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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일경제, 함께 갈때 더 좋았다

최종수정 2019.04.23 12:00 기사입력 2019.04.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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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어느 대형마트로부터 국민횟감 제주 광어회를 반값 세일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비싸서 평소 접하기 어렵던 제주 광어를 절반 가격에 살 수 있다니…. 그 이유가 궁금해 뉴스를 찾아봤다. 지난해 광어 수출량의 80%를 차지하는 일본으로의 광어 수출이 9.3%나 줄어든 것이 결정타였다는 것이다. 굴, 광어를 비롯해 그동안 값싸고 질 좋은 한국 수산물을 찾는 일본 바이어들만 바라보고 장사해온 국내 양식업계의 시름이 깊은 것 같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일본 기업이 배상하라는 최종 판결을 내린 이후 한일 관계가 급랭하면서 일본 기업과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체 관계자로부터 일본 정부의 보복 조치 등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2018년 우리의 일본 수출액은 305억달러로 5위 수출 대상국이며 수입액도 546억달러로 3위에 해당하는 등 일본이 우리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작지 않다. 반도체 장비 등 핵심 부품소재의 대일 의존도가 높아 한일 외교 관계 경색이 장기화될 경우 전자업종 등 우리 주력 제조업의 직접적 타격은 불 보듯 뻔하다. 금융 측면에서도 외국인직접투자(FDI)와 주식 투자 등의 형태로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일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금융시장 혼란과 국제신용평가등급 하락 등 역시 우려된다. 2018년 말 현재 일본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 누계액은 440억4000만달러, 2019년 1월 말 기준 일본의 우리나라 상장 주식 보유액은 13조60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한일 관계는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많은 갈등 속에서도 늘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왔고, 한일 관계가 좋았을 때 우리 경제도 좋았다는 것이다. 국교 정상화 후 일본 기업의 한국 투자가 러시를 이뤘고, 기술 제휴가 본격화됐다. 현재 일본 기업들은 한국에 390여개사가 진출해 8만2000여개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제3국에서 이뤄진 한일 기업의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만 해도 2008년 이후 100건이 넘는다. 양국 외교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서도 지난해 300만명에 육박하는 일본인이 한국을 찾았다. 일본을 찾아간 한국인 관광객은 754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는 중국의 일방적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 조치로 한 차례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해당 기업은 모든 중국 투자 프로젝트에서 철수해야 했고, 국내 관광업계와 K뷰티기업 역시 서울 시내면세점과 관광지 거리를 가득 채웠던 중국 단체관광객(요우커)들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역대 최악으로 경색된 한일 관계가 제2 사드 사태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 현재 우리 경제는 글로벌 보호주의, 중국 경기 둔화, 노 딜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 등으로 수출이 4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매우 어렵다. 글로벌 보호주의 타개,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 아시아ㆍ태평양 신(新)통상질서 참여,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이 3ㆍ1절 기념사에서 천명한 신(新)한반도 체제의 구현을 위해서는 일본의 절대적 협조가 필요하다. 다행히 양국 외교 당국에서 지난해 12월부터 국장급 협의를 비롯해 경색 관계를 풀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가동 중이다. 지난달 니카이 도시히로 일본 자민당 간사장은 B20 도쿄 서밋 참석을 위해 일본을 찾은 전경련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사이가 나쁠수록 만나야 한다"고 말하는 등 아직 일본 정계 지도자들의 인식이 최악은 아닌 것 같다. 조만간 한일 양국이 공동 책임 분담 원칙에 기반해 대안에 합의할 것을 기대해본다. 양국 정부 간 합의는 되도록 오는 6월22일 한국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일 이전에 이뤄지면 더욱 좋겠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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