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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공장의 죽음

[빵 공장의 죽음] '멈추지 않는 기계'가 삼킨 생명들

SPC그룹 공장의 사망자는 살아날 마지막 기회조차 없었다.






반복되는 SPC그룹 공장의 끼임 사망 사고 핵심은 관리되지 못한 기계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위험 감지시 기계를 멈출 수 없었다는 것에 있다.






SPC그룹 산하 24개 공장에는 노동자가 잠깐 한눈파는 순간 몸을 빨아들이고 짓이기는 무서운 기계들이 돌아가고 있다.







사고 공장 노동자, 경찰, 산업·공학·의학 전문가 증언과 분석을 토대로 3건의 기계 끼임 사망 사고 과정을 재구성했다.






아시아경제는 사고 기계의 위험성을 보여주기 위한 3D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사건을 재현하는 일부 그래픽과 텍스트는 불편한 장면을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2025.5.19. 오전 03:00 컨베이어 '멈춤' 없이 윤활유 뿌리다 사고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 ■ 역할 : 갓 나온 제품을 식혀 포장할 수 있게 함 ■ 크기 : 높이 5m, 가로 6m, 세로 6m■ 작동방식 : 컨베이어벨트가 천천히 나선형으로 반시계 방향 회전하며 제품 냉각■ 제작연월 : 미상■ 도입시기: 1995년■ 보호장치 여부: 원형 컨베이어 벨트 바깥쪽 비상정지 버튼 설치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

  • ■ 역할 : 갓 나온 제품을 식혀 포장할 수 있게 함
  • ■ 크기 : 높이 5m, 가로 6m, 세로 6m
  • ■ 작동방식 : 컨베이어벨트가 천천히 나선형으로 반시계 방향 회전하며 제품 냉각
  • ■ 제작연월 : 미상
  • ■ 도입시기: 1995년
  • ■ 보호장치 여부: 원형 컨베이어 벨트 바깥쪽 비상정지 버튼 설치





    양모씨(55·여)는 2025년 5월19일 오전 3시 경기 시흥시에 위치한 SPC삼립 공장에서 근무 중이었다.




    양씨는 윤활유 자동분사장치가 고장 난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 하단부로 들어갔다.




    SPC 직원들은 오래된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에서 귀를 찢는 듯한 쇠 긁는 소리가 난다고 했다.





    중심축과 컨베이어 벨트 사이 공간은 여성 한 명 쭈그려 앉을 만큼만 있다.
    양씨는 어두운 기계 아래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윤활유를 뿌리기 시작했다. 순간 손이 컨베이어 벨트에 걸렸다.
    양씨가 작업하러 들어간 기계의 하단부에는 기계를 멈춰 세울 수 있는 비상정지 버튼이 없었다.
    경찰에 따르면 양씨의 신체는 손부터 시작해 팔, 어깨 가슴 순으로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의 기둥과 컨베이어 벨트 사이로 들어갔다.
    양씨는 팔과 몸통, 머리 등 다발성 골절로 인해 사망했다.
    기계의 힘에 의해 양씨의 가슴까지 따라 들어가면서 일어난 압박과 골절이 사망으로 이어졌다.





    2023.8.8. 오후 12:33 리프트 '멈춤' 없이 반죽량 조절하다 사고

    반죽 리프트 ■ 역할: 반죽을 분할기에 투입 ■ 크기: 높이 2m30cm, 가로 1m18cm, 세로 89cm■ 작동방식: 반죽이 담긴 볼이 상하로 운동■ 제작연월: 2020년 8월■ 도입시기: 2023년 3월■ 보호장치 여부: 리프트 기둥에 비상정지 버튼 설치

    반죽 리프트

  • ■ 역할: 반죽을 분할기에 투입
  • ■ 크기: 높이 2m30cm, 가로 1m18cm, 세로 89cm
  • ■ 작동방식: 반죽이 담긴 볼이 상하로 운동
  • ■ 제작연월: 2020년 8월
  • ■ 도입시기: 2023년 3월
  • ■ 보호장치 여부: 리프트 기둥에 비상정지 버튼 설치






    고모씨(55·여)는 2023년 8월8일 오후 12시33분 경기 성남시 샤니 공장에서 근무 중이었다.




    고씨는 동료 작업자 이모씨(55·여)와 함께 반죽이 담긴 배합볼을 올리고, 반죽 분할량을 바꾸기 위해 분할기로 다가갔다.




    작업 중이지만 주변 사람들은 아무런 제지 없이 기계 주변을 다닐 수 있었다.






