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으로 국내 증시 호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강세장의 '종료 신호'에 대한 경고가 증권가에서 제기됐다. 핵심 변수로 지목된 것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간 시가총액 역전 여부다. 실적 개선을 기반으로 한 상승세 자체는 견고하지만, 특정 종목으로의 과도한 자금 쏠림이 극단에 이를 경우 시장이 과열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20일 하나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업 이익 증가를 기반으로 한 현재 강세장의 종료 시그널은 SK하이닉스 시총이 삼성전자를 추월하는 순간"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판단은 단순한 시총 순위 변화보다 시장 기대가 기업 실적을 과도하게 앞지르는 상황에 주목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가총액은 이익 창출 능력을 반영해 형성되지만 특정 종목에 대한 기대가 과도해지면 실적과의 괴리가 벌어질 수 있다. 즉 시총 역전이 현실화할 경우, 이는 시장 전반에 낙관론이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 연구원은 근거로 2000년 닷컴버블 당시 사례를 제시했다. 2000년 닷컴버블 당시 미국의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 시스템즈는 마이크로소프트와 GE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올랐지만, 실제 이익 규모는 경쟁사보다 크게 낮았다. 결국 실적보다 기대가 앞서 형성된 주가 상승은 버블 붕괴로 이어졌다. 증권가는 이를 "시장 과열의 전형적인 전개 과정"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하나증권은 현재 국내 증시가 이와 같은 단계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삼성전자의 이익 규모가 여전히 SK하이닉스를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2026년과 2027년 예상 순이익 모두에서 삼성전자가 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의 시장 내 영향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약 22%로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고, 삼성전자와의 격차도 크게 좁혀진 상태다. 보고서는 향후 시가총액 역전이 현실화할 경우 시장 과열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