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지갑을 여는 모든 소비자의 마음은 갈대….' 단돈 10원·100원 차이에도 품질 대비 가격이 저렴한 상품을 찾는 알뜰 구매족이 증가하면서 각 대형마트나 편의점이 독자적으로 제작한 자사상표부착(PB) 제품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다. 이전까지 PB제품을 '경쟁사 짝퉁'이라는 시각에서 가볍게 봐왔던 게 사실이지만, 최근 불황을 타고 PB제품 매출이 매년 두 자리 숫자로 쑥쑥 성장하고 있고 PB제품 구색 또한 날로 증가하고 있어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가격은 브랜드 제품보다 최대 30%까지 저렴하면서 우수 중소기업들이 제 작해 품질도 뒤지지 않아 업계에서는 관련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마트는 PB제품 중 하나인 '통큰', '손큰' 브랜드 상품을 올 연말까지 100여개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10월 기준 총 60여개로 지난해 말 30개에서 2배 증가했다. 통큰·손큰 브랜드 상품이 신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품질 대비 가격 경쟁력에 있다.
롯데마트가 통큰·손큰 상품 중 가격 비교가 가능한 21개 상품의 가격을 일반 브랜드 상품과 비교해 본 결과, 통큰·손큰 상품 가격이 일반 상품보다 평균 36% 가량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이들 제품을 지난 1년간 구매해 일반 상품을 구매했을 때보다 절약할 수 있었던 금액은 최대 320억원.
에누리 없이 정가받기로 유명한 편의점업계에서도 PB제품이 대세다.
편의점 CU(옛 훼미리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BGF리테일의 PB제품 매출은 매년 두 자릿수로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2010년 대비 67% 신장한 데 이어 올 상반기 PB제품 매출은 전년대비 87% 증가했다.
이렇다보니 CU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PB제품의 비중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2010년 7.2%·2011년 9.4%으로 증가했다. 올해에는 신규 출시된 PB제품 수가 171개로 전년대비 2배가량 늘어 PB제품 매출 비중은 전체의 1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가 1000원짜리 아이스크림과 과자다. 지난 11일 출시한 '1000콘바닐라'의 경우, 일반브랜드의 아이스크림콘과 동일한 품질에 가격은 최고 50% 저렴해 최근 2 주간 평균 매출이 252% 성장했다. '1000칩 오리지널 어니언' 역시 일반브랜드 제품보다 가격은 500원~1000원 저렴하면서 맛과 용량은 거의 비슷해 이달 한 달 동안 주간 평균매출이 115% 신장했다.
이용상 CU 상품본부장은 "PB상품 개발에 있어 합리적인 가격에 높은 품질 만족도를 느낄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경기 불황에 맞춰 다양한 상품 카테고리에서 차별화된 PB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고객들의 알뜰 쇼핑을 돕겠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500원짜리 PB제품 구색을 늘려 현재 아이스크림 3종·과자류 7종·생수 1종(500ml)을 판매하고 있다. 가격이 저렴한 만큼 소비자 반응도 뜨겁다. PB과자류 7종 은 9월 기준 전년대비 매출이 72% 가량 늘었고 PB와라아이스바와 PB깊은산속옹달샘물의 경우 각각 지난해 5월·9월부터 해당 카테고리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덕분에 세븐일레븐의 PB 상품 매출은 올 1월부터 9월까지 전년동기 대비 38% 신장했으며 이는 전체 매출의 33.8%를 차지할만큼 몸집이 커졌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브랜드 제품과 가격이 많이 차이나지 않아도 PB제품을 찾는 경향이 짙어졌다"면서 "그만큼 품질면에서 일반브랜드 제품과 거의 동일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여기에 불황이라 몇 십원, 몇 백원이라도 더 싼 것을 찾으려는 소비심리가 강해져서 PB제품이 잘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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