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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형 "신애리보다 유경옥 역이 더 즐거워요"(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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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형 "신애리보다 유경옥 역이 더 즐거워요"(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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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처음엔 유경옥 역을 반납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어린 아이의 엄마도 아니고 다 큰 어른의 엄마라니! 나이로나 연기력으로나 저보다 잘 어울리는 다른 분이 더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아서였죠. 제게 맡겨주신 분들은 저 자신도 보지 못한 제 안의 어떤 걸 보신 건데 제가 너무 그릇이 작았나 봐요.”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에서 신애리 역으로 대성공을 거둔 김서형이 최근 SBS 월화드라마 ‘자이언트’에서 유경옥 역으로 다시 한번 물 오른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 드라마 악역 연기사(史)에 한 획을 그었다 할 만큼 대단한 연기를 펼쳤던 그가 이번에는 상반된 캐릭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캐릭터의 변화무쌍한 정도나 나이의 변화를 따지면 김서형이 그간 연기한 어떤 캐릭터보다 난이도가 높다.
“경옥이라는 인물 자체가 팔색조고 인생이 파란만장한 여자이다 보니 배우로서 욕심도 생기고 두려움도 있었어요. 배우란 직업이 원래 다양한 연령대를 넘나들 수 있어야 하지만, 분장의 도움을 받는다 해도 제가 해낼 수 있을까 의심이 들었어요. 단순하게는 ‘나도 아직 시집을 못 갔는데!’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웃음)”

‘자이언트’의 경옥은 한국 현대사의 단면과도 같은 인물이다. 허름한 술집의 작부에서 최고급 사교클럽 사장이자 거물급 사채업자로 성장한다. 술집작부 경옥은 귀엽기도 하고 푼수 같기도 하지만, ‘큰손’ 경옥은 단호하고 엄격하며 묵직하다. 솜털처럼 가볍던 여자는 한국 근대사를 관통하며 단단한 금속덩어리로 탈바꿈한다. 그것도 차가운 금속덩어리가 아니라 온기가 서려 있는 금속덩어리다.

“제가 먼저 캐스팅이 되고 박진희씨가 결정이 됐어요. 나이 차이가 5살 정도밖에 안 나니 당황스러웠죠. 그런데 드라마가 좋으면 그러한 설정도 시청자분들이 받아들여주시는 것 같아요. 문제는 제가 얼마나 모성애를 드러내느냐인 거죠. 모성애가 담긴 눈길을 연기해야 했는데 돌아가신 아버지나 혼자 계신 어머니를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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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의 김서형은 ‘아내의 유혹’의 김서형과 확연하게 다르다. 뜨거운 불을 토해내던 신애리와 달리 유경옥은 기쁨과 슬픔, 분노와 안타까움을 무표정 속에서 드러내야 한다. 큰 표정 변화 없이 얼음장 같은 냉정함과 구들장 같은 따뜻함을 표현해야 한다. 시청자들은 눈을 부릅뜨지도 않고 핏대를 세우지도 않는 김서형에게서 경옥의 복잡한 감정을 읽어낸다. 김서형의 연기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증거다.

"신애리를 연기하는 건 무척 힘든 일이었어요. 연기하며 희열을 느끼기도 했고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하지만 즐기는 단계에까지 이르지는 못했어요. 많이 지치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신애리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유경옥을 선택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그건 아니에요. 관계자 분들이 신애리의 그림자를 벗으려면 시간이 걸릴 테니 시간을 더 가져야 하지 않겠냐고 해서 속상하긴 했죠. 그러다 보니 강박적으로 신애리와 다르게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변신하려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어쨌건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 강약을 조절하고 톤을 조절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아내의 유혹’을 마치고 다들 김서형은 당분간 신애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 속단했지만, ‘자이언트’는 그것이 틀렸음을 바로 증명해 보였다. 덕분에 처음으로 연기를 즐기면서 하는 단계에 이르기도 했다. 스스로도 "작년보다 올해가 좋다"고 말한다. 한때 자신을 가혹할 만큼 다그치며 연기했지만 이제는 조금 여유를 찾게 됐다. '욕심을 부리되 초심을 잃지 말자'는 게 김서형의 연기 지론이다.

김서형은 대기만성형의 배우다. 1994년 KBS 공채 탤런트로 시작해 긴 무명의 터널을 지나 2003년 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으로 데뷔했다. 이후 출연한 작품들에서 그는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이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드라마 속 캐릭터와 동일시하기 힘들 만큼 유머러스하고 쾌활한 김서형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다음 작품에선 어떤 캐릭터가 나올지 궁금증이 절로 생긴다. 성장하는 배우에게선 독특한 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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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 kave@
스포츠투데이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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