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 상환은 지금으로선 연장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나마 (우린) 연장할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대형 건설사 임원은 "미래사업 구상은커녕 하루하루 버티는 게전쟁"이라며 "만기 예정인 PF 대출금이나 회사채 상환금을 마련하기 위해 새로운 대출에 나서고 있다"고 털어놨다. 워낙 건설·부동산경기가 부진하다 보니 사업을 통한 현금마련이 힘들다고 판단하고 빚을 갚으려고 또 다른 빚을 내는 것이다. 이 건설사처럼 최근 만기 도래한 회사채나 PF 상환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 팔 수 있는 자산을 모두 팔아 현금을 확보하는 건설사도 많아졌다. 건설사들이 극심한 불황탓에 단기적으로 부채 상환능력이 떨어지자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빚을 갚기 위해 더 많은 빚을 내면서 결국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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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최근 13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오는 25일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1300억원을 갚기 위해서였다.
쌍용건설 도 다음달 28일 만기가 예정된 50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이달 초 금리 7.7%의 회사채 500억원을 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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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다음달 갚아야 할 회사채 10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지난달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회사채 발행과 함께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확보 전략을 펼치는 곳도 많다.
대우건설은 올 초 베트남 현지법인인 호텔 임대업체 하노이 대우호텔의 보유지분 전량(70%)을 1243억원에 처분하기로 하고 현재 롯데그룹과 매각협상을 진행 중이다. 또 올해 내 중국 베이징에 있는 루푼탄자호텔 지분(25%)과 보유중인 대한통운 지분도 처분할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이같은 자산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올 상반기 도래하는 4000억원 가량의 PF대출 자금 등을 상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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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이달말 서울 용산 동자동에 소유한 토지와 건물을 1271억원에 동부생명에 팔 계획이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로 이번 매각을 통해 893억원의 이익을 볼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건설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보다 73.9%나 급감한 138억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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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지난 18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계열사인 그린나래 보유지분 전액을 코오롱글로텍에 매각했다. 처분금액은 926억5000만원으로 자기자본의 25.63%에 해당하는 규모다. 코오롱건설은 지난해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주택사업이 부진을 겪으면서 49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건설사들이 이같은 돌려막기식 회사채 발행과 자산매각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올해 건설·부동산 경기가 큰 폭으로 개선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업황이 좋지 않은 요즘 회사채를 발행, 만기가 도래하는 또 다른 회사채를 상환하는 돌려막기 식의 유동성 확보는 불안한 재무구조의 근본적인 자구책이 될 수 없다고 경고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나 중소형 건설사나 사업분야서 현금이 쉽게 나오지 않으니 자산매각이나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실탄을 확보하고 있다"며 "미래사업이 아닌 생존을 위한 자금마련이지만 업황이 좋지 않은 상태라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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