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디지털 혁명, 생명공학 발달 등 6가지 문제 제시
신간 '앨 고어, 우리의 미래'는 그가 2013년 출판한 '더 퓨처스(The Futures)'를 번역한 책이다. 2007년 노벨위원회는 앨 고어를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인류가 초래한 기후 변화에 대한 지식을 축적하고 널리 알림으로써 이에 대한 대책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노력했다"고 밝혔는데, 이 책은 그 선정이유에 부합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앨 고어는 우리가 운명에 대한 통제력을 되찾고 긍정의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6가지 문제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호 깊이 연결돼 경계가 사라진 글로벌 경제 ▲전 지구적 디지털 혁명 ▲세계 권력의 중심축 이동 ▲지속 불가능해진 성장의 부작용 ▲생명공학의 혁명적 발달 ▲인간과 생태계의 관계 변화 등이 그것이다.
지구주식회사는 글로벌 경제의 중심축도 바꾸어 놓았다. "산업혁명을 통해 서방 유럽과 미국이 글로벌 경제를 지배하게 됐다면, 지구주식회사의 출현은 경제적 힘을 서양에서 동양으로 옮겨놓고 있으며, 그 힘은 전 세계에 걸쳐 새롭게 성장하고 부상하고 있는 여러 경제권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앨 고어는 미국을 추월하며 글로벌 경제의 무게중심이 되고 있는 나라로 '중국'을 꼽았다. 하지만 언론 자유의 부재, 베이징에 집중돼있는 독재적 권력, 정치 및 경제 시스템 전반에 걸친 부패, 환경오염 등으로 중국이 최근의 성장률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보인다.
재임 당시 '정보 고속도로'라는 용어를 유행시킬 정도로 인터넷 발전에 큰 관심을 보였던 앨 고어가 정부의 '빅데이터' 사용과 인터넷 감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점도 흥미롭다. 인터넷이 제공하는 '무제한의 지식과 세속적인 즐거움'을 얻는 대가로 우리는 일종의 '사이버 파우스트적인 거래'를 맺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9.11사건 이후 미국 정부는 오히려 손쉽게 개인들의 정보를 수십하고, 이들을 감시할 수 있는 명분까지 얻게 됐다. 이에 따라 정보의 통제, 인간성의 획일화, 프라이버시 문제 등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그는 경고한다.
이 책은 총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그래프나 도표, 그림 등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이 책은 이론적 논의에 충실했다. 그가 제시한 미국 정치 시스템이 세계 지성의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는 전제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 질 수 있다. 하지만 통제력을 상실한 현재의 미국 정치 시스템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고 있다. 앨 고어는 일각에서 '다시 정치에 도전하고 싶은 미련이 있냐'는 질문에 알코올 중독에서 회복되고 있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현재 정치 중독에서 회복 중입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재발 가능성이 줄어들어 이제는 그 유혹에 굴복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앨 고어, 우리의 미래 / 앨 고어 지음 / 김주현 옮김/ 청림출판 / 1만9800 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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