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
사건을 재현하는 일부 그래픽과 텍스트는 불편한 장면을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반죽 리프트

소스 배합기(교반기)
SPC는 빵 만드는 기계 대부분을 주문 제작 방식으로 들여오고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하지만 공장에서 3명이 기계 끼임 사고로 사망하는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①기계 가동 중 개입 ②안전장치 미설치·고장 ③손 닿지 않는 비상정지 버튼 등 노동자 사망 현장에서 발견된 정황들은 매뉴얼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제지하지 않는 허술한 관리에서 비롯된 인재 사고라는 점을 가리킨다.
움직이는 기계에 몸을 밀어 넣다
SPC 기계 끼임 사망 사고 피해자들은 움직이는 기계에 몸을 밀어 넣으면서 근무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올해 5월19일 시흥시 SPC삼립 공장에서 근무하던 양모씨(55·여)는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 하단부에 들어가서 윤활유를 뿌리다가 상체가 끼여서 사망했다. 움직이고 있는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 안에 직접 들어가 작업을 한 것이 사고의 원인이다.
2023년 8월 8일 성남시 샤니 공장에서 '반죽 리프트'에 끼여 사망한 고 모 씨(55·여) 역시 별다른 제지 없이 가동 중인 기계 주변에서 업무를 진행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9조에 따르면 리프트 등 수송기계의 정비·청소·교체·조정 작업을 할 때 기계를 일단 멈춰야 한다. 사고 기계를 다루던 2명의 노동자들은 반죽 분할량을 바꾸기 위한 리프트 노즐 교체 작업 중에도 불구하고 기계를 가동하고 있었다.
2022년 10월 15일 평택시 SPL 공장에서 사망한 박 모 씨(23·여)도 가동 중인 '소스 배합기' 안에 손을 넣어 뭉친 소스를 풀어주다 변을 당했다. 사고로부터 10년 전, 산업안전공단은 식품 가공용 기계에 손가락을 가까이하는 작업을 할 때 기계 운전을 정지하도록 정하고 있다.
위급 상황 막는 안전장치는 없었다
피치 못하게 작업자들이 규정을 어기고 가동 중인 기계에 접근했더라도 이들의 위험한 상황을 막거나 알릴 수 있는 장치는 사고 현장에 없었다. 샤니 성남공장에 있는 반죽 리프트의 경고음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고 씨가 배합볼이 내려오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 채 그대로 끼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소스 배합기 역시 혼합용기에 덮개를 달아서 손을 집어넣지 못하도록 방지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덮개를 열어야 할 경우 기계가 자동으로 멈추도록 인터록을 필수적으로 달아야 한다. 인터록이란 덮개가 열리는 등 특정 조건에서 기계를 자동으로 멈추게 하는 장치다. 하지만 박 씨가 일하던 소스 배합기에도 인터록이 없었다.
올해 5월19일 오전 3시 사고가 발생한 경기 시흥시 SPC삼립 공장의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 가동 모습을 3D로 재현했다. 양씨는 윤활유를 뿌리기 위해 가동 중인 기계 하단부로 들어갔다. 기계 하단부에는 비상정지 버튼이 없었다. 스튜디오 우타
원본보기 아이콘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의 경우 '인터록'이 달린 펜스를 설치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펜스 형태가 아니더라도 줄을 당겨 기계를 멈추는 등 다른 방식의 제동 장치도 존재한다. 서용윤 동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펜스까지 설치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이라며 "컨베이어 벨트의 사이마다 손가락이 끼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씌워놓는 것 역시 원칙이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손 닿지 않는 비상정지 버튼
공장 노동자는 근무 중 위험한 상황에서 기계의 비상정지 버튼을 누를 수 있어야 한다. 산업안전규칙 제88조는 사업주가 기계 동력차단장치를 노동자가 작업 위치를 이동하지 않고도 조작할 수 있는 위치에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2022년 10월14일 경기 평택시 SPL 공장의 '소스 배합기'에서 발생한 사고를 3D로 재현했다. 비상정지 버튼은 우측 제어판에 있었지만 발걸음을 옮기지 않으면 닿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스튜디오 우타
원본보기 아이콘박 씨는 오른팔이 회전 날개에 걸리면서 머리가 혼합용기 안으로 들어갔다. 박 씨의 키는 160cm다. 이 키의 여성 팔 길이는 보통 55cm 정도다. 하지만 혼합용기 우측 끝에서 비상정지 버튼까지의 거리는 108cm다. 이동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누를 수 없는 위치다.
2023년 8월8일 오후 12시33분 경기 성남시 샤니 공장의 '반죽 리프트'에서 작업하다가 발생한 사고를 3D로 재현했다. 반죽량 조정 등 작업 중임에도 기계 주변으로 작업자들은 접근할 수 있었다. 경고음도 울리지 않아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 스튜디오 우타
원본보기 아이콘고 씨 역시 마찬가지다. 반죽 리프트의 비상정지 버튼은 상승·하강 버튼과 함께 배합볼의 좌측 기둥에 달린 제어판에 몰려 있다. 반죽 리프트의 노즐 교체 작업 중에는 노동자가 기둥 뒤에 서 있어야 해 시야에서 제어판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사고 당시 고 씨는 팔을 올려 반죽 리프트의 노즐 교체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상체와 머리는 모두 비상정지 버튼과 반대편인 우측을 향했다.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 역시 하단부에 사람이 들어갈 일이 없게끔 설계돼 하단부에는 비상정지 버튼이 없었다. 노동자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하단부에 들어가는 작업 절차가 있었다면 비상정지 버튼도 기계 하단부에 설치했어야 한다. 기계를 멈출 수 있는 비상정지 버튼은 컨베이어 벨트 하단부에서 누를 수 없는 위치의 제어판에 있었다.
목차빵 공장의 죽음
- [빵 공장의 죽음] '멈추지 않는 기계'가 삼킨 생명들
- 철판 낀 기계 끄지도 않고…"손으로 빼라고 목장갑 던져줬다"
- "결국 화장실도 교대로" 끼임사고 이후 노동 강도만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