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2관왕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매기 강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골든)을 받았다.
애니메이션 부문에서는 '아르코' '엘리오' '리틀 아멜리' '주토피아 2'를 제치고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주제가상 부문에서는 '다이앤 네버 다이'의 '디어 미(Dear Me)', '시너스: 죄인들'의 '아이 라이드 투 유(I Lied to You)', '기차의 꿈'의 '트레인 드림스(Train Dreams)', '비바 베르디'의 '스위트 드림스 오브 조이(Sweet Dreams of Joy)'를 따돌렸다.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제작진. 왼쪽부터 크리스 아펠한스 감독과 매기 강 감독, 미셸 웡 프로듀서. 로이터연합뉴스

'골든'을 부른 가수이자 공동 작사·작곡가인 이재. 로이터연합뉴스
누적 시청 5억회…'오징어 게임' 제치고 넷플 최고 흥행
이 작품은 걸그룹 헌트릭스가 사람의 영혼을 노리는 악령 보이그룹 사자보이즈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탁월한 시각 특수효과(VFX)와 K팝의 역동성을 결합해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한다.
지난해 6월 공개된 뒤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글로벌 누적 시청 5억회를 넘겼고, '오징어 게임'을 제치고 역대 넷플릭스 콘텐츠 가운데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한국적 정서와 대중음악을 주류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보편적인 매력으로 환산해 냈다.
비평적 성취도 압도적이다. 지난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받았고, 지난달 그래미 시상식에선 K팝 장르 최초로 '시각매체용 최우수 노래' 부문에 호명됐다. 애니메이션계 아카데미로 불리는 애니상에서 10관왕을 달성했으며, 미셸 웡 프로듀서는 미국제작자조합(PGA)에서 최우수 극장용 애니메이션상을 차지했다.
압도적 음원 인기 덕분…2029년 속편 공개
오스카 트로피를 두 개나 거머쥔 배경에는 압도적인 음원 흥행 기록이 자리한다. 골든은 발매 직후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 진입해 8주 연속 최상위권을 지켰다. 영화에 삽입된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앨범 역시 전 세계 음원 차트를 석권하며 K팝 팬덤을 넘어선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북미에서 영화를 보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싱어롱' 상영회가 매진 행렬을 기록할 정도였다.
전 세계적 열풍의 바탕에는 한국적 세계관과 할리우드 자본의 성공적인 결합이 있다. 제작진은 무당굿, 탈춤 등 한국의 고유한 문화적 요소를 현대적인 아이돌 산업과 교묘하게 엮어냈다. 할리우드 평단은 "가장 한국적인 소재를 가장 세계적인 보편성으로 풀어낸 수작"이라며 국경을 초월한 서사의 힘에 찬사를 보냈다.
이례적인 흥행과 비평적 성공에 넷플릭스는 발 빠르게 움직인다. 지난 13일 매기 강 감독을 비롯한 주요 제작진과 다년 전속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속편 제작을 공식 확정했다. 2029년 공개를 목표로 본격적인 기획 단계에 돌입했다. 전 세계 영화계가 이들이 새롭게 써 내려갈 다음 궤적을 주목한다.
헌트릭스 축하무대…판소리·전통무용까지
영화 속 걸그룹 헌트릭스(HUNTR/X)의 목소리를 맡은 이재(가운데), 오드리 누나(오른쪽), 레이 아미(왼쪽)가 시상식 2부 축하 무대에 올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A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이날 시상식 2부에서는 영화의 주제가인 '골든(Golden)'의 축하 무대가 펼쳐졌다. 영화 속 걸그룹 헌트릭스(HUNTR/X)의 목소리를 맡은 이재(EJAE), 오드리 누나(Audrey Nuna), 레이 아미(Rei Ami)가 직접 무대에 올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구성진 판소리 가락으로 문을 열었다. 사물놀이패의 대금과 꽹과리 소리로 시작해 한국의 전통 미학을 강조했다. 무대 연출은 악귀를 사냥하는 영화 설정에 맞춰 무당굿의 움직임과 탈춤의 사위를 가미했다. 배경 스크린에는 단청 문양과 전통 산수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상이 흘러나왔고, 갓과 한복을 입은 무용수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또 "영원히 변하지 않는" 등 한국어 가사가 돌비극장에 울려 퍼졌다. 한국어 수상 소감도 듣기 힘든 '로컬' 시상식 아카데미에서 보기 드문 무대였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응원봉 흔들…할리우드 배우들도 즐겼다
객석에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엠마 스톤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K팝 팬덤을 상징하는 응원봉을 흔들며 환호했다. 응원봉은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자에게 나눠준 기념품 가방에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들은 "가장 한국적인 소재가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했음을 증명한 무대"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