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서 돌던 '이 부회장 해임설'은 결국 루머로만 그쳤다. 지난 1일 권성문 회장이 이사회를 긴급 소집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그간 이사회 개최 목적은 권 회장이 이병철 부회장과 최 사장을 해임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잇따랐다. 이번 이사회가 별다른 안건 없이 마무리됐지만 결국 경영진의 갈등설만 확대 재생산되는 효과를 불러왔다. '갈등설'로만 나돌던 경영권 분쟁이 '해임설'까지 이어지며 권 회장과 이 부회장의 갈등은 더 구체화됐다.
이사회 구성원의 성향이 드러난 점도 회사 입장에선 부정적인 뉴스다. 2007년 3월부터 10년 넘게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김용호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권 회장과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점이 부각됐다. 이사회 소집을 요청한 임주재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도 비교적 중립적인 인물로 평가됐지만, 김 변호사와 같은 곳에서 일하고 있고 권 회장과 연세대학교 동문이라는 점에서 '총대'를 멘 것 아니냐는 예측이 이어졌다.
이사진뿐 아니라 회사 임직원들도 둘로 갈라지는 게 공공연해졌다. 이 부회장이 추천해 회사로 영입된 것으로 알려진 최 사장을 비롯해 지난해 이 부회장이 공동대표로 선임된 이후 KTB투자증권으로 합류한 임원진들 다수가 이 부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권 회장 측이 자신을 둘러싼 '사고'들이 공개되자 이를 이 부회장 측의 '작업'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는 소문이 도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실제로 권 회장은 1년 전 계열사 직원을 폭행했던 사실이 지난 8월에야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었다. 지난달에는 검찰 수사과정에서 회사와 자택 등에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현재 권 회장은 검찰에서 횡령ㆍ배임과 부정거래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권 회장이 대주주 적격 심사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간 갈등설이 언급될 때마다 내부 대처가 다소 안일했던 점도 이슈를 키웠다. 잇단 사건으로 구설에 오른 권 회장은 물론이고 이 부회장 역시 자신의 입장 공개를 꺼려하는 등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이번 이사회가 비교적 조용히 끝나면서 권 회장과 이 부회장의 갈등설은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한 지붕 아래 두 가족'의 불화는 전혀 해소하지 못했다. 권 회장은 이 부회장에 대한 재신임 의사조차 밝히지 않았다. 냉전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권성회 기자 stre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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