    고씨는 복부를 분할기 쪽에 붙여서 팔을 뻗었다. 그의 몸은 자연스럽게 리프트와 분할기 사이에 위치했다.
    이씨가 이동하면서 자동 하강 버튼을 눌렀고, 배합볼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내려왔다. 현장에서는 "업무가 바쁠 때 일단 기계 버튼을 눌러놓고 다른 일을 보러 가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한다.
    고씨는 1초에 11.5cm씩 내려오는 배합볼과 기둥 뒤에 가려진 비상정지 버튼을 보지 못했다. 그대로 배합볼을 감싸고 있는 이송장치와 분할기 사이에 끼였다.
    엄청난 압박에 고씨는 심정지 상태에 놓였다.
    고씨는 복부 압박으로 인한 장 파열로 인해 사망했다. 웬만한 충격으로는 장 파열로 인한 사망에 이르지 못 한다.
    상체 너비가 절반 이하로 납작해질 때까지 눌려야만 장 파열이 발생한다.




    2022.10.15. 오전 06:18 소스 배합기 '멈춤' 없이 반죽 풀다가 사고




    소스 배합기(교반기) ■ 역할: 소스 원료 배합  ■ 크기: 폭 2m40cm 높이 1m5cm■ 작동방식: 혼합용기 날개 1분당 18회 회전■ 제작연월: 미상■ 도입시기: 2019년■ 보호장치 여부: 오른쪽 제어판에 비상정지 버튼 설치

    소스 배합기(교반기)

  • ■ 역할: 소스 원료 배합
  • ■ 크기: 폭 2m40cm 높이 1m5cm
  • ■ 작동방식: 혼합용기 날개 1분당 18회 회전
  • ■ 제작연월: 미상
  • ■ 도입시기: 2019년
  • ■ 보호장치 여부: 오른쪽 제어판에 비상정지 버튼 설치



    박모씨(23·여)는 2022년 10월15일 오전 6시18분 경기 평택시 SPL 공장의 야간조였다.




    별일이 없었다면 오전 8시 무사히 귀가했을 것이다.




    박씨는 샌드위치 소스를 만들기 위해 소스 배합기를 사용했다.





    박씨는 뭉친 소스를 풀어주기 위해 뚜껑이 열린 기계에 손을 넣었다.
    기계의 회전날은 1분당 18회씩 회전했다.
    박씨의 오른팔이 소스 배합기 날개에 걸렸다. 하지만 비상정지 버튼과의 거리는 1m8cm로 발걸음을 옮겨야 누를 수 있다.
    끌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 오른팔에 힘을 줬지만 반작용으로 몸이 180도 뒤집히고 말았다.
    공무팀을 비롯한 다른 근무자가 박씨를 발견하고 소스를 퍼냈지만 박씨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기도 폐색성 질식이다. 그래픽의 파란색 부분은 질식, 빨간색은 오른팔 골절을 의미한다.
    통상 질식사까지 걸리는 시간은 6분이다. 하지만 1분이면 의식을 잃을 수 있다는 게 의학 전문가의 소견이다. 스스로 위험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시간은 고작 1분에 불과했다.




    SPC는 빵 만드는 기계 대부분을 주문 제작 방식으로 들여오고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하지만 공장에서 3명이 기계 끼임 사고로 사망하는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①기계 가동 중 개입 ②안전장치 미설치·고장 ③손 닿지 않는 비상정지 버튼 등 노동자 사망 현장에서 발견된 정황들은 매뉴얼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제지하지 않는 허술한 관리에서 비롯된 인재 사고라는 점을 가리킨다.


    움직이는 기계에 몸을 밀어 넣다

    SPC 기계 끼임 사망 사고 피해자들은 움직이는 기계에 몸을 밀어 넣으면서 근무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올해 5월19일 시흥시 SPC삼립 공장에서 근무하던 양모씨(55·여)는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 하단부에 들어가서 윤활유를 뿌리다가 상체가 끼여서 사망했다. 움직이고 있는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 안에 직접 들어가 작업을 한 것이 사고의 원인이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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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8월 8일 성남시 샤니 공장에서 '반죽 리프트'에 끼여 사망한 고 모 씨(55·여) 역시 별다른 제지 없이 가동 중인 기계 주변에서 업무를 진행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9조에 따르면 리프트 등 수송기계의 정비·청소·교체·조정 작업을 할 때 기계를 일단 멈춰야 한다. 사고 기계를 다루던 2명의 노동자들은 반죽 분할량을 바꾸기 위한 리프트 노즐 교체 작업 중에도 불구하고 기계를 가동하고 있었다.


    2022년 10월 15일 평택시 SPL 공장에서 사망한 박 모 씨(23·여)도 가동 중인 '소스 배합기' 안에 손을 넣어 뭉친 소스를 풀어주다 변을 당했다. 사고로부터 10년 전, 산업안전공단은 식품 가공용 기계에 손가락을 가까이하는 작업을 할 때 기계 운전을 정지하도록 정하고 있다.


