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취업비리 사건 발단
檢 공정위 기업집단국 압수수색
전관들 대기업 유착 겨냥 '경고장'
"앙숙 같은 균형"에 새 기관들 가세
기업들, 예측불과 "다층조사" 공포

검찰·공정위, 언제부터 ‘앙숙’ 됐나 [혼돈의 공정거래수사]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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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결정적 계기는 2018년 불거진 '공정위 간부 불법 재취업(취업 비리)'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재벌 개혁의 상징인 공정위 기업집단국을 사상 초유로 압수수색했다. 표면적으론 비위 척결이었으나, 실질적으론 공정위 출신 전관들의 대기업 유착을 겨냥한 검찰의 '경고장'이기도 했다. 이때부터 쌓인 깊은 불신은 윤석열 정부 초기 인수위에서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 논의 당시 공정위가 강하게 저항하는 단초가 됐다.


'칼자루'를 쥔 검찰의 압박은 실무에서도 이어졌다. 특히 2023년 이정섭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 시절, 검찰은 공정위 고발을 기다리지 않고 선제적 압수수색에 돌입한 뒤 '고발요청권'을 적극 행사해 전속고발권을 사실상 무력화했다. 혼선은 가구업체 담합 수사 당시 발생했다. 기업들이 공정위에 1·2순위 자진신고를 마쳤음에도, 검찰이 3순위 업체의 '형사 리니언시'를 명분으로 강제수사에 착수한 뒤 거꾸로 1·2순위 업체를 고발하라고 공정위에 요청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공정위에 협조한 기업이 오히려 검찰의 타깃이 되면서 기업들 사이에선 "누구의 약속을 믿어야 하느냐"는 탄식이 쏟아졌다. 검찰은 이를 넘어 횡령·배임 등 일반 경제범죄로까지 수사 전선을 넓히며 기업의 사법 리스크를 극대화했다.

최근 갈등은 지난해 이른바 '민생 담합' 수사를 계기로 3차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검찰은 조 단위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제당 3사(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설탕·전분당 가격 담합 의혹 수사에 전례 없는 속도전을 펴고 있다. 공정위가 과징금 산정을 위해 매출액을 1원 단위까지 획정하는 등 행정 제재 절차를 밟기도 전에, 지난해 하반기 검찰이 먼저 강제수사를 끝내고 기소해버리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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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두 기관은 서로의 전관들이 로비력을 발휘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경쟁적으로 수사 강도를 높여왔다"며 "이러한 불신에서 비롯된 경쟁이 역설적으로 수사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묘한 견제와 균형을 이뤄온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여기에 중대범죄수사청 등 새로운 기관들이 가세할 경우, 기존의 '앙숙 같은 균형'마저 무너지며 기업들은 더 예측하기 힘든 다중 조사의 공포를 마주하게 될 전망이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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