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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베무스 파팜!' 통념 깬 새 교황의 탄생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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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흰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드디어 흰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우리에게 교황이 있다)"
2025년 5월 8일(현지시간) 전 세계가 기다리던 새로운 교황이 탄생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 "미국 출신 추기경은 선출될 수 없다는 통념을 깼다"
월스트리트저널 : "미국 출신 추기경은 선출될 수 없다는 통념을 깼다"
영국 BBC :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정책을 이어가면서도 교회 내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며 서로 다른 세계에 다리를 놓을 인물"
중도성향·교회 내 포용적 인물로 평가되는, '빈민 구제에 앞장서온' 새 교황 레오 14세의 탄생 장면입니다.

이날 교황청 수석 부제 추기경인 도미니크 맘베르티 추기경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에 나와 새 교황 선출을 알렸는데요.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 이틀 만이자 네 번째 투표만의 일입니다.


새 교황인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미국 출신으로 페루에서 사목 활동을 해온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입니다. 즉위명은 '레오 14세'. 라틴어로 '사자'를 뜻하는 '레오'는 강인함과 용기, 리더십을 상징합니다.


새로 선출된 교황 레오 14세의 사진이 인쇄된 신문들이 배포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새로 선출된 교황 레오 14세의 사진이 인쇄된 신문들이 배포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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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는 이날 선출 이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로 나와 이탈리아어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La pace sia con tutti voi)"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페루에서 기억을 회상하며 스페인어로도 같은 말을 반복했는데요. 레오 14세는 영어는 물론 스페인어·포르투갈어·이탈리아어·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역대 첫 미국인 교황이지만 이날은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로만 연설했습니다.


새로 선출된 교황 레오 14세, 미국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지난 8일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군중들을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레오 14세는 미국 국적이지만 20년간 페루에서 활동했습니다. 페루 치클라요 주교로 임명돼 2014~2023년 재임했고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주교부 장관에 발탁됐습니다. 2015년 페루 시민권을 취득했던 그는 미국인이면서도 페루 빈민가와 농촌 등 변방에서 사목한 이력이 교황 선출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고 하네요.


레오 14세는 외신과 도박사들이 꼽은 교황 후보군에 들었으나 유력 후보는 아니었는데요. 미국 코네티컷 성심대의 대니얼 로버 교수는 교황 선출 투표에서 그의 행정 경험과 바티칸 관료주의에 덜 물든 점이 유력 후보였던 교황청 이인자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보다 더 매력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번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에서는 미국인 추기경 10명이 투표권을 행사해 이탈리아(17명) 다음으로 많았습니다.


젊은 시절의 교황 레오 14세의 모습. 날짜 미상. 로이터연합뉴스

젊은 시절의 교황 레오 14세의 모습. 날짜 미상.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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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레오 14세는 미국 시카고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교리교사로 활동한 프랑스·이탈리아 혈통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럽게 성당에 출석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스페인계 도서관 직원이었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신학교에 들어간 그는 교황청립 안젤리쿰 대학에서 교회법 박사 학위를 따고 1982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습니다. 신학과 별개로 펜실베이니아주 빌라노바대에서 수학을 공부하기도 했고, 공부를 마친 뒤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와 가까운 페루 북서부 추루카나스 교구에서 10년간 몸담았습니다.


새 교황 레오 14세인 로버트 프레보스트가 지금은 고인이 된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악수를 하고 있다. 날짜 미상. 로이터연합뉴스

새 교황 레오 14세인 로버트 프레보스트가 지금은 고인이 된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악수를 하고 있다. 날짜 미상.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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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고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과 손을 잡고 있다. 현재 교황 레오 14세의 날짜 미상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로버트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고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과 손을 잡고 있다. 현재 교황 레오 14세의 날짜 미상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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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는 12년간 공동체 생활을 강조하는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장으로 활동했습니다.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시에 따라 2014년 페루 북서부 치클라요 교구로 파견됐습니다. 이 교구는 빈민가와 농촌 지역을 관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레오 14세는 프란치스코 교황 생전에 교황 측근으로 활동했는데요. 2023년 바티칸 추기경으로 임명돼 교황청 라틴아메리카 위원회 위원장과 주교 선출 등 인사를 총괄하는 주교부 장관직을 맡았습니다. 레오 14세는 주교 선출을 심사하는 주교부 위원에 여성 3명을 추가하는 등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작업을 도왔습니다. 그러나 신학적으로 중도적이고 신중한 편이라고 외신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동성애자에 대한 축복을 허용한 전임 교황과 달리 다시 보수적 문화로 회귀할지 모른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는 2012년 동성애와 대안가족을 언급하며 "서구 언론과 대중문화가 복음에 어긋나는 믿음과 행동을 조장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NYT는 그가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성소수자에게 개방적일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습니다.


레오 14세는 테니스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는 2023년 추기경으로 임명된 뒤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아마추어 테니스 선수"라며 "페루를 떠난 뒤 연습할 기회가 거의 없어서 코트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네요.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낸 교황이 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 교황 의복을 착용한 채 의자에 앉아있다. 이 사진은 트럼프 소셜미디어 계정 @realDonaldTrump에 공개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낸 교황이 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 교황 의복을 착용한 채 의자에 앉아있다. 이 사진은 트럼프 소셜미디어 계정 @realDonaldTrump에 공개됐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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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자국 출신 교황 탄생을 반겼는데요. 그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그가 첫 번째 미국인 교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정말로 영광"이라며 "나는 교황 레오 14세를 만나길 고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과의 인연도 궁금하시죠. 레오 14세는 2년 후인 2027년 한국을 방문한다고 합니다. 전 세계 가톨릭 젊은이들의 신앙 대축제인 세계청년대회가 2027년 서울에 개최되기 때문인데요. 방한한 역대 3번째 교황이자, 교황의 4번째 방한입니다. 1984년과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2014년 프란치스코 방한 이후 13년 만에 교황의 방한이 다시 이뤄지게 됩니다.


프란치스코 재위 시절에 도모했으나 성사되지 못한 교황 방북 프로젝트가 레오 14세의 방한이나 세계청년대회와 맞물려 다시 추진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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