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선물계정 대량손실 사연 들여다보니

"ELS 등 헤지 거래로 손해 불가피" 해명
"무리한 자산운용 가능성" 지적 제기
금융당국, 자기매매 비중 파악 조사 검토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국내 증권사들이 지난해 선물 거래를 통해 3000억원대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과 연계한 차익매매와 함께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결합상품 헤지를 위한 거래에 따른 결과가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주식시장 침체기를 맞아 각 증권사들이 수익성 제고를 위해 무리하게 자금운용에 나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파생상품과 결부된 거래와 별도로 단순 자기매매 비중을 높인데 따른 결과인지 여부를 살펴보기 위한 실태조사에 나설 방침이다.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회계연도(2012년 4월~12월) 국내 22개 증권사가 제출한 분기보고서를 조사한 결과, 주식시장 선물거래를 통해 총 3023억2700만원의 평가 및 처분손실을 기록했다.

주요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 이 선물시장 자기매매에 나섰다가 405억7500만원을 잃었고, 삼성증권 도 각각 379억3400만원, 361억2600만원을 손해 봤다. NH투자증권 은 무려 1294억9100만원의 손실액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증권사들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53.4%, 56.5% 감소한 5985억원, 4336억원에 머물렀다. 얼핏 보면 주식시장 거래급감에 따른 위탁수수료(브로커리지) 감소와 함께 증권사 실적 악화를 야기한 주범으로 꼽을 수 있다.하지만 증권전문가들은 투기적인 목적을 위한 거래와는 무관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증권사 선물 거래의 경우 ELS, DLS 등 파생형 상품이 확보한 기초자산 가격변동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매매가 이뤄진 것"이라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종합주가지수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됐을 뿐 투기적 거래를 위한 부분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 대형증권사의 경우 종목형 ELS 비중을 70% 이상으로 높였다가 헤지로 인한 손실이 커지면서 3ㆍ4분기에만 126억원의 손실을 입기도 했다.

KTB투자증권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증권사의 선물거래는 주식 가격과 연계한 차익거래가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몇 년 전부터 장외파생상품용 헤지를 위한 거래가 더해지면서 더욱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다"며 "재무제표에 나타난 결과만 가지고 선물거래 성적을 판단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식워런트증권(ELW) 거래 제한으로 해당 시장이 위축되면서 ELS와 연관된 헤지 거래규모가 더욱 커졌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무리한 자산운용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증권사 파생상품 운용수지 전반을 살펴보면 장부상 손실규모가 9000억원에 육박했다"며 "주식 및 채권 부문 운용과 결부된 거래의 결과물이지만 좀 더 면밀하게 분석하기 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주식투자자들의 혼선을 막기 위한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 전업투자자는 "재무제표 상에서 선물 자기매매에 따른 수익 결과만 따로 들여다볼 수 있는 툴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금융투자 여건이 복잡다단해진 만큼 그에 걸 맞는 수준의 감사 장치도 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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