    위급 상황 막는 안전장치는 없었다

    피치 못하게 작업자들이 규정을 어기고 가동 중인 기계에 접근했더라도 이들의 위험한 상황을 막거나 알릴 수 있는 장치는 사고 현장에 없었다. 샤니 성남공장에 있는 반죽 리프트의 경고음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고 씨가 배합볼이 내려오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 채 그대로 끼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소스 배합기 역시 혼합용기에 덮개를 달아서 손을 집어넣지 못하도록 방지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덮개를 열어야 할 경우 기계가 자동으로 멈추도록 인터록을 필수적으로 달아야 한다. 인터록이란 덮개가 열리는 등 특정 조건에서 기계를 자동으로 멈추게 하는 장치다. 하지만 박 씨가 일하던 소스 배합기에도 인터록이 없었다.


    올해 5월19일 오전 3시 사고가 발생한 경기 시흥시 SPC삼립 공장의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 가동 모습을 3D로 재현했다. 양씨는 윤활유를 뿌리기 위해 가동 중인 기계 하단부로 들어갔다. 기계 하단부에는 비상정지 버튼이 없었다. 스튜디오 우타

    올해 5월19일 오전 3시 사고가 발생한 경기 시흥시 SPC삼립 공장의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 가동 모습을 3D로 재현했다. 양씨는 윤활유를 뿌리기 위해 가동 중인 기계 하단부로 들어갔다. 기계 하단부에는 비상정지 버튼이 없었다. 스튜디오 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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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의 경우 '인터록'이 달린 펜스를 설치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펜스 형태가 아니더라도 줄을 당겨 기계를 멈추는 등 다른 방식의 제동 장치도 존재한다. 서용윤 동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펜스까지 설치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이라며 "컨베이어 벨트의 사이마다 손가락이 끼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씌워놓는 것 역시 원칙이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손 닿지 않는 비상정지 버튼

    공장 노동자는 근무 중 위험한 상황에서 기계의 비상정지 버튼을 누를 수 있어야 한다. 산업안전규칙 제88조는 사업주가 기계 동력차단장치를 노동자가 작업 위치를 이동하지 않고도 조작할 수 있는 위치에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2022년 10월14일 경기 평택시 SPL 공장의 '소스 배합기'에서 발생한 사고를 3D로 재현했다. 비상정지 버튼은 우측 제어판에 있었지만 발걸음을 옮기지 않으면 닿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스튜디오 우타

    2022년 10월14일 경기 평택시 SPL 공장의 '소스 배합기'에서 발생한 사고를 3D로 재현했다. 비상정지 버튼은 우측 제어판에 있었지만 발걸음을 옮기지 않으면 닿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스튜디오 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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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씨는 오른팔이 회전 날개에 걸리면서 머리가 혼합용기 안으로 들어갔다. 박 씨의 키는 160cm다. 이 키의 여성 팔 길이는 보통 55cm 정도다. 하지만 혼합용기 우측 끝에서 비상정지 버튼까지의 거리는 108cm다. 이동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누를 수 없는 위치다.


    2023년 8월8일 오후 12시33분 경기 성남시 샤니 공장의 '반죽 리프트'에서 작업하다가 발생한 사고를 3D로 재현했다. 반죽량 조정 등 작업 중임에도 기계 주변으로 작업자들은 접근할 수 있었다. 경고음도 울리지 않아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 스튜디오 우타

    2023년 8월8일 오후 12시33분 경기 성남시 샤니 공장의 '반죽 리프트'에서 작업하다가 발생한 사고를 3D로 재현했다. 반죽량 조정 등 작업 중임에도 기계 주변으로 작업자들은 접근할 수 있었다. 경고음도 울리지 않아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 스튜디오 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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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씨 역시 마찬가지다. 반죽 리프트의 비상정지 버튼은 상승·하강 버튼과 함께 배합볼의 좌측 기둥에 달린 제어판에 몰려 있다. 반죽 리프트의 노즐 교체 작업 중에는 노동자가 기둥 뒤에 서 있어야 해 시야에서 제어판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사고 당시 고 씨는 팔을 올려 반죽 리프트의 노즐 교체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상체와 머리는 모두 비상정지 버튼과 반대편인 우측을 향했다.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 역시 하단부에 사람이 들어갈 일이 없게끔 설계돼 하단부에는 비상정지 버튼이 없었다. 노동자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하단부에 들어가는 작업 절차가 있었다면 비상정지 버튼도 기계 하단부에 설치했어야 한다. 기계를 멈출 수 있는 비상정지 버튼은 컨베이어 벨트 하단부에서 누를 수 없는 위치의 제어판에 있었다.


    3D 그래픽·영상 : 스튜디오 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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