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인내심 싸움 예고‥트럼프 빅딜 압박 지속

金 "연말까지" 언급에 트럼프 "급하지 않아"
폼페이오, 핵무기 WMD제거 재차 강조
北 제재 완화 대신 체제 보장 전환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연말까지 새 계산법'이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요구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은 기존의 '빅 딜' 원칙을 거듭 확인했다. 북ㆍ미가 서로 대화 의지는 피력하면서도 양보는 없다는 기준을 세우고 있는 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번스빌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행사에서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라면서도 "나는 빨리 가고 싶지 않다. 빨리 갈 필요가 없다"며 "(대북) 제재는 그대로"라고 했다.

추가 제재 없이도 시간이 갈수록 김 위원장의 상황이 불리해진다는 점을 감안해 장기전으로 김 위원장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도 이날 텍사스 A&M대학 강연에서 제재 해제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과 대량살상무기(WMD) 제거에 대한 상응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아울러 미국이 빅 딜 접근법을 내려놓을 시한으로 연말을 적시한 김 위원장의 발언을 거론하며 "좀 더 빨리 이뤄지는 걸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빅 딜 접근법을 고수한 상태에서 김 위원장의 '연말' 발언을 미국식대로 해석하며 오히려 북한의 비핵화가 연말 이전에 빨리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대북 제재 해제보다 내가 더 원하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오히러 "더 빨리 해제가 이뤄졌으면 한다"며 북한을 압박했다.

이 역시 장기전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삼갔다. 판을 깨지 않으며 현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북ㆍ미 모두 상황 탐색에 나선 만큼 남북 정상회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북 특사 파견 대신 바로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예상된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반응이다. 북한이 비핵화의 상응 조치로 요구해왔던 '제재 완화'를 접고 대신 체제 보장과 종전선언 등으로 요구 조치를 변경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 위원장이 전략을 바꿔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개설과 같은 조치에 주력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완고한 입장으로 '제재 해제 요구' 카드는 사실상 교환 가치를 잃었고,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북한이 다른 카드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최근 북한 정세 및 한미 정상회담 평가'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연구원은 이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시정연설을 통해 '쌍방이 서로의 일방적인 요구조건들을 내려놓고 각자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건설적인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라고 언급한 사실을 지적하며 "이는 북한이 협상안 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제재 해제 중심의 상응 조치 요구에서 탈피할 가능성은 지난 14일 조선신보를 통해 관측된 바 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인 이 신문은 "조선(북한)이 제재 해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다른 행동 조치로 저들의 적대시 정책 철회 의지와 관계 개선 의지, 비핵화 의지를 증명해 보이지 않으면 안 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은 자신들이 원했던 제재 완화는 어렵다고 보고, 새로운 상응 조치를 통해 대화의 모멘텀을 살려가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의 요구사항이) 종전선언, 군사적 위협 해소나 체제 보장과 관련된 상응 조치 요구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체제 보장 조치에 주력한다고 해도 핵심은 비핵화에 있는 만큼 미국이 만족할 만한 조치를 내놓는 게 더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온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설득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는 의미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