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신약 개발 없이는 미래가 없다. 차세대 기술로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표적단백질분해기술에 집중할 것이다."
최근 제약·바이오업계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후보 물질 발굴부터 모든 개발 과정을 한 회사가 맡지 않고 다양한 주체와 협력하면서 신약 파이프라인을 도입해 개발해나가는 과정을 뜻한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대표적 성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유한양행 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다. 2015년 오스코텍에서 전임상 직전 단계 약물을 유한양행이 도입한 후 임상 1·2상 단계에서 얀센에 다시 기술수출했다.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빅딜로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 같은 성공 배경에는 유한양행이 2015년부터 막대한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입한 오픈 이노베이션이 있다. 그 핵심에 있는 인물이 바로 오세웅 중앙연구소장이다. 유한양행의 R&D 총괄 책임자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오 소장은 "침체돼 있던 신약 개발을 재점화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선택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한양행의 신약 개발에 필요한 인력과 시스템, 특히 전임상 이후 단계의 개발 경험과 역량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며 "개발 후보 파이프라인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덧붙였다.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정'
오 소장은 오픈 이노베이션의 가장 큰 장점으로 ‘실패 회피’를 꼽았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어느 정도 선별된 물질을 도입하는 만큼 자체 개발했을 때에 비해 해당 협력단계 전 단계까지의 실패 확률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약 개발을 위한 기초·기반 기술이 매우 다양한 만큼 오픈 이노베이션을 하면 보다 넓은 범위의 기술·약물 탐색이 가능하고 탐색, 전임상, 임상, 상업화라는 긴 여정에서 매번 거쳐야 하는 성공 확률과의 싸움을 줄일 수 있다. 그는 "해외 대형 제약사의 경우 자체 개발 대비 최종 성공률이 3배가량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최근 유한양행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mRNA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면서 백신 핵심 기술로 떠오른 mRNA 기술을 토대로 관련 치료제를 개발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오 소장은 "생체 내 안정성과 발현율이 높은 새로운 mRNA 기술 및 효과적 전달을 위한 조직표적지향 지질나노입자(LNP) 기술 확보를 위해 국내외 대학과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알렸다.
합성신약 분야에서는 표적단백질분해기술을 핵심 기술로 제시했다. 손상되거나 불필요해진 체내 단백질로 인해 생기거나 악화되는 질병에 대해 이들 단백질을 분해해 없앰으로써 병을 치료하는 기술이다. 뇌 속의 아밀로이드 베타 또는 타우 단백질로 인해 생기는 것으로 추정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의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오 소장은 "최근 시작된 업테라와의 알츠하이머 및 항염증 약물 공동연구개발을 출발점으로 자체 기술 확보 및 공동 개발 등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유한양행 오픈 이노베이션의 특징 중 하나는 출신 인물들이 설립한 바이오텍과의 끈끈한 관계다. 지아이이노베이션(남수연 대표), 아임뉴런(김한주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과거 유한양행에서 각각 중앙연구소장, 사업개발 이사를 맡았다. 오 소장은 "바이오텍의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안정적 경영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하고, 유한양행은 파이프라인에 대한 우선 검토권을 확보해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해외 오픈 이노베이션도 꾀한다. 핵심은 현지법인이다. 유한양행은 미국(유한USA)과 호주(유한ANZ)에서 현지법인 설립을 통해 해외 기술과 파이프라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오 소장은 "아직까지 가시적 결과물은 없지만 현지의 리딩 벤처캐피털(VC) 등과의 협력을 통해 보다 많은 기회를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기 신약 파이프라인을 유한양행이 도입하는 ‘인바운드 오픈 이노베이션’ 외에도 다국적 제약사와의 협력을 통해 임상·사업화를 진행하는 ‘아웃바운드 이노베이션’도 동시에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