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그룹이 4조5000억여원을 투자하는 경기 화성국제테마파크 복합개발사업이 무산 갈림길에 섰다. 시행사인 한국수자원공사가 착공 지연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하루 1500만원이 넘는 배상금 부과를 결정하면서다. 신세계는 배상금을 인정하지 않고 버티기에 나섰다. 수공은 배상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화성 테마파크 조성 계약을 해제한다는 방침이어서 해당 사업은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화성국제테마파크 복합개발사업은 경기 화성시 송산그린시티 내 418만9000㎡(127만평) 부지에 미래형 첨단 복합도시를 건립하는 프로젝트다. 사진은 송산그린시티 내 동쪽 주거단지.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원본보기 아이콘3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수공은 최근 신세계 측에 화성 테마파크 조성 사업의 착공 지연에 따른 개발지연배상금 부과를 통보하기로 결정했다. 배상금은 하루 1550만원으로, 연 56억6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신세계 측은 수자원공사와 배상금 보류를 위한 협의를 통해 착공 지연 사유를 소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공모지침에 따르면 이마트 계열인 신세계프라퍼티와 신세계건설 컨소시엄은 화성테마파크 관광레저용지(278만9540㎡)의 토지계약 체결일(2021년 3월18일)로부터 3년 이내 주용도 시설(관광휴양오락시설지구·92만3964㎡)에 대한 착공에 들어가고, 착공일로부터 5년 안에 모든 공사를 완료해야 한다. 또 이 기간 안에 사업개발자가 착공을 하지 못하면 주용도시설 토지분양대금(감정평가액 1132억원)의 연 5%에 해당하는 개발지연금을 위반 일수만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모지침대로라면 늦어도 올해 3월18일까지 주용도 시설에 대한 공사를 시작해야 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해당 부지는 관광단지 지정 등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면서 아직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인허가 절차가 늦어진 것은 신세계가 수공으로부터 헐값에 사업용지를 사들였다는 의혹으로 감사원이 감사에 나서면서다. 감사원은 2021년 10월부터 수공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 신세계 측에 해당 사업용지를 2배 가까이 과소평가된 감정평가액을 기초로 분양대금(3256억원)을 결정해 넘긴 사실(본지 2024년 3월8일 보도 <[단독]수공, 화성 테마파크 사업용지 신세계 '헐값 매각'> 참고)을 적발했다. 당시 감사원은 수공이 공모지침을 어기고 신세계에 특혜를 줬다고 판단, 수공 직원 3명이 정직 등 징계를 받았다.
현재 이 사업은 화성시가 관광단지 지정 신청서를 경기도에 제출해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행정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려면 적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 계획대로 내년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도 배상금은 최대 1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신세계는 이 같은 배상금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화성테마파크 조성 사업은 수공과 체결한 별도의 사업협약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착공 지연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히 감사원이 장기간 감사를 하면서 착공이 지연됐다는 점을 적극 설득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공은 신세계가 배상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공모지침에 따라 토지분양계약을 해지한다는 방침이다. 공모지침 제45조 2항 4호는 배상금을 납부하지 않은 경우 토지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계약이 해제되면 관광레저용지 토지분양대금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 325억6000만원은 위약금으로 수자원공사에 귀속되며, 두 회사가 맺은 사업협약도 자동으로 해지(동 지침 제36조 명시)된다. 수공 관계자는 "공모지침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선 신세계가 배상금 납부를 거부해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전망한다. 신세계는 사업비가 4조6000억원에 달하는 화성 테마파크 조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사업 개발자인 신세계프라퍼티와 신세계건설은 2020년 9월 합작법인인 신세계화성을 설립하고, 같은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7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1985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신세계건설이 유동성 위기에 몰린 점도 신세계가 화성 테마파크 사업이 필요한 요인이다. 코로나19 이후 건설 경기 침체로 미분양 물량이 늘면서 올들어 유동성이 악화된 만큼 신규 사업 수주를 통해 자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신세계의 주력 사업인 유통분문도 오프라인은 업황 부진을 겪고 있으며, e커머스 계열사들은 쿠팡과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이 선점한 시장 경쟁에서 밀리면서 수익성을 내지 못하고 있어 사업 다각화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신세계는 개발이익이 반영되지 않은 감정평가를 통해 화성테마파크 조성 용지를 절반가량 저렴하게 공급받았다는 점이 사업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로 꼽힌다. 화성시는 최근 수도 광역급행철도(GTX) 등 개발 호재로 인해 집값이 급등하는 지역이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지난 4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화성은 최근 1년간 집값이 8% 뛰면서 수도권에서 과천에 이어 두 번째로 상승폭이 컸다. 신세계 관계자는 "(착공지연이 아니기 때문에) 배상금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수자원공사와 협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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