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처럼 구겨진 건물, 파도가 치는 듯한 금속 외벽… 그가 남기고 간 건축물은 파격에 파격이었다.
지난해 12월, 96세의 나이로 영면에 든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는 현대 건축 역사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영향력 있는 인물로 평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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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많던 철물점 소년, 거장이 되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2004년 5월 12일 토론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월드컵 오브 하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왼쪽), 2023년 10월 5일, 로스앤젤레스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3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갈라'에 참석한 수상자이자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1929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난 프랭크 게리는 유대계 노동자 계층 가정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외조부가 운영하던 철물점에서 나사·못·공구 등을 가지고 놀았던 경험이 훗날 투박한 산업 재료들을 건축에 과감히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가 사용하는 재료 안에서 움직임이라는 아이디어를 시도해 보고 싶었다"
1947년 그는 가족을 따라 LA로 이주했고,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건축을 전공, 하버드대에서 도시계획을 공부한 이후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했다. 1989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비롯해 주요 상을 휩쓸었다. 영국 왕립건축가협회 금메달과 미국 예술가협회 평생공로상, 캐나다 훈장을 받았다.
스페인 북부 산업도시 빌바오에 세워진 구겐하임 미술관은 프랭크 게리의 대표작이다. 1997년 개관한 이 건물은 티타늄 외피로 뒤덮인 파격적인 형태로 당시 건축계를 뒤흔들었고, 이 미술관 하나로 쇠락해가던 도시가 세계적인 문화 관광지로 부활했다. 이후 건축물이 도시 경쟁력을 살리는 현상을 뜻하는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땅속에서 솟아오른 듯한 반짝이는 은빛 형상의 조화로 이뤄진 이 건물의 경쾌한 외관은 감정적으로 충만한 새로운 건축의 도래를 알렸다" - 뉴욕타임스(NY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