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상무의 임원 승진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그가 허 회장의 장남인 데다, 핵심 계열사를 이끄는 중책을 맡으며 경영 전면에 부상했기 때문이다. 허 상무가 2014년 녹십자홀딩스에 입사했을 때도 허 회장 일가의 경영수업이 시작됐다며 후계구도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는 시각이 있었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크게 주목을 끌지 못했다.
녹십자 후계구도는 고 허영섭 회장이 2009년 갑자기 사망하면서 복잡하게 얽히고 설켰다. 이후 회장직엔 그의 동생인 허일섭 회장이 올랐다. 그러나 이후 허 회장이 고인의 아들인 은철(45)ㆍ용준(43) 형제를 중용하면서, 두 조카가 경영권을 이어받을 준비가 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회사를 이끄는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허 회장이 회장에 취임할 당시만 해도 허 상무가 20대 어린 나이였다는 점에서, 은철·용준 두 조카로의 경영권 인계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현재 은철씨는 녹십자의 단독 대표(사장)이며, 용준씨는 녹십자홀딩스 대표(부사장)다. 한편 허 상무는 녹십자그룹을 지배하는 녹십자홀딩스 지분이 현재로선 많지 않지만(0.51%), 아버지 허 회장이 11.56%를 보유하고 있어 상속여부에 따라 경영권 확보는 가능하다. 반면 은철·용준 대표는 각각 2.5% 남짓 보유중이다.
이에 대해 녹십자 관계자는 "고 허채경 선대회장이 1961년 세운 회사인 한일시멘트 시절부터 별다른 분쟁 없이 형제경영·사촌경영을 효율적으로 해오고 있다"며 사촌 간 경영권분쟁 가능성을 일축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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