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해진 녹십자 후계구도…향배에 주목

허회장 장남, 바이오테라퓨틱스 상무 승진
북미 시장 진두지휘 글로벌 사업 요직에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허일섭 녹십자 회장이 자신의 장남을 핵심 계열사 임원에 전격 임명했다. 녹십자 3세 후계구도가 한층 복잡해졌다. 애초 녹십자는 허 회장 일가가 아닌, 고 허영섭 회장의 두 아들이 물려받는 구도였다. 4일 녹십자에 따르면 녹십자홀딩스 경영관리팀 부장이던 허진성씨(34)가 내년 1일자로 녹십자바이오테라퓨틱스(GCBT) 상무에 승진한다. GCBT는 캐나다 법인으로 혈액제제 공장을 운영하는 회사다. 혈액제제는 백신과 함께 녹십자의 핵심 사업영역이다. 이번 인사에 따라 허 상무는 GCBT 대표에 내정된 이민택 부사장과 함께 녹십자 해외 진출의 전진기지를 총괄하게 됐다.

허 상무의 임원 승진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그가 허 회장의 장남인 데다, 핵심 계열사를 이끄는 중책을 맡으며 경영 전면에 부상했기 때문이다. 허 상무가 2014년 녹십자홀딩스에 입사했을 때도 허 회장 일가의 경영수업이 시작됐다며 후계구도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는 시각이 있었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크게 주목을 끌지 못했다.

녹십자 후계구도는 고 허영섭 회장이 2009년 갑자기 사망하면서 복잡하게 얽히고 설켰다. 이후 회장직엔 그의 동생인 허일섭 회장이 올랐다. 그러나 이후 허 회장이 고인의 아들인 은철(45)ㆍ용준(43) 형제를 중용하면서, 두 조카가 경영권을 이어받을 준비가 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회사를 이끄는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허 회장이 회장에 취임할 당시만 해도 허 상무가 20대 어린 나이였다는 점에서, 은철·용준 두 조카로의 경영권 인계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현재 은철씨는 녹십자의 단독 대표(사장)이며, 용준씨는 녹십자홀딩스 대표(부사장)다. 한편 허 상무는 녹십자그룹을 지배하는 녹십자홀딩스 지분이 현재로선 많지 않지만(0.51%), 아버지 허 회장이 11.56%를 보유하고 있어 상속여부에 따라 경영권 확보는 가능하다. 반면 은철·용준 대표는 각각 2.5% 남짓 보유중이다.

이에 대해 녹십자 관계자는 "고 허채경 선대회장이 1961년 세운 회사인 한일시멘트 시절부터 별다른 분쟁 없이 형제경영·사촌경영을 효율적으로 해오고 있다"며 사촌 간 경영권분쟁 가능성을 일축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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