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미래 신사업에 대한 오너의 강력한 의지, 거대 삼성그룹과의 자존심 싸움, 아버지 대에서부터 걸친 불화의 앙금’. 대한통운 인수전이 막판 ‘역전 드라마’를 연출한 것은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통 큰 한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회장은 삼성SDS가 인수전 막판에 ‘라이벌’ 포스코와 손잡으며 삼촌인 이건희 삼성 회장, 사촌동생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경쟁구도에 서게 됐다. 특히 본입찰 마감 전일 CJ측 인수자문사였던 삼성증권이 자문계획을 철회하면서 양측 간 갈등은 법적대응을 불사하는 감정싸움으로까지 치달았다.
게다가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아버지대의 불화, 그룹 분가과정에서의 갈등까지 얽혀 ‘포스코 VS CJ’의 인수전 양상은 결국 ‘삼성 VS CJ’의 자존심 대결로 변질됐다.회장 취임 10년을 앞둔 이 회장에게 있어 사실상 이번 인수전은 그간 10년을 평가받고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시험대나 다름없었다. 결국 이 회장은 이 시험대 앞에서 포스코와 삼성SDS 컨소시엄이 예상치 못한 금액을 써내는 ‘통 큰 베팅’을 감행, 최후 승자가 됐다.
이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이었던 ‘비운의 황태자’ 맹희씨의 아들이다. 1987년 이병철 회장 별세 후 제일제당 등 일부 계열사를 이끌고 삼성그룹에서 독립했다. 그룹 지휘봉을 잡은 지 10년이 가깝도록 TV 등 매스컴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은둔의 황태자’라는 별명이 붙은 인물이기도 하다.
평소 이 회장은 할아버지인 이 창업주가 주창한 ‘메기론’을 강조하는 등 명실상부한 ‘적자’임을 은연중에 드러내왔다. 메기론은 미꾸라지가 있는 연못에 메기를 풀어놓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헤엄쳐 더 건강해진다는 것으로, 이 회장은 평소 위기 때마다 임직원들에게 메기론을 언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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