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서경배도 제쳤다…유통업계 새 주식왕은 '38세 창업자'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 1년 새 자산 346% 급증
정유경 신세계 회장 지분가치 증가…남매 순위 역전
오뚜기·동서 등 전통 식품기업 자산은 정체

국내 유통·소비재 업계 주식 부자 지형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전통 재벌 총수들이 지켜온 상위권에 30대 창업자가 올라섰다. 에이피알 (APR) 창업자인 김병훈 대표(38)가 이재현 CJ 그룹 회장(66)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63)을 제치고 유통업계 주식 자산 1위에 올랐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에이피알 지분 31.94%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지난 5일 종가 기준 지분 가치는 약 3조3828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7578억원에서 약 2조6250억원 늘어난 규모다. 증가율은 346%에 달한다. 전체 주식 부자 순위에서도 김 대표는 전년보다 19계단 오른 16위를 기록했다. 유통·소비재 업계 오너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다.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왼쪽부터), 이재현 CJ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왼쪽부터), 이재현 CJ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김 대표는 뷰티 브랜드 기업인 에이피알을 창업한 30대 기업인이다. 디지털 마케팅과 온라인 직판(Direct to Consumer·D2C) 전략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뷰티 브랜드 '메디큐브' 등이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실적과 기업가치가 동시에 상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이피알 주가 상승이 김 대표 개인 자산 급증으로 이어진 셈이다.


그동안 유통·소비재 업계 주식 자산 상위권은 전통 대기업 총수들이 차지해 왔다. 이 회장은 CJ(42.07%), CJ제일제당(0.43%), CJ프레시웨이(0.59%), CJ ENM(1.82%)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지분 가치는 약 2조3072억원으로 업계 2위를 기록했다. CJ 주가 상승 영향으로 1년 새 자산이 약 1조원 늘었고 증가율은 77%에 달했다.


유통업계 주식 부자 1위를 유지해온 서 회장은 올해 3위로 밀려났다.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홀딩스 (54.97%)와 아모레퍼시픽(10.6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 가치는 약 1조9901억원으로 집계됐다. 화장품 업황 회복 기대감 속에 주가가 상승했지만 증가율은 20% 수준에 그쳤다. 전체 주식 부자 순위는 전년보다 9계단 하락했다.

이재현·서경배도 제쳤다…유통업계 새 주식왕은 '38세 창업자'

패션 기업 F&F 창업자인 김창수 회장(65)은 F&F홀딩스(62.84%)와 F&F(23%) 지분 가치가 약 1조231억원으로 4위에 올랐다. 이어 신세계 (29.16%)와 신세계인터내셔날(15.29%) 지분을 보유한 정유경 신세계 회장(54)이 약 1조163억원으로 5위를 기록했다. 신세계 주가가 1년 사이 249% 상승하면서 정유경 회장의 지분 가치도 약 6773억원 늘어 증가율이 210%에 달했다. 지분 가치 기준으로는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58)을 앞서며 남매간 자산 순위도 역전됐다.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주가가 13.8% 오르며 지분 가치가 7275억원을 기록해 9위에 올랐지만, 전체 주식 부자 순위에서는 전년보다 30계단 하락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54)은 약 9432억원으로 6위에 올랐다. 현대지에프홀딩스 주가 상승 영향으로 1년 전보다 자산이 155% 증가했다.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53)은 약 9253억원으로 7위를 기록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71)은 약 7339억원으로 8위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70)이 약 6693억원으로 10위를 기록했다.


유통업계 자산 순위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세대와 사업 모델이다. 과거에는 식품·백화점 중심의 전통 유통 기업 총수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최근에는 뷰티 브랜드와 패션, 플랫폼 기반 소비재 기업 창업자들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에이피알을 창업한 김 대표는 올해 38세다. 주요 유통 대기업 총수들보다 20~30세 이상 젊다. 디지털 기반기업이 전통 유통 기업을 넘어서는 흐름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식 자산 증가율을 보면 이런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김동선 한화그룹 부사장(37)은 한화와 한화갤러리아 지분 가치 상승 영향으로 자산이 1년 새 442% 증가했다. 정유경 회장 역시 210% 늘어 상위권 인물 가운데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반면 일부 전통 식품기업 총수들의 자산은 상대적으로 정체된 모습이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67)의 지분 가치는 약 3808억원으로 1년 전보다 5% 감소했다. 불닭볶음면 수출 호조로 실적이 증가한 삼양식품 의 김정수 부회장(62)도 지분 가치가 약 3005억원으로 1년 전보다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김석수 동서 식품 전 회장(72)의 지분 가치는 약 4336억원으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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