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착한' 사회책임투자펀드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SRI) 펀드가 수익률 부진으로 급격하게 쪼그라들고 있다.

24일 펀드 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기업이익 뿐 아니라 환경, 사회, 기업지배구조 등 기업의 장기존속 가능성을 고려해 투자하는 SRI 펀드는 22개로 올 들어 총 2653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 중 자금이 순유입된 펀드는 1개도 없었다.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지면서 2008년 2조원 규모에 달했던 SRI 펀드는 최근 40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총 22개 SRI 펀드 중 설정액 50억원 미만인 펀드도 16개로 73%가 자투리 펀드에 그쳤다.

SRI 펀드가 외면받는 이유는 수익률 부진 탓이다.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SRI 펀드 14개의 연초후 평균 수익률은 1.05%로 코스피 상승률(2.5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모든 SRI 펀드의 연초후 평균 수익률은 0.61%로 더 심각하다. 그나마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장기자[주식](C/A)' 펀드가 9.63%, '마이다스책임투자(주식)A1' 펀드가 8.24%, '동양Great Company(SRI) 1(주식)A'가 5.94%의 연초후 수익률로 선방하며 평균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SRI 펀드 대부분이 대형주 위주로 편입하고 있는 것도 수익률 부진에 한몫 했다. SRI 펀드 특성상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활동에 많은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대기업에 주로 투자하는데 최근 대형주들이 좀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SRI 펀드 대부분은 삼성전자 를 가장 많이 담고 있고 펀드 내 비중은 많게는 18% 가까이 됐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 들어 14.96% 내렸다. SK하이닉스 , 현대차 , 기아 , POSCO홀딩스 등 주가가 지지부진한 대형주를 상위 톱5 종목으로 편입한 펀드들도 많았다.

일각에서는 SRI 펀드가 대형주를 중심으로 담으면서 일반 주식형펀드와 크게 차별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모레퍼시픽, 한미사이언스 등 화장품, 제약ㆍ바이오주 등 시장의 주도주를 상당수 편입해 SRI 펀드의 특성을 갖추지 못한 펀드도 많았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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