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회생보다 돈줄죄기..재무구조 오히려 더 악화

[아시아경제 조철현 기자]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업체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부도 업체'라는 꼬리표가 달려 공사 입찰 참여에 많은 제약을 받는 것은 기본이고 재개발ㆍ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된 이후 시공사 자격이 박탈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다보니 신규 수주는 '남의 떡'인 경우가 많다.


신규 분양도 가시밭길이다. 채권단의 반대가 심한 데다 워크아웃이라는 낙인이 분양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것 같아 섣불리 사업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채권은행이 기업 회생보다는 채권 회수에 몰두하면서 해당 업체의 재무구조와 수익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최민수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중인 건설사들이 회생은 고사하고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다"며 "자구 노력에 힘쓰는 건설업체들이 고사하지 않도록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신규 수주 뚝…'일감' 부족으로 '허덕'=워크아웃 업체들의 가장 큰 애로는 신규 수주와 분양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A건설업체는 워크아웃 돌입 이후 신규 공사를 한건도 따내지 못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망한 회사 아니냐는 인식 때문에 민간 공사를 따기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A건설과 시공능력이 비슷한 규모의 B건설도 올 들어 재건축ㆍ재개발 수주 실적이 초라하긴 마찬가지다. 내년 상반기 신규 분양이 확정된 사업지는 수도권 재건축 단지 한곳이 전부다. 이 회사 한 임원은 "워크아웃 기업은 신규 사업을 진행하고 싶어도 채권단에 막혀 부지매입 자금을 확보할 방법이 없고, 재개발ㆍ재건축 사업 역시 브랜드 인지도 등에 밀려 수주는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기업이라는 딱지 때문에 시공권을 잃는 경우도 있다. 인천 검단신도시 당하지구에 들어서는 454가구 규모의 아파트 공사를 따낸 C건설은 최근 워크아웃 회사란 딱지에 발목이 잡혀 시공권을 대형건설업에 뺏겼다.


실적 개선을 통해 워크아웃을 졸업해야 하는 C건설로선 1년6개월 이상 기다려온 시공권을 타사에 넘겨줘 쓴 입맛을 다셔야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내년에는 재개발ㆍ재건축 수주가 다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수혜는 일부 대형사에 국한된 것"이라며 "구조조정 업체는 아예 입찰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민간 공사 발주 물량이 워크아웃ㆍ법정관리를 진행 중인 업체들에게는 '남의 떡'이라는 얘기다.


◆주택 공급 실적 '0' 업체 수두룩=공공 공공부문 물량도 보증기관들이 공사이행 보증 등 보증서 발급을 꺼리고 있어 워크아웃 건설업체의 경우 사실상 단독 수주가 불가능하다.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D건설사는 보증기관이 시공보증서가 발급해주지 않아 눈물을 머금고 수주를 포기해야 했다.


주택 공급 물량도 줄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액 100위 내 워크아웃 및 법정관리 업체 25곳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분양한 주택은 6287가구에 그쳤다. 업체별 평균 분양 물량이 251가구에 불과한 셈이다.


이 중 절반인 12개 업체는 올 들어 단 공급 실적이 제로(0)였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채권단의 반대가 심한 데다 부도 업체라는 낙인이 분양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것 같아 섣불리 사업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영 상황 더 악화=수주 및 공급 실적 부진은 워크아웃ㆍ법정관리 업체들의 경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9년 상반기에 워크아웃을 시작한 11개 건설사 중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을 졸업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 4개사(동문건설ㆍ삼호ㆍ우림건설ㆍ풍림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그 해 260%에서 지난해 483%로 악화됐다. 같은 기간 평균 영업이익도 168억원에서 39억원 적자로 줄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줄 죄기'와 지난친 경영 간섭은 멈춰 줄 모른다. 시중은행들은 워크아웃 당시 지원하기로 명시한 사업장의 자금 집행을 계속 미루는가 하면 현금 유동성을 위해 꼭 필요한 공공 공사마저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수주를 가로막기 일쑤다.

AD

워크아웃 중인 E건설사는 얼마 전 대형 공공공사를 따냈지만 은행 등에서 지급 보증을 거부하는 바람에 계약을 포기해야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경영난 타개를 위해 채권단에 추가 신규자금 지원을 요청하면 부실 우려를 이유로 거절당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채권단이 기업의 부실을 털어내고 좀 더 튼튼한 회사를 만들기에 힘쓰기보다는 자신들이 빌려준 '돈'을 회수하는 데만 급급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채권단 입장에서도 미분양 주택이 쌓인 건설업체에 신규 사업자금을 지원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너무 자금 회수를 앞세우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중인 건설사 대부분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삼았던 업체들"이라며 "이들 기업들의 회생을 위해서는 주택 시장이 먼저 회복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철현 기자 choch@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