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들]⑤담합 사태 이후…식품사 이사회 공정위·국세청 출신 '포진'

CJ·대상·오리온 등 식품기업
공정위·국세청·관세청 출신 이사회 합류
가격 담합 사건 이후 규제 대응 인사 확대

편집자주밝은색을 띨수록 고급으로 분류되는 '하얀 가루'. 조선 시대 '진가루'라고 불리며 귀한 대접을 받던 밀가루는 6·25 전쟁 이후 원조 물품으로 대량 유입돼 폐허가 된 한반도 백성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줬다. 국수부터 라면, 빵, 과자 등 국민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밀가루는 식품 산업의 필수 원재료로, 가격이 오를 경우 밀가루를 원료로 한 식품 가격뿐만 아니라 '밥상·외식물가'도 동반 상승해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을 키웠다. 아시아경제는 검찰의 밀가루 담합 사건 공소장을 토대로 6조원에 이르는 '밀가루 가격 담합' 설계 과정을 재구성하고, 이를 통해 지난 6년간 담합이 어떻게 서민의 삶을 팍팍하게 만들었는지 해부했다.


CJ · 대상 · 오리온 등 주요 식품기업들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관세청 등 규제기관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잇달아 영입한다. 밀가루·설탕·전분당 가격 담합 사건 이후 공정거래 규제와 세무 리스크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2일 식품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식품기업들은 올해 주주총회 안건으로 공정거래·세무·사법 분야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그동안 식품업계 사외이사는 교수나 회계사 등 학계 중심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규제 대응 경험을 갖춘 인사를 이사회에 배치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설계자들]⑤담합 사태 이후…식품사 이사회 공정위·국세청 출신 '포진'

CJ는 김재신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김 전 부위원장은 공정위 기업집단국장과 경쟁정책국장을 거쳐 부위원장을 지낸 공정거래 정책 분야 관료다. 현재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올해 임기가 끝나는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의 후임으로 이사회에 합류한다. 이에 따라 CJ 사외이사는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 문희철 전 국세청 차장, 한애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 전 부위원장으로 구성된다. 통화정책, 세무, 법률에 이어 공정거래 분야까지 규제기관 출신 인사가 이사회에 포진하게 되는 셈이다.


대상도 공정거래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대상은 최무진 전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최 전 국장은 공정위에서 카르텔조사국장과 경쟁정책국장, 기업거래정책국장 등을 지냈다.

대상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기존 사외이사 일부를 재선임하고 신규 인사를 추가한다. 최성락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과 장일혁 전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재선임된다. 최 전 국장과 안희준 성균관대 교수는 신규 선임된다. 이에 따라 대상 사외이사는 최성락 전 식약처 차장, 장일혁 전 부장판사, 최무진 전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 안희준 성균관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다. 식품 규제와 법률 분야에 이어 공정거래와 재무 분야 전문성이 더해지는 구조다.

[설계자들]⑤담합 사태 이후…식품사 이사회 공정위·국세청 출신 '포진'

세무 분야 인사도 눈에 띈다. 오리온은 이현규 전 인천지방국세청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 전 청장은 부산지방국세청 조사2국장을 지낸 뒤 국세청 국세공무원교육원장과 인천지방국세청장을 역임했다.


조세 정책 전문가도 사외이사로 합류한다. 오리온홀딩스 는 임재현 전 관세청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임 전 청장은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을 지낸 조세 정책 전문가로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역시 임 전 청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식품업계는 밀과 옥수수 등 주요 원재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율과 국제 곡물 가격, 관세 정책 등 대외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사법·법률 분야 출신 인사들도 이사회에 합류한다. 농심 은 이성호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삼양사 는 오인서 전 수원고등검찰청 검사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고, 삼양식품 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오뚜기와 SPC삼립은 회계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업계에서는 식품기업 사외이사 구성이 최근 규제 환경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그동안 식품업계 사외이사는 교수나 회계사 중심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공정거래와 세무, 법률 등 규제 대응 경험을 갖춘 인사를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기업들은 가격 정책과 유통 구조, 원재료 수입 등에서 규제와 맞닿아 있는 분야가 많다"며 "공정거래와 세무 경험을 갖춘 인사를 통해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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