛에 가서 옷이나 하나 사주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완구업계 최고 대목인 어린이날(5월5일)을 앞두고 장난감 시장이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린이날의 주인공인 어린이의 완구 구매율은 떨어지고 피규어ㆍ전자게임ㆍ드론 대표적인 키덜트(Kidultㆍ어린이같은 감성을 지닌 어른)의 완구 판매는 증가하고 있어서다. 유통가에서는 어린이 완구 매출을 올리기 위해 초저가 할인 등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으며 큰 손으로 떠오른 키덜트족을 잡기 위해 장난감 경쟁력을 키워 대응하는 모습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의 지난해 장난감 판매율은 전년대비 2.0% 역신장했다. 2017년 -3.4%에 이어 2년 연속 줄어든 것이다.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에서의 판매도 부진하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의 올해 1분기 장난감 판매는 1% 신장에 그쳤다. 지난해 7% 신장에 비해 크게 둔화된 것이다. CJ ENM 오쇼핑 부문이 운영하는 CJ몰도 지난해 완구 주문금액이 지난해보다 10%나 역성장했다. 전년 -6%보다 더 떨어진 것이다.


어린이용 완구 매출이 줄어든 것은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등 디지털 기기와의 경쟁에서 밀린 영향이 가장 크다. 실제 미국의 대형 완구 체인인 토이저러스는 2017년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덴마크의 완구업체 레고도 같은 해인력을 구조조정했다. 두 회사 모두 어린이들이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놀이에 더 많은 시간을 쓰면서 외면당하면서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또 업계를 리드하는 '히트 상품'이 부진한 영향도 있다. 2012년 또봇, 2013년 다이노레인져, 2015년 터닝메이트 카드 등 업계를 리딩 할 수 있는 메가히트작이 있었지만 현재는 전무한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2015까지 완구 품목이 두 자릿 수 신장률을 보였지만 최근 소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출산률 저하로 인한 완구 주 소비층 감소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사상 처음으로 1명 아래로 떨어졌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저치다. 출생아 수도 전년보다 3만900명 감소했다.


레고 스타워즈 밀레니엄 팔콘 10179

레고 스타워즈 밀레니엄 팔콘 10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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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완구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반면 키덜트용 장난감 매출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키덜트 상품의 매출은 전년대비 94% 증가했고 지난 2월까지 전년 동기대비 150% 신장했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일렉트로마트의 지난해 피규어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75.8% 성장했고 올해 3월 기준으로 전년대비 32.1% 늘었다.


구매력이 있는 소비층인 만큼 고가의 제품에도 지갑을 척척 열고 있다. 롯데마트 토이저러스가 내놓은 레트로 게임기 재믹스 미니(28만5000원)는 지난 18일 온라인몰에서 450여대가 2분만에 완판됐다. 한꺼번에 소비자가 몰리면서 해당 홈페이지가 마비됐을 정도다. 별도의 추가 스틱 150개도 2분안에 함께 품절됐다. 재믹스는 1984년 대우전자가 MSX 컴퓨터를 개조해 만든 국산 게임기로 30~40대의 첫 게임기로 유명하다. 이번에 판매된 재믹스 미니는 '재믹스V'의 외형을 그대로 축소한 복각기다. 지난 19일 롯데마트 잠실점 2층 토이저러스 매장에서 판매한 50대도 개장 이전부터 줄을 서 있던 고객들로 순식간에 동이 났다.


일렉트로마트에서는 100만원대 마블 피규어가 월 평균 3~5개씩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키덜트족을 겨냥한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일렉트로마트는 최근 게임사 블리자드와 손잡고 영등포 점에는 블리자드 기어 존을 오픈했다. 블리자드의 슈팅 게임 오버워치 및 PC온라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역할수행게임(RPG) 디아블로 캐릭터들의 피큐어, 게이밍 장패드 등이 판매된다. 20만원대 피규어부터 부담 없는 3만~5만원때까지 가격도 다양하게 구성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일본 직구 1위가 식품류에서 키덜트를 위한 완구ㆍ인형류(14%)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2년전 키덜트 열풍 때만큼은 아니지만 어른들을 위한 수요가 꾸준한 편"이라며 "키덜트들은 한번 구매할 때 고가의 물품을 사기 때문에 큰 손으로 불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완구도 트랜드가 있어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해를 넘기면 팔기 어려워진다"며 "이에 대대적인 행사를 하는 5월은 완구를 구매하기 좋은 시기"라고 설명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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