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가지수 2.9%…체감물가 부담 지속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6% 상승하며 1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석유류 물가는 20% 넘게 올라 전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여파가 교통, 외식 등 생활 전반으로 빠르게 번지면서 앞으로 민생 경제 부담이 한층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6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 이는 2024년 7월(2.6%) 이후 최대 폭 상승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1월 2.4%에서 올해 1월 2.0%, 3월 2.2%로 2% 초~중반 수준의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다가 지난달 들어 2% 후반대로 다시 상승 폭을 키웠다.

이번 물가 급등의 직격탄은 석유류였다. 석유류는 전년 동월 대비 21.9% 폭등해 2022년 7월(35.2%) 이후 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유가 급등이 국내 주유소 가격을 직격한 결과다. 품목별로는 경유가 30.8% 뛰며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 역시 2022년 7월(47.0%) 이후 3년 9개월 만의 최대치다.


휘발유도 21.1% 올라 2022년 7월(25.5%)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등유는 18.7% 상승해 2023년 2월(27.1%)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석유류의 전체 소비자물가에 대한 기여도는 0.84%포인트로, 지난달 전체 상승분(2.56%포인트)의 3분의 1가량을 단독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며 전국 주유소 기름값이 상승하고 있는 9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 기름값이 더 오르기 전에 주유하려는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2026.3.9 강진형 기자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며 전국 주유소 기름값이 상승하고 있는 9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 기름값이 더 오르기 전에 주유하려는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2026.3.9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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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충격, 교통·항공·여행으로 줄줄이 번져

유가 충격은 석유류에서 그치지 않고 생활 전방위로 빠르게 번졌다. 교통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9.7% 뛰어 2022년 7월(15.4%)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지난달(5.0%)과 비교해도 한 달 새 4.7%포인트나 급등한 수치다.

특히 국제항공료가 15.9% 뛰며 교통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국제항공료가 치솟은 것은 국제유가와 연동되는 유류할증료 인상이 결정적이었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항공 유류할증료는 2~3월 중순 국제유가를 기준으로 산정되는 구조여서, 전쟁 발발 직후의 유가 급등분이 4월 항공료에 고스란히 전가됐다"며 "국제항공료뿐 아니라 국내 항공료도 일부 상승 요인이 있겠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 여파는 생활 밀착 서비스까지 옮겨붙었다. 해외단체여행비가 11.5% 오른 데 이어, 자동차 수리비 4.8%, 엔진오일 교체료 역시 11.6%로 두 자릿수 상승 폭을 기록했다. 나프타 등 석유 화학 계열 재료를 사용하는 세탁료 역시 지난달 6.7%에서 8.9%로 뛰었다. 페인트·벽지·바닥재 등으로 구성된 주택수선재료도 지난달 1.0%에서 3.7%로 상승 폭이 확대됐다. 개인서비스 전체로는 3.2%, 공공서비스는 1.4% 각각 상승했다.


이달 초부터 시작된 때 이른 무더위로 농산물값이 오르는 '히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며 최근 일주일 새 수박 한 통이 3만원을 넘어서고, 특히 배추나 시금치 같은 더위에 약한 채소 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14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시금치가 진열돼 있다. 2025.7.14. 강진형 기자

이달 초부터 시작된 때 이른 무더위로 농산물값이 오르는 '히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며 최근 일주일 새 수박 한 통이 3만원을 넘어서고, 특히 배추나 시금치 같은 더위에 약한 채소 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14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시금치가 진열돼 있다. 2025.7.14.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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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이 '방파제'…외식 소폭 둔화, 가공식품은 안정

농·축·수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0.5% 하락하며 물가 추가 급등을 막는 완충재 역할을 했다. 배추(-27.3%), 양파(-32.0%), 무(-43.0%) 등 주요 채소가 기후 여건 개선으로 공급이 늘면서 신선채소 전체가 12.7% 급락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신선과실도 6.3% 내렸다.


외식 물가는 2.6%로 전월(2.8%)보다 0.2%포인트 둔화했다. 지난해 4월 커피·햄버거 등 가격 인상에 따른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상승 폭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가공식품은 지난달 1.5%에서 1.0%로 오름세가 꺾였다. 식품업체들의 출고가 인하 조치가 점차 시장에 반영되면서 가격 안정화가 진행 중이라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해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2.2%)도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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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가계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들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2.9% 상승해 전체 물가상승률(2.6%)을 0.3%포인트 웃돌았다. 특히 식품 이외 생활물가는 3.9% 상승해 서민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물가 부담이 통계 수치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중동전쟁 등 대외 변동성 확대에 따른 물가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석유류를 최우선으로 대응하고 민생물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민생 밀접 품목들을 집중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세종=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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