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무덤된 제약산업…CJ도 결국 '두 손'

수익성 목매는 기업 문화에 제약업 포기…1위 목표 대형제약사 입질 관심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CJ그룹이 계열사 CJ헬스케어를 매각하고 사업 철수를 결정하면서 대기업의 제약업 실패 사례가 하나 추가됐다. 장기 투자가 필수인 제약업의 특성에 적응하지 못하고 단기 수익성에 목매는 기업 문화 때문이란 지적이다.

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CJ헬스케어 모회사인 CJ제일제당은 모건 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내년 3월까지 매각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그간 CJ헬스케어의 기업공개(IPO) 가능성을 높게 예측해 왔지만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CJ헬스케어는 CJ제일제당이 1984년 인수한 유풍제약을 시작으로 2006년 한일약품을 사들인 뒤 2014년 물적분할로 탄생한 회사다. 지난해 매출액 5208억원, 영업이익 679억원을 기록했다. 출범한지 30년이 넘었지만 국내 제약사 10위권에 머물고 있다.

CJ 그룹은 CJ헬스케어의 매출이 정체 상태이고, 글로벌 사업 확장도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된다는 이유로 매각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룹 내부에서는 4년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인 이재현 회장이 '2020년 그룹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달성' 기존 목표를 재확인하면서 단기간 효과가 기대되는 바이오소재ㆍ식품ㆍ물류 부문에 집중하기로 한 데 따른 결정으로 해석한다.

대기업이 제약산업에 진출했다가 별 소득 없이 철수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화그룹은 지난 1996년 의약사업부를 신설하고 2004년 에이치팜을 흡수합병해 드림파마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의약품 시장 공략에 나섰으나, 결국 2014년 드림파마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사실상 제약업을 포기했다. 2013년에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태평양제약의 의약품 사업을 한독약품에 매각면서 백기 투항했다. 태평양제약은 파스 제품 '케토톱' 외 별 성과를 내지 못했고,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되는 등 논란만 일으켰다. 롯데제약도 2011년 롯데제과에 합병되며 시장에서 철수했고, LG그룹은 2002년 의약품 산업 집중 육성을 위해 LG생명과학을 분사했지만, 올해 1월 LG화학으로 다시 흡수 합병하면서 방향을 수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에 따른 적응 실패"라고 규정했다. 특히 소비재 사업에서 성공한 대기업이 제약업에 진출했다 실패한 사례가 많다는 게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이 관계자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신약보다는 손쉬운 복제약(제네릭) 사업에 주력하다보니 리베이트 경쟁으로 치우쳐 결국 사업을 포기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최근 삼성ㆍSKㆍLG 등이 장기 전략을 갖고 의욕적으로 제약ㆍ바이오 분야를 개척하고 있지만, 여전히 토종제약사를 능가하는 실적은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한편 매물로 나온 CJ헬스케어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도 관심이다. 매출액 규모로 볼 때 6000~7000억원 이상의 제약사가 CJ헬스케어를 고스란히 끌어안으면 업계 1위권에 근접할 수 있다. 녹십자 대웅제약 종근당 한미약품 등이 그렇다.

CJ헬스케어의 주력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제약사가 우선 관심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CJ헬스케어는 수액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신약인 '테고프라잔'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액 시장 1위 JW중외제약 이나 글로벌 수액 업체 박스터 등이 거론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매각 대상에 숙취해소음료 '컨디션'과 '헛개수' 등 음료사업 부문이 제외된다면 그리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면서 "복제약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 등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점이 공통된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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