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KT&G 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궐련형 전자담배 기술을 발명했는데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회사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의 첫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재판 진행 과정에서 소송 규모는 수조원 대로 늘어날 수도 있다.
1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오는 17일 대전지법 민사12부(부장판사 함석천)는 곽모씨가 KT&G를 상대로 낸 직무발명보상 청구소송의 1심 첫 변론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곽씨는 KT&G 연구원으로서 2005년 전기 가열식 궐련형 전자담배 개발에 돌입했고, 그해 7월 담배를 직접 가열하는 발열체를 탑재해 시제품을 만들어 첫 특허를 출원했다. 이후 발열체의 가열 상태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장치 등을 특허 출원했다.
후속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곽씨 측은 “회사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2010년엔 구조조정으로 퇴사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곽씨의 직무발명을 승계한 KT&G가 일부 기술을 출원했지만, 대부분은 권리화하지 않았다.
지난 4월 곽씨는 대전지법에 소장을 접수했다. ‘내부가열식 궐련형 전자담배’를 자신이 최초로 개발하고도 보상을 못 받았다는 이유였다. 곽씨 측은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이 없었다. 2021년 3월부터 1년 간 기술고문 계약료로 2000만원의 선급금과 625만원의 월급을 받은 게 전부”라고 호소했다.
요구한 보상금 규모는 곽씨의 기술이 해외 특허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발생한 불이익까지 고려해 정했다. 곽씨 측은 “KT&G가 해외에서 특허를 받지 않아, 다른 해외 글로벌 대기업이 2017년부터 내부 가열식 전자담배를 국내에 출시해 수익을 가져가게 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KT&G 측은 “곽씨에게 적정한 보상금을 지급했고, 곽씨 본인도 추가로 문제제기하지 않는 데 동의했다”며 “곽씨가 주장하는 특허들은 현재 KT&G에서 만드는 제품에 적용되지 않을뿐더러, 글로벌 대기업이 판매 중인 제품도 관련 기술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이번 소송 금액은 국내 사법 사상 단체·집단 소송을 제외하고 개인이 낸 청구금 중 가장 큰 액수로 전해졌다. 곽씨 측이 우선 제출한 소장에 적은 초기 소송 금액 규모는 1000억원이며, 인지대(법원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만 3억여원에 이른다. 소송 금액 규모는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자기자본 9조2949억3400여만원의 대비 1.08%에 해당한다.
곽씨 측은 향후 소송 진행 상황에 따라 수조원까지 청구 금액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만약 청구금이 2조8000억원까지 늘어날 경우, 이는 자기자본 대비 30%에 달하게 된다. 다만 법원에서 조정 절차를 통해 별도의 판결 없이 분쟁 해결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조정이 결렬되면 재판부 직권으로 강제조정 결정을 할 수 있다. 곽씨의 변론은 소장 접수 단계부터 법무법인 재유에서 대리해 왔으며, KT&G도 지난 6월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대리인단을 구성한 뒤 본격적으로 변론 준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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