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둘러싸고 불거진 '모자의 난'이 1라운드를 맞이했다.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주도한 통합 결정에 대해 장남과 차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이 맞서 제기한 가처분 심문이 막을 올린다.
한미약품 본사 전경
21일 법원에 따르면 수원지법 제31민사부는 이날 오후 임종윤·종훈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를 대상으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의 첫 심문을 시작한다. 여기에 OCI홀딩스 까지 가처분 보조참가를 신청하면서 이번 분쟁의 당사자들이 모두 모일 전망이다.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발행은 양 그룹 통합의 핵심 고리 중 하나다. 이번 통합은 OCI를 대상으로 한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발행(8.4%)과 송 회장 및 임주현 사장의 자녀 2명의 주식 매각, 송 회장·임주현 사장의 OCI에 대한 주식 현물출자 등을 합쳐 OCI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임주현 사장 등은 현물출자를 통해 OCI홀딩스 지분 10.4%를 보유한다. 만약 가처분이 인용되면 통합 작업의 기둥 중 하나가 바로 흔들리는 구조다.
가처분의 핵심 쟁점은 신주발행의 목적이 될 전망이다. 양 그룹은 이번 통합이 OCI 산하의 제약사 부광약품과의 시너지, 한미사이언스의 부채 해소 및 연구개발(R&D) 확대를 위한 자금 확보 등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묘수라는 입장이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이 모델로 언급한 독일 바이엘처럼 제약·화학 간 이종 결합을 통해 글로벌 빅 파마 도약의 디딤돌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반면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송 회장·임주현 사장의 '사익 편취'를 위한 통합이라고 주장한다. 임성기 창업회장 사후 막대한 상속세로 어려움을 겪던 모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OCI에 한미약품을 매각한 것이란 설명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합병임에도 관련 절차가 무시됐고, 모녀와 형제 간 경영권 분쟁 상황이었음에도 일방적으로 신주발행 등이 결정된 것은 대법원이 판례를 통해 금지하고 있는 '경영권 방어 목적의 신주발행'이라는 입장이다.
가처분 보조참가를 선언한 김철 변호사도 "소액주주 입장에서 이번 신주발행은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경영권 강화 및 상속세 납부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신주발행의 급박한 필요성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고, 한미사이언스의 가치도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펼쳤다.
이번 가처분은 분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양 그룹 통합은 동력을 잃지만, 반대로 기각되면 재차 탄력을 받게 된다. 다만 이날 첫 심문에서 바로 결론이 나기보다는 추가 심문을 진행하거나 며칠 뒤에야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신주발행 유상증자 납입일이 오는 4월 말이어서 재판부에서 시급한 사안으로 보지는 않을 것 같다"며 "다만 또 다른 기점이 될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가 다음 달 말인 만큼 늦어도 다음 달 초에는 결정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가처분과 별개로 이미 다음 달 주총에서는 양측 간 첨예한 표 대결이 예고됐다. 형제 측은 자신들을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임종윤 사장이 이끄는 코리그룹 소속 디엑스앤브이엑스(DXVX)의 권규찬 대표 등 4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주주제안을 내놨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최대 10명까지 구성 가능한 만큼 남은 이사 자리를 모두 형제 측으로 채워 단번에 경영권을 되찾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형제 측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28.4%인데 비해 모녀 측이 보유한 주식은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 재단까지 합치면 총 35.0% 수준이다. 표 대결로 간다면 현재로서는 모녀 측이 유리하다. 개인 최대 주주(11.52%)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키맨'으로 떠오른 이유지만 신 회장은 일절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형제 측은 최근 들어 '경영권 프리미엄 없는 매각' '중간지주회사 편입에 따른 주가 하락' 등을 주장하면서 소액주주들을 적극적으로 결집하고 있다. 한미약품 측은 "이번 통합은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한 상황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한 모델"이라며 "(통합이) 소액주주들의 주주가치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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