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던진 돌 맞은 가치주펀드

美 금리인상 앞두고 低PBR株 매도, 하락 부추겼다…가치투자 운용사는 수익률 하락에 고전

연기금 던진 돌 맞은 가치주펀드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연기금이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낮은 주식을 내다팔면서 가치주펀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11월15일~12월14일) 연기금이 10거래일 연속 순매도한 종목 상위 20개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75배다. 10거래일 연속 순매도 종목 중 매도금액이 791억원으로 가장 많은 PKC 은 PBR 0.54배를 기록했고, 뒤를 이어 매도금액이 높은 삼성생명 은 0.91배, 두산 은 0.65배, BNK금융지주 는 0.43배, SK네트웍스 는 0.52배에 그쳤다. 같은 기간 연기금이 열흘 연속 순매수한 종목 상위 20개의 평균 PBR은 2.23배였다. 순자산 가치 대비 저평가된 종목을 팔고,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종목을 산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연기금 관계자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시황에 맞게 조정하는 것일 뿐 특별히 PBR가 낮은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도하거나 성장주 위주로 매수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PBR란 주당 순자산가치를 뜻하는 것으로 PBR가 낮을수록 기업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백광산업처럼 PBR 1배 미만인 종목은 기업가치가 자산을 모두 청산한 것보다 낮은 수준으로 그만큼 주가가 평가절하됐다는 의미다.이 같은 연기금의 저(低) PBR 주식 매도로 가치주펀드가 타격을 받고 있다. 부실자산 비중이 높은 종목을 제외하면 PBR가 낮은 주식은 일반적으로 현금,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높아 증시 변동성이 커지거나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주가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나지만 최근 연기금의 저 PBR주 매도세가 독이 됐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연기금이 최근 주식을 대거 회수해가고 있는데 저 PBR주의 경우 회수 즉시 시장에 내다팔고 있다"며 "가치주 위주로 편입한 펀드는 연기금의 저 PBR주 매도세로 수익률이 많이 떨어져 운용에 애를 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가치주 펀드 운용사인 신영자산운용의 경우 자사 지분율이 15% 이상인 종목 12개 중 연기금이 지난 한달간 열흘 이상 순매도한 종목은 포스코스틸리온 , 일진파워 , 우주일렉트로 , HS애드 등 4개로 3분의1 수준이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지분율이 15%를 넘는 종목이 선진 , 경동인베스트 , NPC , , 피에스케이홀딩스 , 넥센 , 비에이치 , 아이디스홀딩스 , DN오토모티브 로 9개인데 전 종목 모두 연기금이 열흘 이상 순매도한 종목에 해당한다. 두 회사의 대표 펀드인 신영마라톤 펀드와 한국투자밸류10년투자 펀드는 최근 한달간 손실률이 각각 1.25%, 3.89%로 코스피 하락률(-0.51%)보다 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기금 입장에서 최근 저 PBR주 매도금액은 전체 운용자산 중 극히 일부로 전체 기금 수익률에 큰 영향이 없어 투자종목 정리에 나서는 것일 수도 있다"며 "가치주펀드 입장에서는 연기금이 무심코 던진 돌이 바위가 돼 날아온 격"이라고 말했다.

한편 가치주펀드는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할수록 빛을 발해 왔었다. 지난 2014년 코스피 지수가 2.62% 하락하는 동안 가치주펀드 운용사인 메리츠자산운용은 14.91%, 신영자산운용은 1.94%, 한국밸류자산운용은 -0.46%의 1년 수익률을 기록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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