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최고 몸값을 구사하며 승승장구했던 공모주들이 하반기에는 일제히 낮은 몸값 책정에 곤혹을 치르며 줄행랑을 치고 있다. 공모주의 테마화(化)가 절정에 달하며 자금조달 창구가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반기(7~12월) 공모주 시장의 주인공으로 불리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두 기업이 갑작스런 상장 연기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는 급변한 시장상황에서 비롯된다. 지난달 30일 코스피가 1700을 터치한 이후 1600선에서 맴돌자 신규 상장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기 시작한 것. 앞서 상장한 동양생명보험과 진로가 실제 기대한 공모가보다 상당 금액 낮춰진 가격으로 상장된 데다 '증시 하락=공모주 실패'가 일종의 공식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포기가 빨라지게 됐다. 즉, 기업 실적을 따진 투자보다는 테마로 접근하는 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하락장은 기업들 사이에 자금모집에 실패하는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공모주의 테마화는 상승장에서도 확인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자금조달이라는 것이 투자심리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증시 상황을 가장 신경 쓸 수밖에 없다"면서도 "실적 등 펀더멘탈을 토대로 기업을 보지 않고 공모주로 묶어보는 투자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공모주 시장의 급열(熱)급랭(冷) 현상은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기관의 단타 매매 창구로 IPO가 악용되고 있는 점도 상장 준비 기업들을 움츠리게 하는 이유로 제시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예전에는 신주를 공모할 때 기관에 일정기간의 보호예수 기간이 있어왔지만 지금은 최대주주에만 적용된다"며 "이에 기관들은 대부분 상장 직후부터 배정 물량의 대부분을 털어내는 경우가 많이 발견되고 대기업의 경우 물량이 커서 더욱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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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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