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데이터' 쏟아지는 ASCO…국내 바이오 임상 성적표 주목

바이젠셀·지아이이노베이션 구두 발표
이뮨온시아·티움바이오·에스티큐브 포스터 발표
삼천당 후폭풍 속 임상 결과로 기업가치 시험대

다음 달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6)에서 최소 5개 이상 국내 기업이 실제 환자 대상 임상 결과를 일제히 공개한다.


올해 초 기술이전 협상의 장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빅파마와 파트너링 논의를 활발히 이어갔지만 대형 계약 체결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다음 협상 테이블에서 꺼내 들 카드를 만드는 자리인 이번 ASCO에 업계의 기대가 쏠리는 배경이다.

2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올해 ASCO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글로벌 기술이전 시장의 체질 변화와 관계가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글로벌 빅파마들은 과거처럼 전임상(동물실험) 단계나 임상 초기 단계의 가능성만 보고 계약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실제 환자에게서 약효가 확인된 후기 임상 파이프라인에 집중 투자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는 분위기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신약 후보 발굴 단계의 기술이전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 줄었다. 거래 건수는 줄었지만 건당 규모는 약 80% 커졌다. 빅파마의 눈높이가 허가·출시에 근접한 후기 자산으로 올라간 만큼, 초기 임상 단계인 국내 기업들로서는 이번 ASCO에서 공개할 데이터의 질이 향후 기술이전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는지를 가를 첫 관문이 될 전망이다.

세포치료부터 면역항암까지…환자 데이터'로 글로벌 검증대

'사람 데이터' 쏟아지는 ASCO…국내 바이오 임상 성적표 주목

최근 첨단재생의료 치료계획 국내 1호 승인으로 주목받은 바이젠셀 은 세포치료제 VT-EBV-N의 임상 2상(사람을 대상으로 한 두 번째 임상) 결과를 정식 구두발표를 통해 공개한다. 세포치료제 임상 데이터로 국내 기업이 이 세션에 오르는 것은 처음이다. VT-EBV-N은 희귀 혈액암인 NK/T세포림프종을 대상으로 환자의 면역세포를 활용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의 치료제다. 이 암은 초기 치료 후에도 재발률이 높다. VT-EBV-N 투여 후 재발이 얼마나 억제됐는지, 생존 기간이 늘어났는지가 관건이다.


빅파마들과 병용임상을 진행해온 지아이이노베이션 의 면역항암제 GI-101A도 신속 구두발표에 채택됐다. 임상 1상 데이터만으로 선정돼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단독 투여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병용 투여 두 가지 결과가 나란히 공개된다. 2021년 GI-101의 중화권 판권을 약 9000억원 규모로 중국 기업에 기술이전한 뒤로 후속 딜이 이어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번 데이터가 협상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한양행 자회사 이뮨온시아 는 면역항암제 IMC-002의 삼중음성유방암 임상 1b상 중간 결과를 포스터로 발표한다. IMC-002는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내보내는 'CD47' 신호를 차단해 면역세포가 다시 암을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항체 치료제다. 앞서 길리어드, 화이자와 같은 빅파마가 혈액 부작용 문제로 잇달아 개발을 중단한 타깃인 만큼 안전성에서 차별화된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지가 승부처다. 국내 기업이 CD47 표적 치료제의 TNBC 임상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미국 면역항암학회(SITC)에서 공개한 중간 데이터로 주목받은 티움바이오 는 먹는 면역항암제 토스포서팁(TU2218)과 키트루다 병용 임상 2a상의 업데이트 결과를 포스터로 공개한다. 적응증은 재발·전이성 두경부암이다. 지난해 11월 중간 데이터에서 종양이 줄어든 환자 비율(객관적 반응률)이 70.6%로 현재 표준 치료법(36%)의 약 두 배를 기록해 주목받았다. 이번에는 추가 환자를 포함한 장기 추적 결과가 공개된다. 항암제는 초기에 종양이 줄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커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 반응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가 약의 실질적 가치를 결정할 전망이다.


올해 1월 2상 환자 등록을 완료한 에스티큐브 는 면역항암제 넬마스토바트의 전이성 대장암 임상 1b/2상 초기 데이터를 포스터 발표한다. 대장암은 국내 발생률 3위 암이지만 면역항암제가 잘 듣는 환자는 전체의 5% 안팎에 불과하다. 나머지 95%를 차지하는 MSS(현미부수체 안정형) 유형은 기존 면역항암제에 거의 반응하지 않는 사각지대다. 넬마스토바트는 기존과 다른 표적(BTN1A1)으로 이 영역을 공략한다. 이번 발표에선 기존 치료에 세 차례 이상 실패한 환자에서 종양 억제 효과가 확인됐는지가 핵심이다.


올해 ASCO에서 임상 결과를 발표하는 한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예전에는 기전만 그럴듯해도 기술이전 논의가 시작됐지만 지금은 환자 데이터가 없으면 빅파마와 미팅 테이블에 앉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이번 학회는 데이터의 질로 딜의 질이 결정되는 흐름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j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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