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유나이티드제약 역시 2013년에 맺은 380억원 규모의 개량신약 공급계약이 계약상대의 일방적인 의사로 최근 계약해지 됐다는 소식을 알린 직후 주가가 이틀 동안 10% 넘게 하락했다. 계약금액이 지난해 매출액의 23.7%에 해당하는 대규모여서 투자자들의 충격이 컸다.
단일판매ㆍ공급계약 체결 공시의 경우 투자자들이 기업의 향후 실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호재성으로 인식되곤 한다. 그러나 지난 9월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가 된 엠제이비가 최근 매출액의 30% 이상에 해당하는 상품공급계약 공시를 자주 수정하면서 말을 바꾼 것처럼 기업들이 이를 악용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계약이 있었다는 것만 공시할 뿐 계약 상대방과 규모를 밝히지 않는 일명 '백지 공시'의 극성도 계약 공시만 믿고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뒤통수를 때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올 들어 아이씨디, AP시스템, 쎄미시스코, 선도전기, 영우디에스피, 동양철관 등이 '상대방의 영업비밀 보호요청'을 이유로 백지 공시를 내보냈다. 백지 공시의 공백은 보통 계약기간이 끝나거나 일정시간이 지난 이후 채워지기 때문에 각종 루머와 정보왜곡에 의존한 추측성 매매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쎄미시스코의 경우 지난 9월 백지 공시 직후 대규모 계약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가 11% 넘게 올랐지만 이 때 투자한 투자자들은 52주 신고가 1만4250원을 찍은 날 '상투'를 잡는 꼴이 됐다. 현재 주가는 1만1000원 수준으로 낮아진 상황.
다만 일각에서 불고 있는 악재성 공시의 자진신고 분위기는 투자자들에게 미리 주의를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만 한미약품, 유한양행, 녹십자 등 3개 제약사가 임상 연기 및 중단, 해외 공급 계약 해지 등을 스스로 공개했다.
지난 27일 장 마감 후 자율공시를 통해 퇴행성디스크 치료제의 임상 중단소식을 알린 유한양행은 굳이 공시하지 않아도 될 사안을 자율공시로 시장에 알린 배경에 대해 "전반적인 업계의 분위기와 정확한 정보를 알려야 한다는 등의 정황이 고려된 것"이라고 전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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