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금호가(家)의 오랜 전통인 '금녀의 벽'이 깨졌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부인 이경열씨와 차녀 박세진씨가 금호홀딩스 주식을 매입한 것이다. 그동안 금호가는 선대부터 내려온 공동경영합의서를 통해 '아들에게만 주식을 상속한다'는 원칙을 지켜왔었다.
6일 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이씨와 박씨가 매입한 주식은 각각 8만3500주(지분율 2.8%), 4만1500주(1.4%)다. 매입 대금은 각각 83억5000만원, 41억5000만원. 금호홀딩스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새로운 지주사다. 이씨는 올해 66세로 지금까지 외부 활동을 하지 않은 채 줄곧 박 회장을 내조해왔다. 박씨는 박삼구 회장의 딸로 1남1녀 중 둘째다. 오빠인 박세창 사장은 금호홀딩스 주식 58만8806주(19.9%)를 보유하고 있으며, 금호홀딩스의 사내 등기이사와 금호산업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모녀의 주식 매입은 금호가의 오랜 전통을 깨는 이례적인 행보다. 금호그룹은 전통적으로 오너가 여성과 외척의 주식소유와 경영참여를 금기시해 왔으며 공동경영합의서에도 이를 적시하고 있다. 박 회장의 부친인 고(故) 박인천 회장은 '그룹 주식은 아들 직계에만 상속하고, 배우자와 딸 또는 제3자에게 증여하거나 상속할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는 2002년 형제공동 경영합의서로 성문화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주식매입이 지배구조 개편과 관계가 있다는 시각이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 등 지주사 체제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수순으로 금호홀딩스와 금호산업의 합병을 추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씨의 지분 매입은 향후 경영참여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반면 부인이 보유한 주식은 나중에 자식들한테 증여하지 않겠냐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