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매도물량 소화 '증시주도' 2008 금융위기 대비 7배 매수 대형 우량주 중심 장기투자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오주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크게 출렁이면서 개인 투자자들, 이른바 '개미들'의 주식투자 열기가 뜨겁다. 과거 개미들은 외국인 투자자가 집중 매도에 나서면 투매에 동참했지만, 이번엔 '동학개미운동'을 내세워 외국인 매도물량을 모두 소화하며 증시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테마주 중심의 단타 매매보다는 대형우량주 중심으로 장기투자를 하거나 각종 파생상품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똑똑한 개미(Smart ant), '스맨트(Smant)'로 거듭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종가 기준 올해 최저치인 지난달 19일 1457.64까지 밀렸던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지난 17일) 1914.53까지 올라서며 한 달 동안 31.3% 반등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국내 증시의 반등세가 뚜렷하게 나타난 데는 동학개미운동' 밑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공포에 눌린 외국인 투자자가 투매 양상을 보이는 동안 기관 대신 개인이 이 물량을 받아내면서 지수 하락을 막아내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20일 이후 이달 17일까지 3개월 남짓한 기간에 코스피시장에서만 20조2497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이 기간 20조952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과 개인 모두 한국거래소가 관련 집계를 시작한 1999년 이래 단기간 최대 규모의 순매도, 순매수 기록이다. 과거 급락장서 지수 방어에 나섰던 기관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3조원 가까운 매도세를 보였다. 기관이 구원투수 구실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자 이 빈자리를 개미들이 메운 셈이다.
개인들의 매매 패턴도 과거 폭락장과는 180도 달라졌다.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대형우량주에 투자를 집중하고 투자 사이클 또한 이전보다 길게 가져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식 보유 기간도 길어졌다. 2008년 당시 개인투자자들은 저점에서 대량 매수한 후 증시가 20%가량 회복하자 곧바로 매도에 나섰다. 반면 올해는 지수가 저점 대비 30% 이상 반등했지만 여전히 대규모 '사자'를 이어가고 있다. 증시 흐름을 뒤쫓으며 단타 매매에 치중하다 손실만 키웠던 과거 패턴에서 벗어나 한 단계 지능화 됐다는 평가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들의 우량주 중심의 매수 패턴을 볼 때 단기 차익보다는 배당 및 안정적 이익을 꾸준히 추구하는 장기투자자 성격이 느껴진다"며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개인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규모로 매도하고 중소형주와 테마주 중심으로 매수했던 것과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창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과거 증시 하락국면에서 개인이 순매수한 적은 있지만, 증시 바닥에 대한 판단이 적절하지 못했고 자금력의 한계로 반등 국면까지 버티지 못하면서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연초 이후 지속된 대규모 순매수에도 투자자예탁금 규모가 45조원에 달하는 등 개인의 추가 매수 여력이 충분하고, 개인의 주식 투자 목적 자체가 다양한 포트폴리오 중 하나로 작용해 이전과 다르다"고 평가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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