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의 최고경영자(CEO) 폴 허드슨<이미지: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가 현재 진행하고 있던 당뇨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시험을 그만두기로 했다. 앞서 한미약품 이 2015년 기술수출한 신약으로 그간 사노피 측은 임상시험을 마무리짓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혀왔으나 갑자기 멈췄다. 임상시험 주도권을 쥔 다국적 제약사의 횡포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약품은 14일 "파트너사 사노피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권리를 반환하겠다는 의향을 통보해왔다"면서 "계약에 따라 120일간 협의한 후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권리를 반환한 후에도 기존에 받은 계약음 2억유로(2643억원)는 돌려주지 않고 한미 측이 그대로 갖는다.
사노피의 이 같은 방침은 그간 공개적으로 언급한 내용과 배치된다. 지난해 새로 취임한 폴 허드슨 사노피 CEO는 그 해 12월 신규 사업계획ㆍ전략을 발표하면서 "당뇨와 심혈관질환 분야 새 연구는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경우 글로벌 3상을 끝낸 후 다른 판매사를 찾겠다고 밝혔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권리반환은 종종 있는 일이나 이처럼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도중 그만두는 일은 흔치 않다.
한미 측은 앞으로 협의에서 현재 진행중인 글로벌 임상 3상을 완료하는 방안을 협의키로 했다. 다른 파트너사도 찾을 예정이다. 사노피 측이 사업계획을 바꾸면서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통보한 만큼 한미 측은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회사는 "사노피가 글로벌 임상 3상을 완료하겠다고 환자와 연구자, 한미약품에 수차례 공개적으로 약속했으니 이를 지키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손해배상 소송 등을 포함한 법적 절차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임상시험에서 대형 다국적 제약사의 입김이 큰 점을 악용한 사례로 보고 있다. 최근 수년간 국내 제약ㆍ바이오기업의 연구역량이 늘면서 신약후보물질에 대한 기술수출이 늘었는데, 이는 연구결과를 상용화하기 위한 개발단계에서는 여전히 글로벌 제약사가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임상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이를 핑계삼아 개발을 멈춘 게 아니냐는 추정도 있다.
한미약품은 "이번 결정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유효성이나 안전성과 무관한 선택"이라며 "상용화 시점에는 같은 계열 약물의 글로벌 시장이 100억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어서 시장성도 충분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에페글레나타이드와 경쟁 약물 트루리시티(성분명 둘라글루타이드)의 우월성 비교임상 결과가 나오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새로운 글로벌 파트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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