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국내 기업들의 올 1분기 실적 개선 기대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폐렴)에 폭삭 주저앉았다. 3개월 전에만 해도 작년 1분기보다 10%가량 증가할 것으로 기대됐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이제 작년 수준에도 못 미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 여파로 내수 서비스업 피해, 수출 타격, 영업 정지, 투자 위축 등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한 국내 82개 상장사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는 17조245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개월전 예상했던 19조2336억원보다 10.33%(1조9878억원) 감소한 수치로, 82개 상장사 중 58개사(70.73%)의 영업이익이 3개월전 대비 하락했다. 10곳 중 7곳의 실적 눈높이가 낮아졌다는 뜻이다.
이 같은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보다도 낮은 수치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증권가에서는 올 1분기 국내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작년 11월 말 집계했던 자료를 보면 당시 28개 상장사들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1조346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9조9625억원보다 13.8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3개월여 사이 장밋빛 전망은 잿빛으로 바뀌었다. 최근 추정하고 있는 17조2458억원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17조3846억원에 비해서도 1000억원가량 적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실적이 지난해보다 개선되면서 경기도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신종 코로나 사태로 크게 감퇴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 현지 공장 조업 중단에 따른 손실이 예상되는 정유ㆍ석유화학, 철강ㆍ금속 등은 신종 코로나 여파를 직격으로 받았다. 실적 전망치가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S-Oil 로, 올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개월 전 3915억원에서 919억원으로 76.5% 급감했다. SK이노베이션 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같은 기간 5038억원에서 1283억원으로 74.5% 감소했다.
현대제철 과 포스코도 3개월 전 영업이익 전망치 대비 각각 58.0%, 16.9% 감소했으며, 올 들어 주목받기 시작한 전기차 배터리 관련주인 삼성SDI 와 LG화학 도 54.7%, 52.8%가 줄었다. 화장품과 호텔ㆍ면세점 등 중국 소비주도 실적 개선 기대치가 낮아졌다. 호텔신라 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3개월전 818억원에서 600억원으로 26.6% 낮아졌으며, 아모레퍼시픽 은 2142억원에서 1729억원으로 13.2% 감소했다.
경제성장률도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자회사인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신종 코로나가 중국과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연 2.8%에서 2.5%로 내렸다. 한국 경제도 신종 코로나가 경기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삼성증권은 올 1분기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4%로 낮췄고,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 성장률이 1.6%에 그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정부의 경기 부양 대책이 필요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예상보다 높았던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1.2%)보다 소폭 플러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 여파로 이에 대한 의심이 커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여러 정황들을 볼 때 1분기 역성장에 대한 우려가 크게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경기 부양이나 방어를 위한 정책의 역할이 더 커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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