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씨는 매일 방에서 라면만 먹고 지낸다. '한탕'을 꿈꾸며 코인에 빠지기도 했다. 한창 불장(강세장)이던 시기였다. 빌린 돈까지 끌어모아 500만원을 넣었다. 열흘 만에 200만원을 번 적도 있다. 그는 "도파민이 터지니 현실을 멀리하게 됐다"며 "쉽게 번 돈은 쉽게 쓴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궁핍할 때면 '대포통장 만들어주면 3000만원' 같은 광고가 눈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주거는 나아졌지만, 수천만원 빚이 노씨를 짓눌렀다. 생활비 대출까지 당겨 가계약금을 냈다. 생활비를 감당하려 주 40시간씩 아르바이트를 4개나 하고 있다. 한국어 강사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가 대포폰이 개설되고 채권추심 서류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도 사정이 궁할 때마다 그의 마음은 외줄을 탄다. 노씨는 "두렵지만, 고액 알바를 고민할 때도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벼랑끝에 몰린 대학생의 마음건강에 경고등이 켜졌다. 살인적인 주거비와 학자금 대출이라는 경제적 압박은 대학생이 사회로 발을 내딛기 전부터 고립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자포자기하려는 마음도 커졌다. 꿈 대신 절망이 채워진 미래는 도박·코인 등 한탕주의와 불법 고액 아르바이트, 마약 중독이라는 위험한 유혹에 더욱 취약해졌다는 지적이다.
1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한국경제인협회가 올해 2월 공개한 '청년 은둔화의 결정 요인 및 사회경제적 비용 추정' 보고서에 따면 국내 은둔 청년은 2024년 기준 53만8000명으로, 전체 청년층의 5.2%로 추정됐다. 은둔 청년은 임신·출산·장애 등 이유 없이 집이나 방 밖으로 거의 외출하지 않는 만 19~34세를 가리킨다. 한국의 대학진학률이 2024년 73.6%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은둔 청년의 상당수가 대학생이거나 대학 졸업생일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적 부담으로 청년층의 사회적 고립이 가속화할 경우 한탕주의 등 탈선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는 근본적으로 자본주의 부작용을 줄이는 실무 경제 교육이 필요하다고 봤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한탕주의 행태가 많이 퍼져 있고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입시·과외 등 경쟁 교육이 중심인데 경제 교육은 비교과 영역에만 있다"며 "대학 교양에서 경제 교육을 일반화하는 것은 물론 이보다 앞선 초·중등 단계부터 자본주의 제도의 부작용을 줄이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교육의 공동체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 고립은 단순한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확산에 따른 공동체 파괴라는 비극을 수반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교육 체계는 지나치게 기능적인 것만 가르치고 있다"며 "인공지능(AI) 시대에 진입할수록 공동체 의식을 알려주는 교육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 SNS 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