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의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이 채권 시장에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두 국가는 시장금리를 떨어뜨리기 위해 국채 매입에 나섰으나 이보다 발행 물량이 커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고 아울러 금리 인상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를 살리기 위한 저금리 정책이 경기부양책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얘기다.
로이터통신의 칼럼니스트 제임스 사프트는 최근 투자자들이 미국과 영국의 국채 매입에 입맛을 잃었고, 이 때문에 양국 정부는 경기부양책을 추진하는 과정에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기 위해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고, 과잉 공급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국채 매입으로 시장금리를 떨어뜨리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미국과 영국은 대대적인 재정적자 정책을 펴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자금은 국채 발행으로 조달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양국은 초저금리 통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0~0.25%로 내렸고, 영국 역시 0.5%다.
저금리와 함께 대규모 국채 매입을 포함한 양적 완화 정책을 추진, 시장금리를 떨어뜨려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소비도 늘리겠다는 것이 두 정부의 의도다.
이 같은 정책의 효과에 대해서는 단정적으로 예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두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우선 미국과 영국 정부가 국채 매입에 나설 때 보유 물량을 팔려고 하는 투자자들이 상당수에 이를 것이라는 사실이다. 반면 두 정부가 자금 조달을 위해 국채 발행에 나설 때 이를 매입하려고 하는 투자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 미국 재무부가 60억 달러 규모의 9년 만기 채권 발행을 실시했을 때 시장의 반응은 저조했다. 핌코의 채권 투자가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당장 국채 투자에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당분간 미국 정부가 엄청난 규모의 국채를 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향후 몇 개월동안 3000억 달러 규모의 장기 국채를 매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FRB가 올해 발행해야 하는 국채는 2조 달러에 달한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가 "미국 국채 수요는 대체 자산에 대한 상대적인 매력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도 해외 투자가들의 우려를 인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미국은 채권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농후하고, 이는 전반적인 시장 금리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영국도 상황이 여의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영란은행(BOE)은 앞으로 3개월에 걸쳐 최대 750억 파운드 규모의 자산을 매입할 계획이다. 영국은 이와 함께 1470억 파운드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영국 역시 새로운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기 위해 국채 발행 규모를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영국은 3월 말 1억 파운드 규모의 40년 만기 국채 발행에 실패했다. 영국의 국채 발행이 불발된 것은 지난 1995년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상황은 경기부양책이 단기적인 효과를 내는 데만 초점을 두고 있다는 비판가들의 주장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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