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 ·MBK파트너스 진영의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의 주총 안건 권고 보고서를 두고 양측이 각각 자신들에게 유리한 해석을 내놓으며 여론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10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ISS는 전날 고려아연 정기주총에 대한 '의결권 분석 및 벤치마크 정책상 의결권 권고'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를 두고 고려아연과 영풍·MBK 측은 모두 ISS가 자신들의 손을 들어줬다고 주장했다.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보고서 원문을 보면 ISS는 특정 진영을 명확히 지지하기보다는 균형 속에서 '견제'를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이번 주총의 핵심 안건인 집중투표제 적용 이사 선임 수에 대해 ISS는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5인 선출안에 찬성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주주가 보유 주식 수에 선출할 이사 수를 곱한 만큼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소액주주가 특정 후보에게 표를 집중할 수 있는 장치다.
ISS는 개정 상법상 감사위원 분리선출의 중요성을 고려해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19명으로 구성돼 있지만, 이 가운데 4명은 가처분 결정으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활동 중인 이사 15명 가운데 6명을 새로 선임해야 하는 상황에서 집중투표제로 5명을 선출해야 감사위원을 최소 1명 이상 분리선출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ISS는 "영풍·MBK 측이 감사위원 분리선출에는 찬성하면서도 적절한 지배구조와 이사회 감독 기능이 회복될 때까지 제도 도입을 미루자는 주장은 인정한다"며 "다만 단기적 전술적 이득을 위해 구조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미루는 것이 현 상황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양측이 제시한 이사 후보 7명 가운데 5명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다. 고려아연 측 추천인인 황덕남 이사회 의장과 미국 크루서블JV 측이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추천한 월터 필드 맥랠런, 영풍·MBK 측이 추천한 박병욱·최병일·이선숙 후보 등이다.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최윤범 회장과 영풍·MBK 측이 제안한 최연석 MBK파트너스 부사장에 대해서는 반대를 권고했다.
이 대목을 두고 양측의 해석이 엇갈렸다. 영풍·MBK 측은 최 회장 선임에 반대 의견을 냈다고 강조했고, 고려아연 측은 "찬성 권고를 하지 않은 후보가 부적격을 뜻하지는 않는다"라는 보고서 문구를 들어 반박했다.
ISS 고려아연 정기주총 안건 관련 보고서 캡쳐
다만 ISS는 집중투표제 안건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 경영진 대응 방식에 대해 강한 비판을 내놨다. 회사의 실적은 역대급으로 좋지만,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 방식은 부적절하다고 평가한 것이다. ISS는 이를 '의문스러운 책략(questionable tactics)'이라고 규정하며 자사주 고가 매입 이후 저가 유상증자 추진 시도, 상호주 구조를 활용한 최대주주 영풍의 의결권 제한 등을 사례로 제시했다.
회사 측은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소통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ISS의 평가는 냉정했다. ISS는 "이러한 조치는 최근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제기된 심각한 지배구조 우려라는 맥락 속에서 평가돼야 한다"며 "경영권 고착화(entrench to control)를 위해 고안된 의문스러운 책략들을 펼친 이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수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진전도 반대주주(영풍·MBK) 측의 지속적인 활동 덕분이라고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ISS는 또 영풍·MBK 측이 제안한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안에 대해서도 회사 측과 달리 찬성을 권고했다. 현재 최 회장의 가족인 최창영·최창근 명예회장은 등기임원이 아니면서도 연간 50억원 수준의 보수를 받고 있다. 회사는 2023년 주총에서 회장 퇴직금 배수를 3배에서 4배로 높이고 명예회장에게도 동일 기준을 적용하는 안건을 통과시킨 바 있다. ISS는 "회사 측은 과거 주총에서 주주들의 지지로 이 구조가 승인됐다고 주장하나, 책임과 의무 없는 인물에게 회장과 동일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건전한 지배구조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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