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급발진 의심사고에 운전자 면허정지는 부당"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갑작스러운 차량 출발로 교통사고를 내 면허가 정지된 운전자에 대해 법원이 이른바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면허 정지처분을 취소했다.
급발진은 운전자의 조작과 관계없이 엔진 출력이 급상승하고 제동 성능은 급저하되는 상태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단독 한지형 판사는 A씨가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마포경찰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국산 대형 SUV 차를 몰던 A씨는 지난해 10월22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세차장에서 자동세차를 마치고 나온 직후 차량이 갑자기 출발해 편도 4차로 도로를 횡단했다.
A씨의 차량은 차로를 지나던 자동차 2대를 충격한 뒤 중앙선을 넘어 한 건물 외벽에 부딪쳐 정지했다. 이 사고로 피해 차량의 운전자 및 동승자 8명이 다쳤다.
마포경찰서는 지난 3월 A씨에 대해 안전운전 의무 위반과 인적 피해 교통사고 등을 이유로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A씨는 해당 사고는 급발진에 의한 것으로 고의나 과실이 없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급발진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검사 결과를 인정하면서도, A씨의 고의나 과실로 사고가 일어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국과수는 사고 직후 차량을 검사한 결과 ▲차량 브레이크 시스템에 고장이나 결함이 없었던 점 ▲차량 브레이크 시스템의 성능을 고려하면 엔진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도 적절히 작동할 경우 제동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세차장 CCTV 영상에서 차량 브레이크등의 점등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급발진 현상이 없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사고 차량에서 급발진 현상이 발생했는지 직접적으로 증명하기 힘들고, 해당 사고가 급발진 현상에 의한 것으로도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차량 내부 블랙박스와 주유소 CCTV 영상에 따르면 이 사건 차량은 갑자기 엔진음이 커지면서 출발했고 A씨와 배우자는 차량 진행 중 '왜 이러냐'고 소리쳤다"며 "이런 굉음과 차량 내부자들의 상태 등은 급발진 상황에서 많이 발견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삼전·하닉 놓쳐도 기회 있다"…목표가 '100만원'...
이어 "A씨가 중앙선을 넘어선 이후 방향을 틀어 사람이 없는 곳으로 차량을 진행시키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 정도로 상황 분석을 할 수 있었다면 그 전에 브레이크를 밟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경찰은 사고 당시 브레이크 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목격자에 대한 조사나 다른 객관적인 자료 확보를 하지 않았고, A씨에게 정신적인 장애가 있거나 정신 질환으로 치료를 받았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